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원인 모를 피곤…‘갑상선호르몬제’ 의심해 보라고?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원인 모를 피곤…‘갑상선호르몬제’ 의심해 보라고?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11.29 1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약사님, 피로 푸는 데 도움되는 뭐 좋은 약 없어요?”

김정환(가명) 님은 가끔 약국에 방문하시는데 요즘 들어 특히 피로감을 많이 호소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근황을 물어보려 했었는데 직접 상담을 요청하시더라고요.

“드시고 계신 보충제는 없으시나요? 요즘 가끔 뵈는데 많이 피곤해 보이셔서요. 무슨 일 있으세요?”

“무슨 일은 없는데 만성피로인가? 하여간 선전하는 거 먹어봐도 별 소용없더라고! 꾸준하게 먹을 수 있는 뭐 좋은 거 줘봐요.”

“특별히 더 피곤할 일도 없는데 왜 이리 지쳐 보일까요? 혹시 피곤한 거 말고 다른 불편한 증상은 없으세요?”

“다른 증상이랄 것이 더 있나? 그냥 피곤한데…… 그러고 보니 요즘 금방 지치는 거 같고 가슴도 두근거리고 가끔 잠도 잘 안 오는 것 같네.”

“혹시 다른 약 드시는 건 없으세요?”

“별 다른 건 없고 갑상선호르몬제는 계속 먹고 있어요. 내가 갑상선수술 했잖아.”

“아...... 김정환님 혹시 검진받으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뭐, 피검사한 지는 한참 됐지. 근래 바빠서 몇 번 약 처방만 받고 왔으니까.”

“그래요? 그럼 병원에 가셔서 검사 한번 해보세요. 아무래도 갑상선호르몬 농도 조절이 잘 안 되시는 거 같아요.”

“그래? 계속 먹던 약은 똑같은데 이게 문제가 될 때도 있나?”

“그럼요. 몸 상태에 따라 필요 호르몬농도가 변하기도 하거든요. 피로감, 불면, 가슴 두근거림 등은 갑상선호르몬제제 부작용 일 수 있어요. 지금 증상이 이전에 갑상선 때문에 힘들 때랑 비슷하지 않으세요?”

“글쎄, 그런 것 같기도 하네…… 병원에 가봐야겠네요. 고마워요.”

며칠 후 김정환 님은 다시 약국에 방문하셨습니다. 검진결과 갑상선호르몬제 용량을 조금 조절해야 했어요. 이후 피로감 등이 개선돼 지금은 평소와 같은 컨디션을 유지하신다고 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8년 갑상선질환 환자만 112만5000여명에 달한다고 발표했습니다(갑상선항진증 25만362명, 갑상선기능저하증 52만1102명, 갑상선암 35만4118명).

그중에서도 여성(특히 30대)에서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밝혀져 남성보다 여성이 갑상선질환에 더 주의해야한다고 경고했습니다. 해마다 조금씩 진료인원은 줄고 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갑상선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갑상선호르몬은 갑상선에서 분비되며 4가지 중요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첫째, 신체대사율을 상승시키고 열을 발생시킵니다. 둘째,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킵니다. 셋째, 심혈관계에 작용해 심장박동을 촉진시키고 수축력을 증가시켜 혈액순환을 왕성하게 합니다. 넷째, 성장호르몬 등에 작용해 성장 발달을 돕고 손상된 조직을 회복하며 신경계를 활성화합니다.

이처럼 중요한 갑상선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생기면 몸에 다양한 증상이 생깁니다. 호르몬이 과잉분비되면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불안증이 생기며 먹어도 배가 고픕니다. 또 불면, 체중감소, 설사, 손 떨림 증상 등이 생깁니다. 반면 호르몬이 적어지면 몸이 붓고 체중이 늘며 추워합니다. 무기력, 근육강직, 탈모 등의 증상도 나타나죠.

갑상선항진증은 약물이나 갑상선절제요법 등을 사용하고 갑상선기능저하증은 합성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합니다. 갑상선호르몬제가 최초로 정제된 것은 1914년입니다. 1927년 레보티록신이 최초로 합성돼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으니 갑상선호르몬제의 역사는 정말 오래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갑상선호르몬제는 오랫동안 사용된 만큼 사용법, 효능, 부작용 등이 아주 자세히 알려져 있습니다. 매우 안전한 방법이라는 뜻이죠. 어떤 사람들은 합성 호르몬제의 부작용을 강조하면서 요오드 복용 등 영양요법 등으로 갑상선질환을 이겨내는 것이 가장 안전한 치료법이라고 강조하지만 그것은 일부에만 해당하는 방법입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식단은 요오드함량이 높기 때문에 요오드 부족으로 오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만일 갑상선기능이 이상이 의심되면 이런저런 방법을 사용하지 말고 자주 다니는 의료기관에 방문해 검사받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갑상선호르몬은 아주 적은 농도 차이만 있어도 몸에 큰 변화를 일으킵니다. 로렌즈가 던졌던 나비 날개 짓에 대한 질문은 실제로 우리 몸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갑상선호르몬 농도를 조절하는 약물들은 다양한 함량이 출시돼 있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씬지로이드는 레보티록신 0.1mg뿐 아니라 0.025, 0.0375, 0.05, 0.075, 0.112, 0.15, 0.2mg까지 총 8개 용량 라인업을 갖추고 있습니다. 보다 세밀하고 정확한 조절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지요.

특히 갑상선호르몬제는 반드시 공복에 복용하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일정 시간에 복용하는 것이 좋은데 특히 아침 식전 1시간을 가장 추천합니다. 이렇게 공복에 복용을 권장하는 이유는 갑상선호르몬제 흡수가 음식물에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씬지로이드 홈페이지(www.synthiroid.com)에는 레보티록신과 음식의 상호작용이 다음과 같이 나와 있습니다.

“콩가루, 목화씨, 호두, 식이섬유와 같은 음식은 위장으로부터 씬지로이드를 덜 흡수하게 할 수 있습니다. 자몽쥬스는 레보티록신을 덜 흡수하게 할 수 있고 그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런 음식들을 먹는다면 의사에게 알려주세요. 당신의 씬지로이드 복용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꼭 콩가루 등이 아니더라도 많은 식물성음식에는 식이섬유가 들어 있습니다. 때문에 갑상선호르몬제는 음식과 반드시 일정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합니다.

갑상선호르몬의 흡수는 영양보충제나 약 성분과도 관계가 많습니다. 씬지로이드 홈페이지에 나온 내용을 이어서 보지요.

“철분과 칼슘보충제나 제산제는 레보티로신 흡수를 낮출 수 있습니다. 그래서 씬지로이드는 이런 제제 복용 4시간 전후로 복용해야 합니다.”

약학정보원에 나온 내용도 살펴볼게요.

“콜레스티라민, 철분제제, 알루미늄 함유 제산제와 병용 투여 시 이 약의 흡수가 지연 또는 감소될 수 있으므로 투여 간격에 주의하며 신중히 투여한다.”

철분이나 칼슘 등 미네랄성분은 종합비타민뿐 아니라 다양한 보충제에 들어있고 제산제의 경우에도 다양한 약 처방에 함유되는 경우가 많아 갑상선호르몬제는 반드시 단독으로 복용해야합니다.

간혹 공복에 복용해야한다고 말씀 드리면 위장장애가 있다고 싫어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레보티록신 부작용을 살펴보면 위장 자극은 나와 있지 않아요. 단지 고용량 복용 시 교감신경 작용이 강해지기 때문에 복통이나 메스꺼움, 입맛이 떨어지는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것은 위염 같은 직접적인 위장 부작용이 아니어서 식후 복용한다 해도 증상이 완화되지 않습니다.

또 충분한 물과 함께 복용하지 않으면 정제 자체가 위점막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약제성 식도염, 위염 등을 유발할 수 있어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할 때는 충분히 물을 마셔야합니다. 식도염이나 위염이 발생했다면 별도로 치료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 하나. 바로 몸 상태에 따라 필요한 갑상선호르몬 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 검사를 하고 적정 용량을 처방받았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필요농도가 달라져 갑상선기능항진증 또는 갑상선기능저하증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김정환 님은 이 경우에 해당합니다. 오랫동안 검사를 받지 않고 같은 호르몬 용량으로 복용하면서 갑상선호르몬 농도가 높아진 것이죠. 때문에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증상들이 나타났던 것입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휴식을 취하거나 보충제, 한약제제 등을 복용해도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합니다. 호르몬제 농도를 조절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죠. 전문가들은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하는 경우 적어도 6개월에서 일 년에 한 번씩은 정기 혈액검사를 받을 것을 권장하고 있어요.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 피로감이나 무기력증 때문에 고생하신다고요? 이런저런 보충제를 드셔도 휴식을 취해도 개선되지 않는다고요? 그럼 복용 중인 갑상선호르몬제 농도를 의심해 보세요.

※ 참고

본문에 제시된 환자와의 대화는 이해를 돕기 위해 극적 재구성된 것입니다.

※ 참고문헌

Lauralee Sherwood, 《인체 생리학 제9판》, 강명숙 외 21 옮김, 라이프사이언스, 2016

J.G.Salway, 《한눈에 알 수 있는 의학 생화학》, 백영환, 범문에듀케이션, 2013

오카다 타카오, 《집중 강의 생리학》, 김동현, 장일성, 진영호, 신일서적, 2015

“여성이 주의해야 할 질병은 30대 갑상선, 40대 철 결핍 빈혈” 2019년 3월 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도 자료

“씬지로이드·안티로이드, 식후 복용 유의점은” 2017년 3월 3일 데일리팜 기사

“부광약품, 갑상선호르몬제 '씬지로이드정 0.025mg' 발매” 2019년 8월 16일 히트뉴스 기사

“[약 이야기]갑상샘 환자 100만명 시대. 약물 부작용은 '초기 관찰' 중요해요” 2019년 6월 28일 중앙일보 기사

※ 참고 사이트

https://webmd.com/

https://www.nlm.nih.gov/

https://www.synthroid.com

https://www.drugs.com

약학정보원 홈페이지 https://www.health.kr

국가건강정보포털 http://health.cdc.g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