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꿩 대신 닭? 맛은 그럴지라도 효능은 오리와 비슷!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꿩 대신 닭? 맛은 그럴지라도 효능은 오리와 비슷!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12.1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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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꿩고기는 과거 흔히 먹었던 고기 중 하나다. 최근 방송을 통해서 꿩장(-醬)을 접한 적이 있다. 꿩고기로 장을 담가놓고 상시 먹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있는 것을 보면 과거에도 그렇게 쉽게 먹을 수 있는 고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과 달리 꿩은 과거 산과 들에 비교적 흔하게 살았던 새였다. 과거 꿩은 제사상이나 폐백에 자주 올랐다. 꿩고기를 못 구한 경우 닭고기를 올렸다. 언제부터인가 닭고기가 올라오는 것을 보면 꿩이 귀해지긴 했다.

닭은 한자로 계(鷄)라고 부르고 꿩은 치(鴙)라고 한다. 그런데 꿩은 다른 이름으로 야계(野鷄)라고도 부른다. 야생에 사는 닭이라는 의미다. 과거 중국에서 꿩을 치라는 단어 대신 야계라고 주로 불렀던 이유는 한나라 여태후의 휘(諱)가 중국발음으로 ‘치’ 자를 쓰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야계라고 이름 지었다는 말이 있다.

이름을 보면 꿩과 닭을 비슷하게 취급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꿩 대신 사용했던 고기가 바로 닭이었다. 꿩을 먹고서는 시치미를 뗀다는 말로 ‘꿩 먹고 닭다리를 내민다’는 속담도 있다. 꿩고기의 색과 맛 그리고 식감은 닭고기와 비슷하고 꿩발이 닭발과 서로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속일 수 있었을 것이다.

꿩고기는 주로 암꿩을 먹었던 것 같다. 전라도 민요에 보면 ‘까투리 타령’이 나오는데 까투리는 암꿩을 부르는 이름이다. 수꿩을 일컫는 장끼를 잡으러 간다는 표현이 없는 것을 보면 암꿩의 맛이 더 좋았을 것 같다.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아준다’는 속담 또한 암탉이 더 식감이 부드럽고 맛이 좋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꿩고기는 닭고기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효능만큼은 닭이 꿩을 대신할 수 없다. 꿩고기와 닭고기는 기운을 북돋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꿩고기는 기운이 서늘한 반면 닭고기는 기운이 따뜻하다. 따라서 꿩은 피부의 부스럼과 궤양을 치료한다고 했고 닭은 풍(風)과 화(火)를 조장한다고 했다.

이렇게 꿩의 기운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가 있다. 방송에서 “꿩장은 겨울에 담가놓고 먹으면 몸이 따뜻해진다”고 소개했기 때문이다. 이 설명은 잘못된 것이다. 꿩은 기운이 서늘하기 때문에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은 없다.

꿩장으로 겨울철 몸을 따뜻하게 하고자 하는 목적이라면 정말 닭고기를 이용해 닭장을 담그는 편이 나을 것이다. 아마 꿩장을 먹고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있었다면 꿩장에 함께 들어간 고추장, 고춧가루, 조청, 생강, 마늘 등의 효능 덕분이었을 것이다.

꿩고기의 기운은 오리고기와 비슷하다. 오리고기도 기운이 서늘하다. 오리고기는 기운이 냉하기 때문에 열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 체질적으로 열이 많은 경우라면 닭고기보다 오리고기가 맞다.

지금은 흔하게 먹는 고기가 아니지만 제주도에 가면 꿩국수 등을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야생에서 잡은 꿩은 아니라도 꿩도 닭처럼 양식해서 키운 것들을 요리에 사용하고 있다. 약간의 독이 있어 사시사철 먹는 것보다 주로 겨울에 먹어야한다는 꿩고기. 일부러라도 한번 찾아 먹어봐야겠다.

꿩고기는 닭고기처럼 맛이 좋지만 효능은 기운이 서늘한 오리고기와 비슷하다. 맛은 꿩 대신 닭이지만 효능은 꿩 대신 오리가 맞다. 만일 꿩고기를 먹을 기회가 있다면 닭과 오리를 동시에 떠올려 보자. ‘꿩 대신 오리’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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