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꼭 ‘마음의 감기’만은 아닙니다”
“우울증, 꼭 ‘마음의 감기’만은 아닙니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12.3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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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울증 치료 명의 이상민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상민 교수는 “우울증 치료의 첫 번째는 심리적인 요인뿐 아니라 신체질환, 호르몬이상 등 여러 의학적 이상요인까지 두루 평가해 원인을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울증은 그저 마음이 아픈 병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심리적인 요인 외에도 신체적인 질병이나 자신이 먹는 약 때문에도 우울증이 올 수 있습니다.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지만 몸과 마음을 함께 들여다보고 치료해야하는 것이죠.”

이상민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2019년은 좀 특별했다. 진료하던 환자 분들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예상치 못한 이별을 경험했었는데 올해는 단 한 분과도 이별하지 않았다고.

우울증은 분명 좋아질 수 있는 병이고 의사가 얼마나 정성을 다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말하는 이상민 교수. 그를 직접 만나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우울증의 면면을 자세히 들었다.

■우울한 감정만 나타나는 건 아냐

평소 자주 우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내가 말로만 듣던 우울증에 걸린 건 아닌지 걱정한다. 하지만 실제로 우울증에 걸리면 단순히 우울한 감정만 나타나지 않는다.

이상민 교수에 따르면 우울증은 우울한 감정은 물론이고 무기력감, 불안·초조함, 집중력저하, 식욕·수면패턴 변화(잘 못 먹고 못 잠) 등 여러 가지 증상이 동반된다. 이 때문에 학업이나 업무 등 일상생활까지 어려워지면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이라고 할 수 있다.

■정확한 원인 감별…치료의 첫 단추

치료 역시 상담만 이뤄지지 않는다. 우울증은 심리적인 스트레스, 사회·환경적인 요인뿐 아니라 호르몬이상, 복용약물, 신체질환 등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어 신체이상을 확인하는 검사를 별도로 받아야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갑상선기능저하증 같은 호르몬이상질환이나 뇌종양 등은 드물게 초기증상으로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상담과 더불어 필요한 검사를 통해 사회·심리·신체적요인을 두루 평가하고 과연 어떤 요인이 환자의 우울증에 관여했는지 찾아내는 것이 치료의 첫 단추입니다.”

이상민 교수는 “상담만 받으려고 하면 오히려 숨어있는 큰 문제를 놓칠 수 있다”며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검사를 권유하는 경우에는 환자도 이를 적극 따라야한다”고 강조했다.

■입원치료 필요한 우울증도 있어

원인을 찾았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알맞은 치료계획을 짜게 된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치료에는 ▲세로토닌계열의 항우울제 복용 ▲상담치료 ▲경두개자기자극술 같은 뇌자극치료 등이 시행된다.

자살위험이 높거나 환각, 망상 등이 심하고 식욕저하로 영양실조 등이 우려되는 심각한 우울증환자는 2~3주간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이상민 교수는 “우울증은 불안장애, 알코올·도박중독 등 또 다른 질환으로 연결될 위험이 높아서 동반질환위험을 평가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치료과정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상민 교수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가 되자’는 신조로 환자 한 분 한 분 시간을 할애해 정성껏 진료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상민 교수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가 되자’는 신조로 환자 한 분 한 분 시간을 할애해 정성껏 진료하려 한다”고 말했다.

■호전 후에도 6개월간 유지치료 필수!

우울증은 이렇게 적합한 치료방법을 찾아 꾸준히 관리하면 분명 호전될 수 있는 병이다. 그런데 언제든 다시 고개를 들 수 있어 호전 후에도 최소 6개월가량은 재발을 막기 위한 유지치료를 해야한다. 많은 환자가 놓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우울증이 재발할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지내실 필요는 없습니다. 유지치료까지 성실하게 받고 일상의 리듬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마음 편히 지내십시오. 그러던 중 우울증 징후가 하나둘씩 느껴지면 지체 말고 주치의를 찾아오셔야 합니다.”

이상민 교수는 무리한 활동도 피하라고 당부했다. 혼자만 있는 건 당연히 좋지 않지만 무리해서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억지로 뭔가를 배우려고 하면 오히려 그게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저는 본인이 소화할 수 있는 생활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할 것을 가장 강조합니다. 자신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묵묵히 함께해줄 수 있는 모임에만 집중해도 충분합니다. 뭔가를 해보려고 결심하셨다면 유산소운동이나 명상, 요가, 필라테스, 스트레칭 등을 추천합니다.”

■환자와 눈높이 맞추며 마음 두드려야

우울증을 극복하려면 이처럼 환자들의 개인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한다. 그런데 이렇게 되기까지는 의료진 나름의 방법으로 환자들의 닫힌 마음을 활짝 열어야한다고.

“무엇보다 우울증이 오면 생각이나 감정이 부정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약 드셔야합니다“라는 말도 강요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왜 우울증이 왔고 이를 해결하려면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환자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이상민 교수는 “의사가 정성을 쏟을수록 환자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며 “모든 진료를 마친 후에도 외래에 남아있는 환자들에게 다가가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고 다시 설명해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힘내’보단 ‘도와줄 일 없을까’ 질문을!

가족과 주변 지인의 노력도 우울증 극복에 큰 힘이 된다. 단 여기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무조건 ‘힘내’라고 얘기하는 건 오히려 우울증환자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있습니다. 우울증이 심할 때는 ‘네가 힘든 상황이니까 내가 도와줄 부분은 없을까?’라고 의견을 구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또 우울증환자들은 순간적으로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주변에서 ‘네가 고민하고 있는 것들은 치료 후에 결정해도 절대 늦지 않는다’는 것을 꼭 알려줘야합니다.”

인터뷰 말미, 올해 별 성과 없이 어영부영 보낸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더니 “꼭 결과물을 내야만 한 해를 잘 보냈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조언을 건넸다.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으면 그걸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열매를 맺은 것이라고. 

어떤 연구성과를 낸 것보다 단 한 명의 환자도 잃지 않아서 참 기쁘고 감사한 해였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진짜 의사의 모습을 봤다.

TIP. 이상민 교수가 강조하는 ‘우울증’ 이것만은!

1. 무리하지 말고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활동을 즐기면서 일상의 리듬 유지하기

2. 유산소운동, 명상, 스트레칭 등 신체이완을 돕는 활동 꾸준히 해보기

3. 우울증 호전 후 다시 징후가 느껴지면 바로 병원 방문하기

4. 가족과 주변 지인들은 ‘힘내’라고 강요하기보다 도와줄 일이 없는지 의견 구하기

5. 환자가 급하게 뭔가를 결정하려고 할 때는 치료 후 해도 늦지 않다는 것 인지시켜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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