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당뇨에는 돼지감자? 돼지감자에는 천연인슐린이 없다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당뇨에는 돼지감자? 돼지감자에는 천연인슐린이 없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11.2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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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돼지감자는 당뇨병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많이들 먹는다. 말려서 차로도 마시고 생돼지감자를 깍두기로 만들어서 먹기도 한다. 그런데 항간에 돼지감자에 천연인슐린이 많이 들어 있어서 당뇨에 좋다는 말들이 나돈다. 돼지감자에는 정말 천연인슐린이 포함돼 있을까?

먼저 돼지감자가 어떤 식물인지 알아보자. 돼지감자(Helianthus tuberosus L.)는 다년생 식물이다. 다년생이라는 것은 해가 지나면 줄기가 말라서 죽은 것 같지만 다음 해에 그 자리에 또 올라와서 다시 싹이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돼지감자는 전국 각 지에 퍼져서 한 번 뿌리내린 곳에서는 쉽게 자리를 잡아 살아남는다. 돼지감자를 뚱딴지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돼지감자는 감자와는 완전히 다른 식물이다. 돼지감자는 국화과 식물이고 감자는 가지과 식물이다. 국화과라는 것은 바로 돼지감자의 노란색 꽃이 국화와 닮았기 때문이다. 십자화과 채소도 마찬가지 분류다. 십자화는 꽃 모양이 열십자(十) 모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양배추, 무, 브로콜리, 청경채, 유채 등이 모두 꽃 모양이 비슷한 십자화과다. 비슷한 예로 고구마는 메꽃과인데 산이나 들에 흔하게 피는 메꽃과 비슷하다.

감자는 의외로 가지와 같은 과다. 이 분류는 꽃모양이 아니라 원 식물에 일종의 독성분인 알칼로이드 성분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가지과에는 감자, 가지 외에 토마토, 고추, 피망 등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함유성분들에 변화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이들의 기원식물은 가지과로 동일하다.

돼지감자는 특히 당뇨병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돼지감자에 함유된 이눌린 때문이다. 이눌린은 돼지감자와 함께 다른 국화과 식물인 달리아나 우엉의 뿌리에도 존재하는 다당류의 일종이다. 다당류라고 하면 올리고당이 떠오른다. 올리고당은 장내에서 소화분해가 잘 안 돼 거의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혈당을 높일 걱정이 없다.

돼지감자에 포함된 이눌린 또한 프룩토오스(fructose, 과당) 분자들이 뭉쳐 있는 다당류로 사람의 소화기관에서 분해되지 않아 혈당을 급격하게 높이지 않고 장내 세균의 먹이가 되면서 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다. 돼지감자가 혈당을 급하게 상승시키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당뇨병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돼지감자에 ‘천연인슐린’이 함유됐다는 항간의 얘기는 잘못된 표현이다. 인슐린은 췌장에서 분비돼 각 조직에서 혈당을 이용해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유일한 호르몬인데 돼지감자에는 혈당을 소모하는 역할을 하는 성분은 없다. 다른 식물들도 마찬가지다. 당뇨에 도움이 된다는 식품 그 어떤 것에도 천연인슐린은 없다. 천연인슐린이라는 단어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단 특정 식품 몇 가지는 췌장의 기능을 촉진시켜서 췌장이 직접 인슐린을 분비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들 식품조차 천연인슐린을 함유하고 있어서 당뇨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돼지감자가 당뇨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인정이 된다. 하지만 돼지감자에 천연인슐린이 함유돼서가 아니라 혈당을 빠르게 높이지 않는다는 이유일 뿐이다. 이것을 보면 돼지감자를 먹는다고 해서 바로 기운이 나지 않는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과거 조상들이 배고프고 굶주려도 돼지감자를 먹지 않고 돼지에게나 줬기 때문에 돼지감자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과거 한때 돼지의 먹이로나 줬던 돼지감자가 이제는 당뇨병을 예방·관리하는 최고의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당분을 함유한 다양한 먹을 것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쉽게 에너지화되지 않는 식품을 찾는 세상. 만일 평소 돼지처럼 먹는다면 돼지감자를 즐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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