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치사율 높기로 악명 높은 ‘고양이 범백혈구감소증’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치사율 높기로 악명 높은 ‘고양이 범백혈구감소증’
  • 김성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12.1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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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김성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보호자 사이에서 고양이 흑사병으로 통하는 질환이 있다. 범백혈구감소증이다. 흑사병은 14세기 유럽에서 대유행해 당시 유럽 인구 3분의 1인 약 25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으로 불린다. 범백혈구감소증 역시 흑사병만큼이나 전염성이 강하고 치사율이 높다. 길고양이 무리에 범백혈구감소증이 돌면 대부분 개체는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최근 필자의 동물병원을 찾은 고양이 중 몇 마리도 범백혈구감소증으로 잇따라 목숨을 잃었다. 예방접종만 해줬어도 그런 불상사는 쉽게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고양이 보호자라면 이번 칼럼에서 다룰 ‘범백혈구감소증’을 주의 깊게 읽어보기 바란다.

범백혈구감소증은 파보바이러스에 감염돼 나타난다. 파보바이러스의 주요 타깃은 골수와 소장인데, 골수가 억압되니 질환 이름처럼 백혈구 생성량이 떨어지는 것이다. 백혈구는 몸을 지키는 장병이다. 그 수가 현저히 줄면 몸의 방어력이 붕괴하고 만다. 그래서 평소에는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던 감염체도 상당히 치명적인 존재가 된다.

파보바이러스는 감염된 고양이의 분변이나 체액을 통해 전파된다. 분변이나 체액과 접촉한 벼룩, 빈대, 음식, 신발 등으로도 전파될 수 있다. 따라서 집에서만 생활하는 고양이라고 해서 전혀 안심할 수가 없다. 파보바이러스는 일반적인 환경에서 1년까지도 살아남을 수 있다. 강한 소독제를 쓰지 않는 이상 잘 죽지도 않는다.

파보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감염 시점에서 3~10일(최대 15일) 후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증상은 다음과 같다. ▲탈수가 나타나거나 ▲피가 섞인 설사를 하거나 ▲기력이 없을 수 있다. ▲열이 나거나 ▲토하거나 ▲체중이 줄거나 ▲빈혈이 생길 수 있다. ▲자신의 등과 꼬리를 물어뜯기도 한다. ▲대변에서는 심한 악취나 락스 냄새가 나기도 한다.

범백혈구감소증은 진행이 매우 빨라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서둘러서 동물병원을 찾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환자가 미처 증상을 보이기도 전에 목숨을 잃을 때도 있다. 어린 고양이가 범백혈구감소증에 걸리면 치사율이 90%에 이를 만큼 높다. 5개월령 이하는 치사율이 이보다 조금 더 높다. 임신한 고양이에게 발병하면 유산될 수 있다.

안타깝지만 범백혈구감소증은 치료약이 따로 없다. 동물병원에서는 2차 감염과 탈수를 막기 위해 항생제, 수액처치를 진행한다. 물론 대증치료도 병행한다. 다행히 환자의 백혈구 수치가 상승하고 증상도 개선되면 무사히 회복해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

모든 질환이 그렇듯 예방이 최고다. 범백혈구감소증은 백신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다. 6~9주령부터 백신접종을 해주면 된다. 다묘가정에서 범백혈구감소증 환자가 생겼을 땐 환자가 사용했던 모든 물품을 깨끗이 소독해야 파보바이러스 전파를 막을 수 있다. 특히 어린 고양이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예방을 철저히 해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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