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 등이 꿀렁꿀렁, 혹시 지각과민증후군?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 등이 꿀렁꿀렁, 혹시 지각과민증후군?
  • 유현진 닥터캣 고양이병원(고양이동물병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11.2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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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선생님, 저희 고양이 등이 꿀렁거려요. 피부가 움찔움찔하다가 막 뛰어다녀요. 혹시 지각과민증후군인가요? “

이런 문의를 하는 보호자를 종종 본다. 이럴 때 내 대답은 99% “아니오”다. 인터넷 동호회에서 많은 정보가 넘쳐나고 반려묘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높다 보니 고양이가 조금만 다른 모습이 보여도 걱정이 커지는 마음은 이해한다. 필자도 집에서는 네 마리 고양이의 보호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지각과민증후군(Feline Hyperesthesia Syndrome: FHS)은 수의사들 사이에서도 ‘실체가 있는 질병이다 혹은 아니다’라고 오랫동안 논란이 되고 있으며, 발병기전이나 상태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져 있는 부분이 없다. 특징은 피부를 움찔거리거나 꿀렁거림(특히 엉덩이 부근 몸통 뒷부분과 견갑부), 과도한 그루밍, 꼬리 쫓기, 꼬리 깨물며 자해, 이유 없는 공격적 행동, 사지말단을 신경적으로 깨물며 자해, 이유 없는 울음, 갑자기 뛰어다니기 등이다. 하지만 이런 증상들도 명확하지 않고 모호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증후군”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지각과민증후군과 구별해야 하는 질병으로 피부질환, 뇌신경계질환, 근골격계질환, 행동학적 질환이 있다. 미국 고양이 전문의, 신경 전문의들은 지각과민증후군이 의심될 때 제일 먼저 피부에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있는지 확인하고 벼룩, 진드기 등의 외부기생충 예방을 철저히 하는 것을 일차적으로 추천한다. 피부가 건조해도 가려움증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오메가3 등의 보조제 급여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근골격계의 통증이 있을 때도 피부를 움찔거리며 그 부위를 과하게 그루밍할 수 있으므로 체크해 봐야 한다. 움찔거리다가 동공이 커지거나 울면서 갑자기 뛰어다니는 모습은 뇌신경계질환에 따른 발작의 전조증상일 수도 있으니 더더욱 관찰해야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뭔가에 놀라고 불안하거나, 실내 거주환경이 풍부하지 못해서 생기는 행동학적인 문제도 과도한 그루밍과 자해로 나타나기도 하니 주변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스트레스를 최소화해줘야 한다.

만약 지각과민증후군으로 최종 진단된다면 치료 방향은 고양이의 삶의 질을 유지하고 고양이가 느끼는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환경 풍부화를 해주고 통증과 불안함을 완화하는 약물을 쓰면 증상이 많이 개선된다.

고양이는 태생적으로 주변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고 감각이 예민하다. 식욕, 활력이 정상이고 아픈 곳이 없는 고양이도 손으로 등과 엉덩이를 쓰다듬어주면 손길을 따라 피부가 움찔거리는 것은 아주 일상적인 모습이다. 하루에 한두 번씩 뜬금없이 뛰어다니는 우다다도 정상행동이다. 사람도 가끔 등도 가렵고 두피도 가려워서 긁적이게 되는데 이때 피부질환이나 정신질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고양이가 등이 꿀렁거리고 그루밍을 많이 해 털이 빠진다고 지각과민증후군이라고 속단해서 인터넷에서 좋다고 거론되는 약을 남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양이의 이상한 모습이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지각과민증후군이 의심된다면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동영상을 찍어 남기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진료받을 때 동영상 자료를 지참하면 수의사가 영상을 보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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