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보호자들 위한 따뜻한 보금자리 되겠습니다”
“장애아동‧보호자들 위한 따뜻한 보금자리 되겠습니다”
  • 최준호 기자 (junohigh@k-health.com)
  • 승인 2019.12.05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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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재활병원 이숙희 부장
이숙희 부장은 “의학이 발달하면서 뇌병변이 있는 장애아동수가 줄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른둥이 같이 뇌병변 고위험군에 속해 생존하기 힘들었던 아이들의 생존율이 높아져 장애아동수는 이전과 비슷하다”며 “이런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생활하기 위해서는 소아전문 재활치료가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물컵에 물을 따라 마신다. 수저를 이용해 밥을 먹는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세안을 한다. 옷장에서 옷을 꺼내 입는다.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듣는다. 필기구를 이용해 글씨를 쓴다.

지금 나열한 행동들은 정상적인 아동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일과지만 뇌병변이 있는 장애아동에게는 모두 도전이다. 수저를 들어 올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음식을 삼키는 등의 기본적인 행위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뇌병변이 있는 장애아동은 간단해 보이는 행위도 천천히 반복적으로 체화해야한다.

“재활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뇌병변으로 장애가 있는 아이에는 더욱 세심한 재활치료가 필요합니다.”

서울재활병원 이숙희 부장은 소아재활치료는 장애아동들의 삶과 직결된 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아동들이 웃을 때면 힘을 얻는다며 불철주야 노력하는 이숙희 부장을 만나 그가 펼치고 있는 재활치료에 대해 들어봤다.

■뇌병변 장애아동에게 꼭 필요한 소아재활치료

뇌병변이 있는 장애아동들은 발달지연이 가장 큰 문제다. 발달지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뇌가 발달하기 이전 혹은 발달하는 과정에서 뇌에 손상이 일어나 자세나 운동에 이상이 발생하는 뇌성마비다.

“뇌성마비로 발달지연이 온 아이들은 근육이 뼈성장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근골격에 변형이 옵니다. 예컨대 무릎을 잘 펴지 못하거나 앉은 자세로 오래 생활하다 보니 신체가 그대로 굳어버리는 것이죠. 음식을 먹는 행위도 어렵다 보니 영양결핍으로 인한 합병증의 가능성도 커집니다.”

재활치료는 뇌병변으로 인한 장애정도와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이숙희 부장은 “뇌는 구조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가소성’이 있다”며 “장애아동에게 꾸준히 재활치료를 시행하면 발달단계에 맞춰 필요한 기능들을 습득할 수 있고 장애정도를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숙희 부장은 “장애아동과 부모가 이 세상에서 잘 살 수 있도록 돕는 치유의 통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실증적연구 바탕으로...차별화된 ‘섭식클리닉’ 시행

뇌병변이 있는 장애아동들을 괴롭히는 것은 ‘섭식장애’로 인한 합병증이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아동이 잘 먹을 수 있도록 돕는 ‘섭식치료’가 필수.

일반적인 ‘섭식치료’가 단순히 먹는 방법을 학습시키는 행동교정 위주라면 서울재활병원은 여기에 더해 ‘감각처리’ 능력까지 개선시키는 보다 세심한 재활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연구를 통해 섭식장애가 있는 장애아동들은 소화나 뇌와 관련된 기저질환이 없는데도 잘 먹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검사를 해보니 단순히 구강이 예민하거나 근육에 문제가 있어서 그랬던 것이 아닙니다. 신체전반에 촉각과 관련한 감각처리기능에 문제가 있어 음식을 잘 먹지 못했던 것이죠.”

이숙희 부장은 “장애아동들에게 음식을 손으로 직접 만져보게 하거나 냄새를 맡아보게 한다”며 “이 같은 감각치료를 통해 장애아동들은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익숙하게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아보호자들이 찾고 원하는 서울재활병원

이숙희 부장은 최근 3개월 동안 미국 케네디 크리거(Kennedy Krieger Institute) 발달장애센터를 방문해 연수를 받았다. 그는 연수기간 동안 가장 감명받은 것으로 장애아동들이 치료받고 생활하는 공간적인 부분을 꼽았다. 이는 서울재활병원의 현실과 크게 맞닿아 있었다.

“케네디 크리거의 섭식클리닉은 아이들이 치료받는 공간이 목적에 따라 나뉘어있었습니다. 재활이 이뤄지는 치료실과 이를 준비하기 위한 준비실이 분리돼 있었고 치료 중간에 아이들이 쉴 수 있는 공간까지 따로 마련돼 있었습니다.”

이숙희 부장은 “장애아동이 받는 재활에는 섭식치료뿐 아니라 물리치료, 작업치료 등 다양하다”며 “공간이 넓고 쾌적할수록 더 많은 아이들에게 더 나은 재활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원 21년째를 맞는 서울재활병원은 국내 최초로 소아재활병동을 구축하면서 입소문을 타 많은 보호자들이 병원을 방문하고 있다. 현재 서울재활병원의 외래 대기자수는 2000명이 넘는다. 이들을 다 치료하려면 4년이 넘게 걸린다. 이렇게 지연되는 이유는 공간적인 한계 때문이다.

“서울재활병원의 모든 임직원은 열성을 가지고 최상의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공간적인 한계 때문에 병원을 방문하는 장애아동들과 보호자들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숙희 부장은 “공간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나라에서 정해진 수가로만 이뤄진 치료뿐 아니라 더 많은 종류의 재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서울재활병원이 장애아동과 그 가족에게 안식처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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