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균음료로 헬리코박터균 없앤다고? 천만의 말씀!
유산균음료로 헬리코박터균 없앤다고? 천만의 말씀!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11.28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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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유산균음료만으로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유산균 단독 제균효과가 입증된 바는 없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많은 사람이 유산균음료만으로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사람에서 유산균음료의 단독 제균효과가 입증된 바는 없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이하 헬리코박터균)이 위암의 강력한 위험인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산균음료가 더욱 인기다. 위 건강을 챙기는 사람들이 많아져 다행이지만 한편으로는 유산균음료만으로 헬리코박터균을 없앨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아져서 문제다. 헬리코박터균은 항생제치료(위산억제제+2~3가지 항생제)가 필수이며 유산균음료만으로는 절대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유산균음료 단독제균효과 입증 안 돼

일단 제조업체에서는 유산균음료에 든 특허유산균이 헬리코박터균의 증식과 위벽부착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는 “동물실험에서는 요구르트를 복용한 쥐가 헬리코박터균에 잘 감염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밝혀진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항생제치료기간에 유산균음료를 마시면 제균성공률이 10% 정도 높아진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있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항생제치료를 할 때의 얘기이며 유산균균주의 특이성과 결과에 일관성이 없어 제균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산균음료 권장량 준수해야

전문가들은 제균치료기간 중 유산균음료 복용이 일정부분 도움 된다는 국내 연구보고들은 유산균음료의 단독효과가 아니라는 사실을 재차 강조한다. 따라서 추가연구를 통해 효과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적정권장량을 지켜 마시라고 조언한다.      

굳이 유산균음료를 안 마셔도 생활에서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막는 방법은 많다. 고대안산병원 소화기내과 정성우 교수는 “헬리코박터균의 주 감염경로는 구강 대 구강, 항문 대 구강으로 추정되며 밀집된 거주환경, 나쁜 위생상태 등이 감염요인으로 꼽힌다”며 “손씻기 등 청결한 개인위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을 없애려면 항생제치료가 필수다. 단 현재로서는 위내시경검사를 통해 항생제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만 주치의와 상담 후 치료를 결정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을 없애려면 항생제치료가 필수다. 단 현재로서는 위내시경검사를 통해 제균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사람들을 대상으로만 주치의와 상담 후 치료를 결정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감염률 높다고 해서 모두 검사·치료 X

한편 광고는 ‘국내 30대 이상 성인남녀 2명 중 1명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다’는 기사를 보여주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전 국민이 헬리코박터균 감염여부를 확인해야하는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조차 찬반이 갈린 상황이다.  

김나영 교수에 따르면 반대 측은 일단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 위암에 걸리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헬리코박터균 감염자 중 3% 정도만 수십 년 후 위암에 걸리고 나머지 97%는 위암에 걸리지 않는데도 97%에 해당하는 수천만명이 일제히 항생제를 먹는 것은 오히려 내성균과 약물부작용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

반면 찬성 측은 “누가 3%에 속할지 알 수 없는 데다 특히 우리나라는 위암발생률이 높아 예방을 위해서라도 제균치료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지현 교수는 “위암의 1차 예방효과에 대한 명확한 연구결과가 나오면 정책이 바뀔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위암의 직계가족력이 있거나 위점막에 만성염증이 있는 경우 등 위내시경검사를 통해 제균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환자들에 한해 제균치료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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