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부외과의사는 정형외과 해결사죠”
“수부외과의사는 정형외과 해결사죠”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12.0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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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명의] 박일중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박일중 교수는 “수부외과 의사는 수부환자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문제로 고통을 받는 환자들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 정형외과 안에서도 그야말로 해결사로 통한다”고 말했다.
박일중 교수는 “수부외과 의사는 수부환자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문제로 고통을 받는 환자들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 정형외과 안에서도 그야말로 해결사로 통한다”고 말했다.

신체에서 가장 섬세하면서도 움직임이 많은 장기가 바로 ‘손’이다. 더구나 약 30개의 뼈, 24개의 힘줄 그리고 그 안에는 인대, 혈관, 신경, 근육 등으로 구성돼 한 번 다치면 치료가 만만치 않다. 특히 가는 실과 바늘로 1 mm보다 작은 혈관과 신경을 연결해야하는 수부수술은 정형외과 수술 중에서도 최고 난이도로 꼽힌다.

이 어려운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과가 바로 수부외과이다. 수부외과는 정형외과, 성형외과의 많은 분과 중에서도 가장 공부하기 어렵고 일이 힘들다고 알려져 전공으로 택하는 의사들도 많지 않다고.

하지만 박일중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자부심을 갖고 나날이 환자들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있다.

박일중 교수는 “수부외과 의사는 같은 정형외과 의사들 사이에서도 해결사로 통한다”며 “존경하는 김형민 교수님(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께서 해주신 이 말씀을 늘 가슴 깊이 새기면서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 정형외과를 선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인턴 시절 응급실 근무를 하던 중 교통사고로 정강이뼈가 부러져 밖으로 튀어나온 환자를 보게 됐다. 단순한 골절이 아니라서 응급처치를 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때 정형외과 선생님들이 내려와 망설임 없이 응급처치를 하는 것이었다. 이후 환자는 수술방으로 옮겨져 더 이상의 상황은 알지 못했다. 그런데 며칠 뒤 그 환자가 정말 행복한 표정으로 휠체어를 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환자의 고통을 행복으로 바꿔줄 수 있는 정형외과가 너무나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 정형외과 안에서도 수부외과는 좀 생소한데.

정형외과는 어깨, 수부, 척추, 고관절, 무릎, 발목, 소아, 종양 등 여러 분야로 세분화돼 있다. 그 중 수부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섬세해야한다. 다른 분과는 주로 많이 하는 수술들이 정해져 있지만 수부는 10명을 수술하면 10명 모두 다른 진단으로 다른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나의 경우도 골절, 인대수술, 신경수술, 힘줄수술, 혈관수술, 종양수술, 선천성기형 등 다양한 수부질환을 치료하고 있다. 수부수술이 유독 까다롭고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는 이유다.

- 기억에 남는 환자 사례를 꼽는다면.

10여년 전 한 여학생이 다른 병원에서 수술 중 패혈성 쇼크에 빠져 부천성모병원 중환자실로 왔다. 당시 환자는 혈압이 50/30까지 떨어져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다. 여러 가지 약물 치료를 통해 다행히도 환자의 상태는 호전됐지만 승압제를 사용해 혈압을 잡는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환자의 양쪽 손가락과 발가락 20개가 모두 괴사 상태에 빠졌다. 이미 괴사된 조직을 살릴 수는 없었기에 모든 괴사조직을 다 절단할 수 밖에 없었다. 

- 환자의 수술 후 경과는 어떠했나.

절단 직후에는 밥 먹는 것도, 세수하는 것도 혼자서는 할 수 없었다. 이런 경우 많은 환자가 정신적인 고통까지 호소하는데 이 환자는 항상 밝은 모습이었다. 김형민 교수님과 함께 손의 기능의 40%를 담당하는 엄지 손가락을 만드는 수술을 했다. 정상보다는 못하겠지만 수술 후 손의 기능이 많이 회복돼 혼자서 글씨도 쓰고 핸드폰도 작동할 수 있게 됐다. 퇴원 후 정기적으로 외래 진료를 보고 있는데 그때마다 너무나 밝고 건강한 모습이어서 참 감사했다.

- 수술뿐 아니라 재활치료도 매우 중요할 것 같은데.

정형외과 의사들 중에는 “재활은 내 영역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진단과 수술까지만 나의 일이고 재활은 다른 과에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부외과 의사는 수술만큼 재활치료를 중요하게 생각해야한다. 아무리 수술이 잘 돼도 재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환자의 결과는 안 좋을 수밖에 없다. 

나는 외래에서 재활이 필요한 환자들을 자주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환자에게 먼저 다가가 재활을 도와주지 않으면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환자 진료 시 “어제보다 더 나아지셨네요. 내일은 더 잘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작은 격려가 환자들에게는 한 걸음 더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 수부외과 전문의로서 힘든 점은 없나.

내가 힘든 것보다 환자들이 안쓰럽다. 특히 근로복지공단 산업재해보상보험 심사위원회 위원으로서 산재환자들을 많이 만나는데 이때 특히 안타까움이 크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로 동남아에서 온 근로자 한 분이 있다. 이 환자는 사고로 팔을 절단한 후 절단부에 혹이 생겨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고 결국은 부천성모병원까지 오게 됐다. 산재문제로 우리 병원에서 치료가 힘들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내가 환자를 치료해보겠다고 나섰다.

결국 3번에 걸친 수술과 약물치료로 통증은 상당히 경감됐다. 그 사이 환자는 한국에서 결혼을 했고 몇 년 뒤 외래로 부인과 함께 찾아와 고마움을 전했는데 그때 진정으로 보람을 느꼈다. 아직도 일부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함부로 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들까지도 관심을 갖고 품어주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은?

장애환자 중 약 60%는 팔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자이다. 그만큼 손의 문제로 삶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수부외과와 관련한 수가가 낮다 보니 대형병원에서는 수부수술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수부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맞는 수가의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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