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장질환자 절반 이상 병원 찾아 삼만리”
“염증성장질환자 절반 이상 병원 찾아 삼만리”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12.3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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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장연구학회 설문조사결과 발표
대도시 지역 외 인프라 부족…20% 이상 확진에 1년 이상 소요
전신질환 동반에 정신적 고충까지, 의료비부담도 만만찮아

호전과 악화를 반복해 한 번 발생하면 평생 함께 가야하는 염증성장질환.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찾아 꾸준히 관리하면 충분히 증상 조절이 가능한 질환이지만 긴 치료여정만큼이나 환자들은 신체·정신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의 애로사항은 대한장연구학회가 ‘2019 행복한 장(腸) 해피바울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난 9~10월 실시한 설문조사(국내 염증성장질환 환자 439명 대상)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이 갖고 있는 전신성 동반질환

■전신질환 동반으로 이중고, 정신적인 고충도 커

염증성장질환은 소장과 대장 등 소화기관에 지속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만성소화기질환으로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이 대표적이다.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장내세균 등의 환경적인 영향과 이에 대한 면역반응 이상이 발병원인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염증성장질환은 수주 또는 수개월에 걸쳐 설사, 혈변, 복통, 체중감소, 심한 피로감 등이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완치되지 않고 한 번 발생하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기 때문에 일단 증상을 가라앉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관해’ 상태를 목표로 치료한다.

그런데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은 주요 증상 외에도 전신에 동반되는 다른 질환 때문에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 염증성장질환 이외 전신성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는 10명 중 3명 이상인 34.4%에 달했다. 동반질환 또는 증상으로는 관절증상이 37.3%로 가장 높았고 이어 류마티스관절염 16.7%, 외음부/구강궤양 16%, 건선 12.7%, 강직성척추염 5.3% 순이었다.

이는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질환으로 인해 ‘종종 무기력하다고 느낀다’는 응답이 56.3%, ‘불안하고 우울하다고 느낀다’가 44%로 정신적 고충 역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질환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꽤 심각했다. 염증성장질환이 일상생활에 미친 영향은 10점 만점 기준 3.97로 조사됐고 생산성에 미친 영향은 3.78점으로 나타났다. 주된 불편함으로 ‘통증과 불편함 경험’이 39.4%였고 ‘계획했던 일을 하지 못함’이 31%,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함’이 27.8% 등으로 조사됐다.

비용부담으로 인한 치료 중단 경험 및 중단 이후 예후
비용부담으로 인한 치료 중단 경험 및 중단 이후 질환의 예후

■생물학적제제로 효과 봐도 의료비 지출 만만찮아

다행히 치료제의 개발 덕분에 염증성장질환 환자 5명 중 1명(20%)은 생물학적제제와 면역조절제를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유병기간이 길수록 생물학적제제 사용빈도가 높았는데 유병기간이 5년 이상인 환자의 50%가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했으며 이로 인해 응답자의 60% 이상이 증상이 거의 없는 관해기에 도달했다고 답했다. 치료가 질환조절에 효과적이라는 응답도 60.6%에 달했다.

그래도 염증성장질환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보니 의료비 지출이 만만치 않다.

실제로 환자들은 월평균 약 18만원, 연평균 약 200만원 정도의 진료비(외래진료비+약제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입원이라도 하면 1회당 평균 약 190만원, 수술 시에는 평균 약 260만원을 소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응답자들의 소득수준을 조사한 결과 고정급여를 받는 업무에 종사하는 환자는 41.2%에 그쳤고 직업이 없는 경우도 13%로 나타났다. 환자 개인의 월평균 소득은 100만원 미만이 45.6%를 차지했고 가구 월평균 소득도 200만원 미만이 15.7%를 차지하는 등 전반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지 않았다.

소득수준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비 부담이 크다 보니 치료를 미루거나 중단하는 환자들도 많았다. 비용 부담으로 인해 치료를 지연하거나 중단했다고 답한 환자가 11.6%에 달했고 이후 상태가 악화됐다고 응답한 경우는 10명 중 8명(80.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지 외 시도 병원 방문비율 및 사유

■확진되기까지 긴 시간, 간접비 부담도 상당

환자들은 염증성장질환을 확진받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거주지역에 염증성장질환 치료병원이 없어 시도의 병원을 방문한다는 환자가 52.6%로 과반수 이상이었다. 찾는 지역으로는 서울 55.4%, 경기 10.5%, 부산 7.5%, 대구 6.4%, 광주 3.9% 순으로 대도시 이외 지역의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염증성장질환을 확진받는 데 1년~2년 미만이 걸렸다고 답한 응답자는 10.9%였고 심지어 2년 이상~5년 미만이 걸렸다는 응답자도 16.4%에 달해 27.3%는 진단에 1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병원 방문 시 주로 동행하는 사람은 부모가 59.4%, 배우자 27.4%, 기타 가족이 9.6% 순으로 나타났으며 환자가 입원할 경우 부모, 배우자, 자녀 등의 가족들이 간병하는 경우는 50.3%로 가족들이 병원 동행, 간병 등을 하면서 발생하는 간접비 부담도 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산정특례 등 제도적 지원에 대한 인식 부족

이번 조사에서는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과 관련한 제도적 지원에 대한 인식도 살펴봤다.

현재 염증성장질환은 중증 희귀난치질환으로 분류돼 산정특례혜택을 받고 있다(환자가 병원비의 10%만 부담).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97.7%도 현재 산정특례혜택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2016년 말 제정된 희귀질환관리법에 대한 인식은 부족했다. 희귀질환관리법에서는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을 희귀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유병률이 3만명 이상으로 늘어난 궤양성대장염은 희귀질환에서 제외돼 현재 중증난치질환으로 분류된 상황이다.

응답자의 49.2%가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며 궤양성대장염이 ‘중증난치질환 산정특례’에 등록된 상병코드와 질환명이 모두 일치하는 경우에만 ‘희귀질환 의료비 지원사업’ 대상이 된다는 점 역시 응답자의 71.8%가 모르고 있었다.

대한장연구학회 김주성 회장(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이 치료비 부담은 물론 전신에 동반되는 질환들과 정신적인 고통 등으로 인해 생활에 어려움이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특히 산정특례 혜택을 받고 있어도 교통비, 간병비 등 간접비 부담이 상당한 데다 환자의 60%가 의료비 지원을 받을 정도로 소득수준이 낮아 의료비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사회,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해야 할 20~30대 젊은 환자가 많은 만큼 사회적 안전망 제공을 위해 정부의 꾸준한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학회에서도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질환에 대한 인식을 더 높이고 환자들의 치료환경을 좀 더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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