[특별기고] 당뇨병환자 한 명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특별기고] 당뇨병환자 한 명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 대한당뇨병학회 박경수 이사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11.1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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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당뇨병학회 박경수 이사장(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대한당뇨병학회 박경수 이사장(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매년 11월 14일은 국제당뇨병연맹이 지정한 ‘세계당뇨병의 날’이다. 2017년 국제당뇨병연맹(IDF)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당뇨병 인구는 약 4억3000만명에 달하며 2045년에는 6억30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당뇨병은 매우 흔한 만성질환일 뿐 아니라 ▲실명 ▲만성신부전 ▲심근경색이 ▲뇌졸중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당뇨병연맹뿐 아니라 세계보건기구와 UN 역시 당뇨병 예방관리를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제당뇨병연맹이 ‘세계당뇨병의 날’을 지정하고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 예방 및 극복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당뇨병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고 조기발견과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심각한 합병증과 사망의 위험을 줄이자는 것이 그 취지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발간하는 당뇨병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인구는 약 500만명으로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한 명이 당뇨병을 갖고 있으며 당뇨병환자 10명 중 3명은 본인이 당뇨병인지도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당뇨병을 진단받아도 치료율은 60%대밖에 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여러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혈당조절률이다. 당뇨병환자 4명중 1명만이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으며 당뇨병환자가 많이 동반하는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까지 다 잘 관리되는 환자는 10%도 되지 않는다. 

새로운 약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왜 당뇨병 관리 성적은 좋아지지 않는 것일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당뇨병은 식사와 운동 등 매일매일의 생활패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망각하는 데 있다. 환자와 의사, 보건당국이 당뇨병을 알약 몇 개로 조절할 수 있는 ‘가벼운 병’이라고 여기는 한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당뇨병의 심각한 합병증과 사망의 위험을 줄이는 일은 요원한 일이다. 

무엇보다 당뇨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 건강한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 금연, 자가혈당측정, 올바른 약 복용은 물론이고 정기적으로 병·의원을 방문해 교육 및 상담을 받아야한다. 또 1년에 한 번은 반드시 검진을 받아야 합병증 없이 건강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 

많지는 않지만 당뇨병 유병기간이 30년 40년 이상 돼도 철저한 관리를 통해 합병증 없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시는 분들을 볼 수 있다. 이에 대한당뇨병학회는 세계당뇨병의 날을 맞아 오랜 기간 당뇨병을 잘 관리한 환자들에게 모범당뇨인상을 시상하고 있다. 올해까지 총 40명의 모범당뇨인이 선발됐으며 향후 모범당뇨인을 꾸준히 발굴해 그들의 모범적인 관리 사례를 널리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

당뇨병 관리를 잘하시는 분들을 보면 본인들의 노력은 물론이고 가족들의 협조와 지지가 눈에 띄는 경우가 많다. 생활습관의 개선과 규칙적인 관리가 환자 개인의 노력만으로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의료진의 반복적인 교육과 상담 외에도 같이 사는 가족들의 협조와 지지가 큰 힘이 된다. 

가족들은  환자를 도와주기 위해서 당뇨병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주먹구구식이나 잘못된 지식은 오히려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뇨병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지만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는 물론이고 일상생활에서의 환자에 대한 배려와 돌봄, 지지 그리고 잘못된 정보로부터 올 수 있는 위해에 대한 차단 등이 가능할 것이다.  

올해 국제당뇨병연맹이 세계당뇨병의 날 주제를 ‘가족과 당뇨병’으로 삼고 가족의 지지와 관심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당뇨병 관리가 심각한 위험으로부터 당뇨병 환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당뇨병과 그 합병증으로 인한 건강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한 개인과 또 가족의 지지와 협력 외에 당뇨병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및 관리 시스템은 물론 그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한 명의 아이가 건강하게 꿈을 키워 나가며 미래의 주역으로 성장하기까지 그 가족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웃의 든든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세계당뇨병의 날을 맞이해 우리 사회도 급증하는 당뇨병과 그 합병증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당뇨병 교육 및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시급히 나서야 할 것이다.  

“당뇨병환자 한 명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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