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 전염성복막염, 더 이상 시한부선고가 아니다!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 전염성복막염, 더 이상 시한부선고가 아니다!
  • 유현진 닥터캣 고양이병원(고양이동물병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11.1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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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고양이 전염성복막염(FIP, Feline Infectious Peritonitis)은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Feline Corona Virus)에 감염돼 발병하는 치명적인 전염병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주로 분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고양이들이 같은 공간에서 식기와 화장실을 공유하면 배변-구강 경로(Fecal-oral route)로 전염된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든 고양이가 복막염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세포성면역이 잘 완성된 고양이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하더라도 복막염으로 악화되지는 않는다. 반대로 세포성면역이 약한 고양이는 체액성면역만으로 코로나바이러스를 방어하기 위해 체내에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면역항체를 많이 만들게 된다.

고양이 몸 안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면역항체(글로불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알부민이 저하돼 삼투압 차이가 생기고, 혈관염 발생으로 혈관투과성이 변해 흉수나 복수가 차는 습식(Wet type) 급성 고양이 전염성복막염이 발병한다. 어떤 고양이는 약한 세포성면역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일부 제거하기에 건식(Dry type) 고양이 전염성복막염이 발병한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고양이 전염성복막염은 진단하기 까다로울 뿐 아니라 치사율이 거의 99%나 되는 불치병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수의과대학에서 RNA 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코로나바이러스가 체내에서 복제되는 것을 억제하는 약물에 대해 실험한 논문들이 발표되면서 고양이 전염성복막염 치료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양이 전염성복막염의 증상으로 ▲설사 ▲고열 ▲식욕부진 ▲체중감소 ▲복수 ▲흉수 ▲포도막염 등의 안구증상 ▲신경장애 ▲사지마비 ▲빈혈 ▲황달 ▲간기능장애 ▲신부전 ▲혈관염 ▲육아종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은 경증에서 중증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신중하게 진단해야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가정 내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아 다른 동거묘들에게 감염돼 고양이 전염성복막염이 발생하게 한다. 고양이 전염성복막염에서 회복된 고양이가 환경에 남아있던 바이러스들의 재감염으로 재발병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 때문에 반드시 전용 소독제로 철저히 소독하고 충분히 격리해야한다.

동물병원에서 정확한 진단과 임상증상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병행된다면 치료율은 70~80% 정도다. 과거에 99% 사망했던 것과 비교하면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고양이 전염성복막염으로 진단된 20~30% 고양이는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무분별한 자가진료로 증상이 더욱 악화해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되는 안타까운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사랑하는 우리 고양이들이 수의학적 치료를 조기에 적절히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은 하나뿐인 생명을 존중하는 집사의 의무이자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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