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이빨이 녹아 내리는데 얼마나 아프니? - 고양이 치아흡수병변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이빨이 녹아 내리는데 얼마나 아프니? - 고양이 치아흡수병변
  • 이진수 이진수동물병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11.25 15: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진수 이진수동물병원 원장
이진수 이진수동물병원 원장

고양이 치아흡수병변, 쉽게 말하면 이빨이 녹아 내리는 질환이다. 연구 결과마다 수치는 다르지만 다 자란 고양이 세 마리 중 두 마리에게 확인되는 만큼 흔한 질환이다. 보통은 4살 이상의 성묘에서 나타나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발생하는 빈도는 늘어난다.
 
치아흡수병변을 이해하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것은 고양이 치아구조다. 사람과 다르진 않지만 우선 눈으로 봤을 때 잇몸을 기준으로 치아머리와 치아뿌리로 나눌 수 있다. 치아에 가장 안쪽에는 치아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과 신경이 존재하는 치수가 있고 이를 둘러쌓고 있는 상아질이 치아머리와 뿌리에 걸쳐 존재한다. 

상아질을 쌓고 있는 제일 바깥층은 치아머리와 치아뿌리에서 서로 다른데, 치아머리 쪽엔 단단한 법랑질이 치아뿌리 쪽엔 백악질이 치아의 가장 바깥층을 구성한다. 마지막으로 백악질은 치조골이라는 뼈에 파묻혀 있는데 백악질과 치조골 사이에는 완충역할을 하는 치주인대가 존재한다.

전형적으로 치아흡수는 백악질에서 시작해 안쪽으로는 상아질과 치수까지 침범할 수 있고 길이 방향으로는 치아뿌리 끝이나 치아머리 쪽으로 진행할 수 있다. 치아흡수가 장기간 지속되면 궁극적으로는 법랑질도 녹일 수 있다. 법랑질이 녹을 경우 녹은 부위를 잇몸이 덮게 되는데 눈으로 봤을 때 법랑질에 잇몸이 자랐다면 치아흡수를 의심해야한다. 또 뿌리 쪽에 발생한 흡수병변은 인근에 치조골도 녹일 수 있다.

흡수병변이 있는 고양이는 통증 때문에 밥을 씹지 않고 삼키거나 입 주위를 만지는 걸 싫어한다. 더 악화되어 밥을 먹지 않고 체중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이가 아픈 것은 신경이 노출돼 자극되기 때문이다. 즉 위에 치아구조에서 치아흡수가 치수까지 진행돼 치수가 노출됐을 때 통증을 느끼게 된다. 

치아가 얼마나 안쪽으로 깊이 녹았는지, 그리고 치아뿌리에서 흡수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기 위해선 치아 방사선 촬영이 필수적이다. 방사선 촬영 결과에 따라 여러 가지 타입과 단계 구분이 가능한데 여기서 중요한 개념만 잡아보면 다음과 같다.

치아구조(사진출처=클립아트코리아)
치아구조(사진출처=클립아트코리아)

먼저 흡수병변의 타입은 치아가 염증으로 녹아 내렸는지 혹은 주변 뼈와 치환 됐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염증에 의해 치아흡수가 진행되는 것을 타입 1이라 하고 ▲치아뿌리가 치조골과 달라붙고 치환 되어 주변 뼈와 경계를 분간하기 힘든 형태를 타입 2로 구분한다. 타입 2는 치아뿌리와 치조골이 달라붙어 발생하므로 그 사이에 존재하는 치주인대가 관찰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고 타입 1과 구분 짓는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흡수병변의 단계는 치아 안쪽으로 얼마나 녹았는지 구분하기 위한 것으로 1에서 5단계까지 있고 5단계로 갈수록 치아 안쪽으로 많이 녹은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치료방법은 위에서 언급한 치아흡수의 타입과 단계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문제 있는 이빨 하나하나를 뽑는 경우, ▲치아머리만 갈아버리는 경우, 그리고 ▲두고 보는 경우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치아 방사선 촬영 결과에 따라 수의사와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 

단, 고양이 치아 방사선 촬영은 마취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마취 후 방사선 촬영결과를 갖고 다시 보호자 상담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치료 계획을 결정하는 것은 마취 시간을 길게 연장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방사선 촬영 전, 즉 마취 전에 방사선 결과에 따른 치료 계획을 보호자 상담을 통해 미리 정해 치아 방사선 촬영과 필요에 따른 발치를 연이어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른 치료 방법에 있어서는 치아를 당장 뽑지 않아도 되는 경우 치아흡수를 늦추는 약물을 먹기도 한다. 치아흡수는 진행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발치 없이 치아를 남겨두는 경우와 치아머리만 갈라버려 뿌리가 남은 경우 반년에서 일년 주기로 방사선 촬영이 필요하며 치아흡수가 더 진행하는지 그 변화양상을 확인해야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