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암, 수술 안 하는 방법도 있답니다”
“직장암, 수술 안 하는 방법도 있답니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12.0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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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치료 길 연 직장암 명의 이길연 경희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변했다. 이제는 같은 암이어도 어떻게서든 환자마다 다른 암의 특성을 찾아내 그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를 시행하자는 주의다. 환자별로 다른 치료전략을 모색하는 이른바 ‘정밀의학’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정밀의학은 이미 다양한 암종에서 활발하게 적용 중이다. 유방암, 폐암 등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직장암’도 다른 암 못지않게 정밀의학이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희망적인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일찍이 두 팔을 걷어붙인 의사가 있다. 직장암 명의로 저명한 이길연 경희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가 그 주인공. 그는 영국 로얄 마스덴병원에서 진행하는 트리거임상시험의 국내 책임연구자로서 활발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길연 교수를 직접 만나 직장암에 찾아온 희망적인 변화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대장암은 항문 입구로부터 12~15cm까지는 직장암(빨간색 동그라미 부분), 그 외의 대장 부위에 발생하면 결장암으로 분류된다.

■새 전기 맞은 직장암 치료

직장암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알고 보면 대장암의 일종이다. 대장암은 암이 움튼 위치에 따라 병명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직장암은 대장의 맨 마지막 부분, 즉 항문과 바로 연결돼있는 직장에 발생하는 암이다.

특히 직장암은 수술 후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는 암으로 악명 높다. 암이 항문과 가까운 곳에 발생하면 항문을 절제하게 되면서 수술 후 잦은 배변, 하복부 불편감, 변실금 등이 나타나 일상생활에 큰 제약이 생긴다.

이럴 바에야 ‘당장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는 차라리 수술을 좀 미루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싹트면서 직장암 치료도 새 전기를 맞게 됐다.

■수술 안 하고 직장암 치료한다

국내에서는 이길연 교수가 일찍이 발 벗고 나섰다. 그가 영국 로얄 마스덴병원과 함께 진행 중인 트리거임상시험은 방사선치료 후 완전관해가 온 직장암환자의 수술을 연기하는 국제임상시험이다.

“직장암은 수술 전 항암화학방사선치료를 시행하면 환자의 약 20%에서 암이 완전히 사라지는 완전관해가 옵니다. 과거에는 이렇게 돼도 혹시 남았을지 모를 암을 우려해 무조건 수술하는 것이 표준치료였죠. 그런데 영국의 로얄 마스덴병원 등 세계적인 암센터에서 완전관해가 온 환자들은 수술을 생략하고 추가적인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는 임상연구를 시작하면서 수술 안 하는 직장암 치료가 본격 논의됐답니다.”

이길연 교수에 따르면 임상연구결과 환자의 약 10~20%에서 다시 암이 자라게 되는데 그때 발견해도 환자의 90% 이상은 다시 수술로 치료할 수 있으며 생존율 역시 처음부터 수술한 환자와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이길연 교수는 “직장암환자들은 수술 후에도 크게 고생한다는 점에서 이 임상시험은 매우 의미있는 시도”며 “단 이것이 표준치료로 정립되려면 좀 더 많은 임상연구와 절차들을 거쳐야 하기에 현재 로얄 마스덴병원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길연 교수는 “과거만 해도 직장암은 수술적치료가 위주였다면 이제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수술을 생략하고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른 방법을 시도하는 방향으로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영상의학기술 정밀의학 원동력으로!

정밀의학은 암환자별로 다른 치료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핵심포인트다. 그 첫 단추는 환자가 지닌 암의 생물학적 특성을 세밀하게 파악하는 것. 여기에는 유전자분석기술과 영상분석기술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고 한다.

“과거에는 일단 수술부터 하고 봤다면 이제는 수술 전 세밀한 영상의학적검사와 유전자검사 등을 시행해 수술을 뒤로 미룰 수 있는 치료방법들을 찾고 있습니다. 특히 트리거임상시험에서는 MRI 영상판독(영국 로얄 마스덴병원 지나 브라운 교수 개발)을 통해 항암방사선치료환자의 완전관해 여부를 알아냈죠. 요즘은 영상의학기술이 발전해 암의 특성을 보다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답니다. 발전된 영상의학이 정밀의학의 또 다른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길연 교수는 “직장암환자들은 먹는 것 하나에도 예민해지지만 음식에 너무 제한을 둘 필요는 없다“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회복되면 다른 음식에도 조금씩 적응해가면서 고루 잘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환자와 함께 치료전략 모색하는 시대!

정밀의학은 진료실 풍경마저 바꿔놨다. 이제 전문가인 의사가 알아서 치료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도 적극 의견을 내면서 함께 치료전략을 짠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직업, 나이 등 환자 삶의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의사 입장에선 아무래도 완치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지만 그 길이 환자에게 고통스럽거나 현재 생활에 맞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최종 결정권은 환자에게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합니다.”

이길연 교수의 남다른 노력은 값진 열매로 돌아왔다. 이길연 교수는 올해 암 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국가암관리 사업발전과 암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했다.

이길연 교수는 “정밀의학이 좀 더 온전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남은 연구절차들을 차근히 수행할 계획”이라며 “더 많은 환자가 정밀의학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내년에도 발 벗고 나서겠다”고 힘찬 각오를 밝혔다.

이길연 교수가 의료계에 전할 또 다른 낭보(朗報)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TIP. 이길연 교수가 권하는 직장암 예방·관리법

1. 대장암 국가검진 놓치지 말기
2. 검진연령 아니어도 배변습관 변하거나 혈변 등이 보이면 빨리 대장내시경검사 받아보기
3. 제철과일·채소 고루 섭취하기(직장암에 좋은 음식만 고집하기보단 어느 정도 회복되면 다른 음식도 고루 먹는 것이 좋음. 예를 들어 현미 같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은 초기엔 조심해야하지만 장기능 회복 후에는 섭취 권장)
4. 술, 담배는 이유막론하고 무조건 피하기
5. 환우회활동이나 치유프로그램 등에 참여해 암에 대한 두려움 극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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