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의 건치이야기] 약국에서 파는 잇몸약, 얼마나 효과 있을까
[김현종의 건치이야기] 약국에서 파는 잇몸약, 얼마나 효과 있을까
  • 김현종 서울탑치과병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11.2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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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서울탑치과병원 원장
김현종 서울탑치과병원 원장

TV를 틀면 유명 연예인들이 턱을 감싸고 “잇몸이 붓고 아플 땐 ○○○, 그리고 이가 흔들릴 때도 ○○○을 먹으라”고 하는 광고를 흔히 볼 수 있다. 광고가 시작될 때는 불편한 모습이었다가 약을 먹고 나서는 강철이라도 끊을 것 같은 건강한 치아모습을 보여 준다. 정말 이 약들을 먹으면 잇몸과 치아들이 건강해질까?

먼저 앞에서 약이라고 표현했는데 현재 광고되고 있는 잇몸약은 정확하게는 ‘잇몸건강보조제’라고 표현돼야한다. 약이라고 명칭을 붙이는 자체가 치료제로서 혼동을 일으킬 수 있어 사용이 조심스럽다. 더욱이 일부 같은 성분을 가진 제품이 외국에서는 건강식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잇몸건강보조제에 어떤 성분이 있길래 잇몸병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 것일까?

잇몸건강보조제의 성분부터 살펴보자. 가장 대표적인 성분은 ‘옥수수불검화추출물’이다. 이 옥수수불검화추출물이 잇몸병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 추출물 안에 있는 베타-시토스테롤(beta-sitosterol) 성분 때문이다.

잇몸건강보조제에는 보통 옥수수불검화추출물 35mg 그리고 여기에는 7mg의 베타-시토스테롤이 들어있다고 한다. 그런데 조사해보면 베타-시토스테롤은 잇몸병에 관한 근거보다는 주로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성분으로 더 많이 인정받고 있다. 즉 콜레스테롤과 유사한 성분으로 과일이나 채소, 그리고 땅콩과 호두 같은 견과류에 풍부하고 특히 식물성 기름이나 아보카도에 많이 함유된 것으로 본다.

베타-시토스테롤은 의약품에 주로 사용돼왔다. 주로 콜레스테롤이 높은 환자가 이 성분을 섭취하면 지용성의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여줘 심장병의 위험성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됐다.

또 면역의 일부를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담석을 줄이거나 대장암 예방, 일반적인 감기 및 독감(인플루엔자), HIV/AIDS, 류마티스관절염, 결핵, 기관지염, 편두통, 만성 피로증후군 등을 예방하는 약제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제조업체가 베타-시토스테롤 같은 식물스테롤에스테르가 함유된 식품이 관상동맥 심장질환(CHD)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광고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지만 문헌 보고에 따르면 베타-시토스테롤의 장기간 사용이 CHD의 발병위험을 낮춘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다.

필자도 옥수수불화검화추출물이 분명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효과는 있지만 잇몸건강을 지켜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증거는 많이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다른 제품은 어떨까? 또 다른 유명 잇몸보조제품에는 주로 아스코르브산(ascorbic acid), 토코페롤(tocopherol), 카르바조크롬(Carbazochrome), 리소짐염산염 (Lysozyme Chloride) 등 4가지 성분이 들어있다.

아르코빈산(ascorbic acid)은 우리가 흔히 아는 수용성인 비타민C이고 토코페롤(tocopherol)은 많이들 들어본 비타민 E, 그리고 카르바조크롬 (Carbazochrome)은 혈소판의 응집과 유착을 일으켜 혈류를 멈추게 하는 항혈작용제다.

마지막으로 리소짐염산염(Lysozyme Chloride)은 염증을 줄이는 소염효소제로 알려졌다. 일단은 2016년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KFDA)는 리소짐염산염의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지만 유용성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결국 비타민과 혹시 잇몸출혈이 있을 경우 출혈을 줄여주는 지혈제 정도가 잇몸보조치료제의 성분인 것이다.

우리가 흔히 잇몸병이라고 부르는 질환은 치아 주변에 발생한 치태와 치석 그리고 그로 인한 세균, 지나친 교합력에 따른 치조골 파괴 등이 원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잇몸보조제품의 성분을 살펴본 결과로는 이런 원인들을 직접적으로 치료하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성분이 거의 없다. 잇몸이 붓거나 치아가 불편하다고 이런 건강보조제만 먹다가 오히려 치료시기를 놓쳐 더 큰 치료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치아가 불편하다면 일단 병원을 찾아 상담받으시길 꼭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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