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한 ‘두경부암’…환상의 팀워크로 완벽히 잡겠습니다!”
“생소한 ‘두경부암’…환상의 팀워크로 완벽히 잡겠습니다!”
  • 최준호 기자 (junohigh@k-health.com)
  • 승인 2020.01.0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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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 암병원 두경부암 다학제 팀
은영규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 이정우 경희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
은영규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오른쪽)와 이정우 경희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왼쪽)는 2013년 두경부암 완전타파를 위해 협진팀을 구성했고 현재는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흡연과 과음은 각종 암 발병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 모두가 알 것이다. 그런데 높은 상관관계를 넘어 흡연과 과음이 암 발병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암종이 있다. 바로 두경부암이다.

두경부암은 눈과 뇌를 제외한 얼굴, 목에서 발생하는 암 전부를 통틀어 일컫는다. 발생부위에 따라 구강암, 설암, 타액선암, 편도암, 비인두‧구인두‧하인두암, 후두암, 부인두공간암, 갑상선암 등 다양하다.

두경부암은 겉으로 들어나는 얼굴과 목에서 치료가 이뤄지다보니 단순히 종양을 제거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치료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는 외관적, 기능적 변화를 보완하기 위한 재건술과 재활치료가 반드시 동반돼야한다.

이는 은영규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와 이정우 경희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가 두경부암 맞춤형 정밀재건 치료시스템을 구축한 배경이다. 두 교수가 손 잡고 의료현장에서 어떤 상승효과를 내고 있는지 들어봤다.

은영규 교수는 “두경부암은 금연‧금주가 유일하고 최선의 예방법”이라며 “얼굴과 목에 발생한 이상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두경부암을 의심하고 병원을 방문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두경부암 맞춤형 정밀재건 치료시스템...이비인후과‧구강악안면외과 주축

은영규 교수와 이정우 교수는 2013년 두경부암 치료를 위한 협진체계를 구축, 현재는 완성체계를 갖추고 진료에 힘쓰고 있다. 이비인후과에서는 혀 같은 연조직에서 발생한 암 절제 및 임파선 절제술을 시행하고 구강악안면외과에서는 뼈와 같은 경조직의 암 절제 및 재건술이 이뤄진다.

은영규 교수는 “예컨대 구강암 환자를 수술할 때 제가 먼저 임파선 등 연조직에 분포된 암 조직을 제거한다”며 “이후 이정우 교수가 하악골이나 치아 등 뼈 쪽에 발생한 암을 제거한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한 명의 두경부암 환자를 두 명의 교수가 치료하는 것. 수술시간을 반 이상 줄일 수 있고 환자에게 보다 세심하고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술로 발생하는 얼굴의 뼈 손실 및 처짐은 이정우 교수가 재건술로 보완한다. 이정우 교수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심미적으로도 기능적으로도 뛰어난 재건술을 펼치고 있다.

이정우 교수는 “수술 전에 3D프린팅으로 이식해야 할 모형을 미리 만들어 놓고 실제 수술에서는 모형을 보고 비골(종아리뼈)을 성형한 뒤 바로 얼굴에 이식한다”며 “수술도중 얼굴모양에 맞춰가며 비골을 성형하는 것보다 시간이 훨씬 단축되고 미용적으로도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10개 진료과 협진...수술 전후 재활까지 마련

두경부암은 다른 암종과 달리 말하기, 숨쉬기, 음식물 삼키기 등 기능적인 부분과 연관이 많다. 따라서 치료도 기능적인 부분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암을 제거하는 것이 관건이다.

은영규 교수는 “환자상태에 따라 수술이 적합할 수도 있고 방사선수술이 적합할 수도 있다”며 “치료 전 10개가 넘는 진료팀으로 구성된 다학제팀과 환자가 한 곳에 모여 어떤 치료법이 좋을지 논의하며 계획을 세운다”고 말했다.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암병원 두경부암 다학제팀은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방사성종양학과 ▲종양혈액내과 ▲이비인후과 ▲마취통증의학과 ▲성형외과 ▲구강악안면외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를 비롯해 암스트레스클리닉과 영양팀으로 구성됐다.

이정우 교수는 “수술 후 환자의 삶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크게 변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재활과 심리치료는 수술이나 방사선치료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두경부암 치료프로그램에 연하재활(음식물을 씹고 삼키는 훈련)프로그램, 음성재활프로그램,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들의 진료까지 포함된 이유”라고 말했다.

이정우 교수는 “암에 걸렸다고 우울감에 빠지기 보단 사회로 복귀하고 행복한 마음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금연‧금주 필수...증상 2주 지속되면 의심해야

두경부암은 생소해서 증상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얼굴이나 목에 평소 없던 이상증상이 나타나는지 주의깊게 살피면 된다.

은영규 교수는 “대표적으로 구강암은 입에 통증을 유발하는 궤양이 생기고 후두암은 쉰 목소리가 난다”며 “더불어 입안에 상처나 목에 혹이 생겨 음식을 먹을 때 통증이 있거나 삼키기 어려운 상태 등이 2주 이상 지속되면 두경부암을 의심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예방법은 간단하다. 은영규 교수는 “두경부암은 원인이 분명하기 때문에 금연하고 금주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당부했다.

모든 암이 그렇듯 두경부암도 조기에 진단하면 쉽게 치료할 수 있다. 두 교수는 두경부암 환자에게 위축될 필요가 전혀 없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이정우 교수는 “얼굴에 결손(어느 부분이 없거나 잘못되어서 불완전함)이 생기면 채우면 되고 흘러내리면 다시 올려주면 된다”며 “살려는 마음만 굳게 먹어주시면 반드시 원하는 삶을 살게 해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뷰가 끝나기 무섭게 두 교수는 모니터 앞으로 달려가 환자사진을 보며 수술방향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희망의 메시지가 확신의 메시지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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