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벼는 겸손의 상징...고개 숙인 ‘목’은 신경질환 지름길”
“고개 숙인 벼는 겸손의 상징...고개 숙인 ‘목’은 신경질환 지름길”
  • 최준호 기자 (junohigh@k-health.com)
  • 승인 2019.11.2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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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추척수증‧목디스크 명의 강경중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강경중 교수는 “경추척수증과 목디스크는 모두 경추(목)에 발생하는 신경질환으로 잘못된 자세에서 비롯된다”며 “하지만 발생원인과 증상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정상적인 성인의 머리무게는 약 5kg이다. 따라서 머리와 몸을 연결하는 목에는 5kg의 하중이 가해진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하중이 일정치 않다는 것이다. 유명논문에 따르면 고개를 숙이는 정도에 따라 목에 가해지는 하중이 15도에 10kg, 30도에 20kg, 60도에 30kg으로 최대 5~6배까지 증가했다.

“고개를 숙이는 등 잘못된 자세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목의 디스크, 관절, 근육으로 갑니다. 잠깐은 괜찮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나이 들어 경추척수증과 목디스크로 불리는 경추신경근증 같은 신경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강경중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고개를 숙이는 자세’를 경추척수증과 목디스크의 공통적인 시발점으로 꼽으면서도 두 질환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경추질환을 전문으로 치료하며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 누구보다 힘쓰고 있는 강경중 교수를 만나 경추척수증과 목디스크에 대해 들어봤다.

■중추신경 문제 경추척수증 vs 말초신경 문제 목디스크

경추척수증과 목디스크는 목(경추)에 있는 신경이 눌리면서 발생한다. 그런데 눌리는 신경이 각각 다르다. 경추척수증은 척추 뼈 속을 지나가는 중추신경인 척수가 눌려 발생하지만 목디스크는 중추신경에서 팔·다리로 뻗어나가는 말초신경이 눌려 발생한다.

먼저 경추척수증에서 척수가 눌리는 원인은 척수가 지나가는 신경관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신경관이 좁아지는 원인은 다양하다.

강경중 교수는 “신경관은 선천적으로 좁은 경우도 있고 디스크(추간판)가 돌출되거나 뼈마디의 네 귀퉁이가 뾰족하게 자라는 등 뼈의 퇴행성변화가 신경관을 압박해 좁아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후종인대골화증(척추 뒤쪽으로 내려가는 인대가 뼈로 변하는 질환)으로 단단해진 인대가 신경관을 압박해 좁아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목디스크에서 말초신경이 눌리는 원인도 신경관이 좁아지는 원인과 비슷하다.

강경중 교수는 “말초신경이 중추신경에서 팔‧다리로 빠져나갈 때 통하는 구멍이 있는데 이 구멍이 뼈의 퇴행성변화로 좁아지거나 외부충격으로 물렁뼈가 돌출되면 말초신경이 눌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추척수증과 목디스크는 모두 뼈의 퇴행성변화에서 비롯된다. 퇴행성변화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두 질환 모두 주로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발생한다. 하지만 젊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강경중 교수는 “경추질환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60~70대이고 80대 분들도 수술을 할 때가 있다”며 “하지만 잘못된 자세를 오래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탓인지 일찍이 뼈의 퇴행이 진행돼 경추질환을 앓는 젊은 환자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술치료 우선 경추척수증 vs 일단 지켜보는 목디스크

경추척수증은 초기에도 수술을 고려한다. 반면 목디스크는 수술 외 치료를 먼저 시행하고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수술을 고려한다. 이 같은 차이는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의 회복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추신경인 척수는 한번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는다. 따라서 경추척수증은 증상이 경미한 초기에도 수술을 고려한다.

강경중 교수는 “경추척수증은 가만히 두면 1/3은 나빠지고 1/3은 비슷하게 유지되고 1/3은 호전된다고 알려졌다”며 “결국 나이가 들면서 60~70%는 나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효율을 따져보면 수술치료가 권장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말초신경은 중추신경인 척수와 달리 회복능력이 있다. 따라서 목디스크는 수술 외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하면서 지켜보는 것이다.

강경중 교수는 “목디스크는 약물, 재활, 신경차단술(주사) 같은 수술 외 치료만 해도 90%가 호전된다”며 “그래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고 저림이나 통증이 심하면 수술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왼쪽 사진) 경추척수증으로 신경이 지나가는 신경관이 좁고 후종인대 골화증이 동반돼 척수신경이 심각하게 압박되고 있는 상태. 하지마비증상 등 심각한 전신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오른쪽 사진) 일반적인 목디스크(경추부디스크)로 한 곳에만 추간판(디스크)이 돌출돼 신경근 한 곳만을 압박하는 상태. 통증, 저림증상이 나타난다.

■심각한 신경증상 나타나는 경추척수증...최대한 젊을 때 치료해야

경추척수증은 심각한 신경증상이 몸 전체적으로 나타난다. 손과 발의 기능이 떨어져 젓가락질 같은 동작을 수행하기 어려워지고 걸을 때 중심잡기가 어려워진다.

“얼마 전 제게 경추척수증 수술을 받은 50대 남성은 스스로 똑바로 걷는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마치 술 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리며 걷는다는 부인의 말을 듣고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중추신경인 척수에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했는데 진단결과 경추척수증 초기였습니다. 수술 후에는 걸음걸이와 손발기능이 전보다 확실히 개선됐습니다.”

이렇게 예후가 좋을 수 있었던 이유는 조기에 수술했기 때문이다.

강경중 교수는 “경추척수증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고 심하면 아예 못 걷는 환자도 있다”며 “이런 환자들은 수술을 해도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워 증상이 경미해도 젊을 때 와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통증 나타나는 목디스크...눌리는 곳 따라 증상 제각각

“목디스크가 심한 환자는 진료실에 들어올 때부터 손을 머리 위로 들고 들어오기도 합니다. 이는 손을 내리고 있으면 말초신경이 더 눌리면서 어깨가 땅기고 통증이 심해지기 때문인데요. 실제 손을 들었을 때 통증이 줄면 어깨질환이 아닌 목디스크를 의심하게 됩니다. 목디스크는 수술 외 치료를 해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수술을 하게 되고 수술을 받은 환자는 대부분 수술 직후 회복실에서부터 너무 좋다고 말할 정도로 개선효과가 큽니다.”

목디스크는 신경증상보단 통증이 문제다. 증상도 어떤 말초신경이 눌리는지에 따라 개별적으로 나타난다. 이는 ‘분절’이라고 해서 중추신경에서 뻗어나가는 말초신경은 손발 각각 다른 곳에 분포되기 때문이다.

강경중 교수는 “예컨대 경추에 있는 8개의 말초신경 중 5번째 말초신경이 눌리면 팔을 올릴 때 힘이 빠지고 6번째가 눌리면 손목과 손가락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며 “대부분 목디스크는 5, 6번째 말초신경이 눌리면서 발생하고 1, 2번째 손가락에 저림과 통증이 심하다”고 설명했다.

강경중 교수는 “경추척수증과 목디스크는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질환”이라며 “두 질환을 앓는 환자는 대부분 나이가 많아 무조건 수술하자고 말씀드리지 못할 때가 많지만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개선시킬 수 있는 방향을 고려해 치료에 임한다”라고 말했다. 

경추척수증과 목디스크 같은 경추신경질환은 나이가 들수록 뼈의 퇴행성변화로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강경중 교수는 이에 조금이라도 퇴행이 덜 진행되기 위해서는 평소 잘못된 자세를 반드시 개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강경중 교수는 “최근 스마트폰, 모니터 사용으로 고개를 숙이거나 앞으로 쭉 내미는 등 목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며 “이런 부담으로 인한 영향력이 금방 나타나지는 않지만 향후 10~20년 내에 경추, 척추 질환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므로 평소 목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올바른 자세를 유지해야한다”고 조언했다.

TIP. 강경중 교수의 목통증 극복 10계명

1. 목 오랫동안 숙이고 있지 않기

2. 목을 앞으로 쭉 내미는 자세 피하기

3. 모니터를 높이고 스마트폰이나 책을 볼 때는 눈높이에 맞추기

4. 높은 베개는 반드시 피하기(목을 받쳐주는 경추베개를 이용한다)

5. 양측 어깨를 펴고 주기적으로 스트레칭 하기

6. 신체 밸런스 유지하고 유산소운동 주기적으로 하기

7. 따뜻한 물로 샤워하거나 가볍게 마사지하기

8. 충분한 수면 취하기

9. 목디스크 통증을 어깨질환과 구분하기

10. 목통증 가볍게 넘기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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