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불씨 지핀 ‘SGLT-2억제제’…“당뇨치료제 넘어 신장치료제 넘본다”
희망의 불씨 지핀 ‘SGLT-2억제제’…“당뇨치료제 넘어 신장치료제 넘본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12.02 14: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최범순 은평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
신장은 수많은 모세혈관이 모인 사구체로 이뤄져있다. 특히 당뇨병을 오래 앓으면 작은 혈관마저 손상되는데 이때 사구체가 영향을 받아 신장기능이 점점 감소하게 된다. 당뇨병도 신장질환의 강력한 위험요인인 것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신장은 수많은 모세혈관이 모인 사구체로 이뤄져있다. 특히 당뇨병을 오래 앓으면 작은 혈관마저 손상되는데 이때 사구체가 영향을 받아 신장기능이 점점 감소하게 된다. 당뇨병도 신장질환의 강력한 위험요인인 것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당뇨병은 으레 뒤따라오는 합병증이 더 무섭다고들 말한다. 그중에서도 당뇨병환자들이 놓치기 쉬운 합병증이 바로 신장에 발생하는 ‘당뇨병성 신증’이다.

당뇨병성 신증은 고혈당에 의해 신장혈관이 손상되면서 여러 가지 이상증상이 나타나는 당뇨 합병증이다. 대한당뇨병학회의 통계결과에 따르면 30세 이상 당뇨병환자의 30.3%, 즉 10명 중 3명은 당뇨병성 신증을 앓는다고 알려졌다.

무엇보다 당뇨병은 신장기능을 소리 없이 서서히 떨어뜨린다. 눈(당뇨망막병증)이나 발(당뇨발)처럼 겉으로 보이기라도 하면 다행인데 신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데다 침묵의 장기여서 심각하게 손상될 때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다. 때문에 당뇨병성 신증은 어떻게서든 초기에 발견해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 말기신부전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도 최근 당뇨병성 신증환자들에게 값진 무기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제2형 당뇨병 치료에 쓰이는 ‘SGLT-2억제제’가 구체적인 연구결과를 통해 신장보호효과를 입증한 것이다.

은평성모병원 신장내과 최범순 교수(대한신장학회 학술이사/대한내과학회 간행이사)를 직접 만나 보다 자세한 얘기를 나눠봤다.

■알고 보면 혈관덩어리 ‘신장’

당뇨 합병증 중에서도 당뇨병성 신증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진다. 대다수가 당뇨병이 설마 신장 같은 장기에까지 영향을 미치리라곤 생각지 못해서다.

최범순 교수는 “신장은 양쪽 무게를 합쳐봐야 300g 내외의 작은 장기지만 알고 보면 수많은 모세혈관이 모인 사구체라는 단위로 구성된 혈관덩어리”라며 “당뇨병을 오래 앓으면 관상동맥처럼 큰 혈관뿐 아니라 작은 혈관들마저 손상되는데 이때 사구체가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사구체는 노폐물을 걸러 배출하는 필터역할을 한다. 따라서 당뇨병에 의해 사구체가 손상되면 여과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정작 빠져나가야 할 노폐물은 배출되지 못하고 단백질같이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가 소변으로 배출돼버리는 것이다.

당뇨병성 신증을 가장 확실하게 조기에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소변검사를 통해 미세알부민뇨가 검출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당뇨병성 신증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사구체과여과로 알부민뇨가 정상보다 조금씩 더 많이 나오기 시작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당뇨병성 신증을 가장 확실하게 조기에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소변검사를 통해 미세알부민뇨가 검출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당뇨병성 신증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사구체과여과로 알부민뇨가 정상보다 조금씩 더 많이 나오기 시작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소 1년에 한 번은 소변검사 꼭!

이러한 증상들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소변검사를 통해 미세알부민뇨를 측정하는 것이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정상 성인도 소변으로 하루 150mg 이하의 단백질을 소변으로 배출하는데 이때 단백질종류 가운데 알부민도 30mg 이내 배출된다. 그런데 당뇨병을 앓은 지 6년 정도 되면 사구체가 노폐물을 제대로 거르지 못하면서 이보다 더 많은 하루 30mg~300mg의 미세한 알부민이 소변으로 배출된다. 이 시기가 바로 당뇨병성 신증 초기다(미세알부민뇨기).

병이 더 진행해서 당뇨병을 앓은 지 12~24년 정도 되면 단백뇨기라고 해서 알부민이 300mg 이상 배출된다. 이 단계에서 병이 더 진행되면 결국 말기신부전으로 악화돼 투석치료나 신장이식을 고려해야한다.

최범순 교수는 “따라서 당뇨병환자들은 혈당체크와 더불어 최소한 1년에 한 번은 소변검사를 꼭 받아 알부민뇨를 확인하고 혈액검사로 신장기능이 정상범위에 있는지 살펴야한다”고 강조했다.

몸이 붓거나 거품뇨(특히 변기 물을 내려도 거품이 남아있는 경우) 등의 증상도 당뇨병성 신증을 의심해볼 수 있는 증상으로 빨리 소변검사를 받아봐야한다.

■이미 많이 진행됐다면 약물치료 필수

검사를 통해 미세알부민뇨 검출이 확인됐다면 혈당조절을 철저히 해야한다. 미세알부민뇨가 나오는 당뇨병성 신증 초기에는 혈당과 혈압을 열심히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당뇨병성 신증진행을 막을 수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당뇨병성 신증이 많이 진행돼 소변에서 알부민이 300g 이상 배출되는 상태라면 철저한 혈압조절과 생활습관개선은 물론, 약물치료가 필수다.

최범순 교수는 “2000년대 초 단백뇨를 줄여주는 약제로 RAS(Renin-Angiotensin System, 레닌-안지오텐신계) 차단제가 나와 당뇨병성 신증환자에게 널리 사용됐는데 그 이후로 나온 약제들은 효과가 없거나 있어도 미미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SGLT-2억제제의 신장보호효과가 구체적인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됐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범순 교수는 “SGLT-2억제제의 신장기능 보호효과가 입증되면서 당뇨병성 신증환자들에게 더 효과적인 치료옵션이 생겼다”며 “향후 당뇨병이 없는 환자들에서도 효과가 입증되면 당뇨치료제를 넘어 신장기능보호약제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범순 교수는 “SGLT-2억제제의 신장기능 보호효과가 입증되면서 당뇨병성 신증환자들에게 더 효과적인 치료옵션이 생겼다”며 “향후 당뇨병이 없는 환자들에서도 효과가 입증되면 당뇨병치료제를 넘어 신장기능보호약제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SGLT-2억제제’가 불러일으킨 희망

SGLT-2억제제는 본래 제2형 당뇨병치료제로 허가받았지만 심혈관계 혜택부터 신장보호효과까지 당뇨병 외 다양한 효능이 입증되면서 학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먼저 SGLT-2억제제는 2016년 심혈관계 사망위험감소 효과를 입증하며 희망을 선사했다. 여기에 더해 SGLT-2억제제는 최근 구체적인 연구결과를 통해 신장보호효과까지 입증했다.

SGLT-2억제제는 신장 내 단백질인 SGLT-2를 억제해 소변으로 당 배출을 촉진할 뿐 아니라 사구체과여과를 감소시켜 신장기능 보존에 도움을 주는 독특한 기전적 특징을 갖고 있다.

실제로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발표한 DERIVE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구체여과율(eGFR)이 45~59mL/min/1.73㎡인 제2형 당뇨병환자에서 SGLT-2억제제 투여 24주차 결과 위약 대비 당화혈색소, 체중, 공복혈당, 수축기혈압이 유의하게 감소됐다.

최범순 교수는 “약물치료가 필요한 당뇨병성 신증환자들에게는 그야말로 든든한 무기가 하나 더 생긴 셈”이라며 “최근에는 당뇨병이 없는 환자에서도 SGLT-2억제제가 신장기능을 보호할 수 있을지 확인하는 연구들이 진행 중이어서 결과가 좋다면 이 약제가 단순히 당뇨병약제가 아니라 신장기능보호약제로 자리매김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희망 딛고 의기투합한 학계

이러한 희망적인 연구결과들에 힘입어 관련 학회들도 의기투합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열린 대한당뇨병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는 대한신장학회와 대한당뇨병학회가 공동 세션을 마련해 SGLT-2억제제의 신장보호효과를 논의하는 진귀한 풍경이 펼쳐졌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당뇨병 가이드라인에도 SGLT-2억제제의 신장 관련 효과를 명시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당뇨병학회와 유럽당뇨병학회에서는 제2형 당뇨병 치료 공동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만성콩팥병이 있는 제2형 당뇨병환자에서 관련 근거를 갖춘 SGLT-2억제제를 우선 권고하고 있다.

새로운 당뇨병성 신증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 움직임도 활발하다. 최범순 교수에 따르면 최근 엔도텔린 수용체 길항제(ERA, Endothelin Receptor Antagonist)는 좋은 연구결과들이 나오면서 새로운 당뇨병성 신증 치료제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또 1세대 미네랄코티코이드수용제 저해제(MRA, Mineralocorticoid Receptor Antagonist) 약물 스피로노락톤의 경우 고칼륨혈증을 발생시켜 많이 사용하지 못했는데 최근 이를 감소시키는 3세대 약물 미네랄코티코이드수용체 저해제가 개발된 상태다.

최범순 교수는 “이러한 움직임은 SGLT-2억제제와 더불어 당뇨병성 신증 치료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희망의 변화들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환자 분들도 절망하시지 말고 저희와 함께 손잡고 적극 치료에 임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