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강아지 피부에 모낭충이 득실득실? 건강이상 신호!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강아지 피부에 모낭충이 득실득실? 건강이상 신호!
  • 김성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11.2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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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김성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벌써 13년 전 일이다. 한 인기 TV프로그램에서 어느 개그맨의 얼굴에 사는 기생충을 공개했다. 꼬물꼬물 살아 움직이는 모낭충이었다. 출연자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경악했다. 어떻게 사람 얼굴에 저렇게 징그러운 기생충이 살 수 있느냐며 말이다. 그 뒤 전문가가 한 말에 더욱 놀랐다. 모낭충은 정상인이라면 거의 다 갖고 있는 것이라고. 지금이야 이 말은 상식이 됐지만 당시에는 대부분 사람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모낭충은 사람뿐 아니라 상당수 포유동물에게 존재한다. 강아지도 마찬가지다. 거의 모든 강아지의 피부에 모낭충이 기생한다. 갓 태어난 강아지는 어미의 젖을 빨다가 모낭충에 전염된다. 참고로 강아지의 모낭충은 사람에게 옮지 않는다. 모낭충은 강아지의 모낭과 피지선에서 피지, 노폐물 등을 먹으며 서식한다. 한 달 정도 살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개의 피부 밖으로 나온다면 2시간 이내로 죽는다.

건강한 강아지의 몸에선 모낭충의 수가 일정하게 유지돼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선천적으로 면역계에 문제가 있거나 당뇨병, 암, 쿠싱증후군, 갑상선기능저하증 등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만성질환을 앓아서 모낭충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염증성질환이 나타난다. 이를 모낭충증이라 한다. 모낭충증의 원인으로 이외에 영양부족, 발정, 임신, 수술, 면역억제제 복용, 심장사상충 감염 등이 있다.

모낭충증의 증상은 다음과 같다. ▲탈모가 부분적으로 나타나며 시간이 지날수록 전신으로 퍼진다. ▲피부가 빨개지거나 색소침착으로 거무튀튀한 보라색으로 변한다. ▲피부에 종기가 생긴다. ▲비듬이나 노란 부스럼딱지가 생긴다. ▲태선화(피부가 코끼리 가죽처럼 두꺼워지고 거친 잔주름이 생기는 변화)가 나타난다. ▲너무 가려워서 과도하게 핥거나 긁는 바람에 짓무름, 궤양이 발생할 수도 있다. 병변은 피부 어디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데 주로 얼굴, 다리, 발에서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으로 동물병원을 찾으면 수의사는 모낭충증을 의심하고 심부피부소파검사(Deep skin scraping)를 한다. 병변의 피부를 긁어낸 후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검사다. 모낭충이 피부를 단단하게 붙잡고 있기 때문에 수의사는 피부를 짜면서 의료기구로 깊고 강하게 긁어낸다. 피가 날 수도 있기에 피부가 약한 쪽은 피한다. 검사 결과 모낭충 성충을 다량 발견하거나 미성숙한 개체의 비율이 높다면 모낭충증으로 확진한다. 심부피부소파검사를 하기 힘들 땐(환자가 너무 아파하거나 병변이 눈 주위/발에 있을 때) 털을 뽑아 현미경으로 검사한다.

3~6개월령 강아지에게 모낭충증이 국소적으로 나타났다면 보통 면역력이 좋아지면서 자연스레 낫는다. 성견에게 전신적으로 모낭충증이 생겼다면 모낭충 수를 정상적으로 돌려놓도록 약물을 써 치료한다. 전신적모낭충증은 기저질환으로 생겼을 확률이 무척 높다. 건강검진으로 기저질환을 찾아내고 적절히 치료해야 모낭충증이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모낭충증을 단순한 피부질환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건강 이상신호로 생각하고 반드시 수의사와 상담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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