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말고 한국인 ‘간(肝)’ 위협하는 독종 또 있다고요?”
“술 말고 한국인 ‘간(肝)’ 위협하는 독종 또 있다고요?”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1.0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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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간염·간암치료 명의 심재준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심재준 교수는 “간염 바이러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 간 건강을 크게 위협한다”며 “특히 우리나라 B형간염은 다른 나라보다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될 위험이 훨씬 높아 예방·치료에 더욱 고삐를 당겨야한다”고 강조했다.
심재준 교수는 “간염 바이러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간 건강을 크게 위협한다”며 “특히 우리나라 B형간염은 다른 나라보다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될 위험이 훨씬 높아 예방·치료에 더욱 고삐를 당겨야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늘 치과의사 선생님들이 부럽다고 얘기해요. 손톱만 한 치아에도 신경이 다 연결돼있어 조금만 썩거나 문제가 생겨도 통증을 느껴 빨리 병원을 찾거든요. 그런데 간 내부에는 신경이 없어 종양이 커져 신경세포가 있는 피막을 건드리지 않는 이상 통증을 느끼지 못한답니다.”

많은 환자가 간의 침묵 때문에 뒤늦게서야 병원을 찾는다. 심재준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참 안타깝다고 말하면서도 이럴수록 우리가 더 간을 사랑하고 아껴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인은 술 때문이 아니어도 간경화와 간암을 부르는 B형·C형간염의 유병률이 높아 더 바짝 긴장해야한다고. 간질환의 경각심을 높이는 데 사활을 건 심재준 교수를 만나 간 건강 제대로 지키는 법에 대해 들었다.

■간 건강 위협하는 ‘간염 바이러스’

지난해 A형간염의 대유행으로 간염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나마 높아졌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이슈가 아니더라도 간염은 우리가 진작부터 경각심을 가져야 할 질병이다.

심재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간염 바이러스(HBV)는 간세포를 직접 파괴하지 않고 영양이 풍부한 간세포 내에 기생하면서 점점 증식한다. 바이러스는 대부분의 간세포에 침투해 마치 공장처럼 엄청난 양의 바이러스를 혈액 속에 배출한다.

무엇보다 조심해야 할 것은 B형·C형간염이다. B형·C형간염은 6개월 이내 완전히 회복되는 A형간염과 달리 한 번 걸리면 만성간염으로 진행해 중년 이후 간경변이나 간암을 일으킬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B형간염환자는 약 150만명, C형간염환자는 약 20만명으로 추산된다.

■한국인 B형간염, 간경화·간암위험↑

특히 우리나라 B형간염은 아주 독종이어서 한 번 걸리면 간경화나 간암 발생위험이 매우 높다고 한다.

“B형간염의 유전자형은 여러 가지인데 하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감염되는 유전자형은 예후가 가장 좋지 않은 C형타입입니다. 일단 감염되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될 확률이 훨씬 높죠. 우리가 간염 예방·치료에 더 적극 임해야하는 이유입니다.”

특히 40세 이상부터는 간경화나 간암위험이 급격히 올라간다. B형간염 바이러스는 대개 출생 중 모체로부터 전염되는데 이때는 체내 면역체계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서 바이러스가 제거되지 않고 오랫동안 간에서 증식할 수 있다.

심재준 교수는 “이렇게 되면 B형간염 바이러스와 함께 지낸 기간이 무려 40년 이상 되는 것”이라며 “안 그래도 우리나라 B형간염은 간경화나 간암으로 잘 진행되기 때문에 40세 이상부터는 적어도 일 년에 두 번 간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를 받아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방패막은 예방접종이다. 어린이와 성인 관계없이 B형간염항체가 없다면 0, 1, 6개월 간격으로 총 3회 접종하면 된다.

■완치 아닌 꾸준한 ‘관리’에 중점

미처 예방하지 못해 B형간염에 감염됐다면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한다. B형간염은 아직 완치가 불가능해 ‘관리’에 중점을 두고 치료를 진행해서다.

심재준 교수는 “B형간염은 C형간염과 달리 세포핵 내로 바이러스가 깊숙이 숨어 들어가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현재 개발된 항바이러스제로 꾸준히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완치 가능한 치료제 개발도 중요하지만 B형간염은 현재의 예방·치료 인프라도 꽤 탄탄한 편입니다. 완치가 어려운 현재로선 이 인프라를 제때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리는 데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형간염, 먹는 약만으로 완치 가능

C형간염 역시 간경화와 간암의 주원인이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C형간염환자의 70%가 만성으로 진행되며 이 중 2.5%는 매년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된다.

그래도 C형간염은 완치할 수 있다. 심재준 교수는 “C형간염바이러스에 직접 작용하는 경구용약제가 출시돼 이를 2~3개월만 복용해도 98% 이상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검진 포함시켜 잠복환자 조기발굴해야

치료제의 발전은 예방백신이 없는 C형간염의 유일한 희망이 됐다. 그런데 막상 치료율은 크게 오르지 못하고 있어 의료진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그나마 C형간염 감염여부를 아는 환자들에게는 최신치료 정보를 알려주고 적극 치료받게 하면 됩니다. 문제는 C형간염에 감염된지조차 모르는 잠복환자들이지요. C형간염은 안 그래도 자각증상이 없어 스스로 알아채기 어려운데 국가검진항목에도 유일하게 빠져있어 조기발견 창구가 마땅치 않은 상황입니다.”

특히 C형간염은 일상생활 중 언제라도 감염될 수 있다. 심재준 교수는 “이러한 점 때문에 감염여부를 모르는 잠복환자들이 건강한 사람을 감염시키는 것은 물론, 이미 치료받은 환자도 언제든 재감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치료제 개발로 완치된 사람은 조금씩 는다 해도 잠복환자들과 재감염환자들까지 고려하면 C형간염 치료는 결코 순항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하루빨리 국가건강검진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 C형간염환자를 조기발굴·관리해야 합니다. 정부에서는 C형간염 유병률이 낮다는 이유로 미동도 안 하고 있지만 치료시기를 놓쳐 간암으로 악화됐을 때 드는 의료비용을 생각하면 전혀 손해 볼 일이 아니라는 걸 제발 알았으면 합니다.”

심재준 교수는 “의사를 믿고 끝까지 치료에 임하는 환자들을 생각하면서 더욱 책임감을 갖고 진료에 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심재준 교수는 “의사를 믿고 끝까지 치료에 임하는 환자들을 생각하면서 더욱 책임감을 갖고 진료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위생관리 철저히, 술·담배 잦으면 더 주의

예방백신도 없고 국가검진기회도 없는 C형간염은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다. C형간염은 B형간염처럼 혈액과 체액을 통해 감염되는데 요즘은 정밀한 혈청검사로 수혈에 의한 감염은 줄고 문신이나 침 시술, 성 접촉 등에 의해 전파되는 경우가 많다.

심재준 교수는 “1990년 이전에 수혈받았거나 혈액투석환자, C형간염 바이러스환자와 성적접촉을 한 경우, 혈액이 묻은 주삿바늘에 찔린 사람 등은 C형간염 고위험군으로 증상이 없어도 최소 한 번은 항체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장했다.

생활 속에서 감염경로를 철저히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신, 피어싱 등 무분별한 침시술은 피하고 가족끼리라도 손톱깎이, 면도기 등 생활도구는 공유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심재준 교수는 “C형간염도 40세 이상부터 간경화와 간암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는데 B형간염보단 평균 발병연령이 10년 정도 늦어 60~70대에서 간경화나 간암이 잘 발생한다”며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술·담배를 많이 하는 남성은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간검사를 받을 것”을 강조했다.

■의사는 책임감, 환자는 인내심을!

심재준 교수는 병을 조금 늦게 알았더라도 희망을 저버리지 말 것을 당부했다. 적극 치료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심재준 교수가 지난해 연구한 바에 따르면 B형간염 진단 후 꾸준히 병원을 다닌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향후 간암으로 진행했을 때의 사망위험이 44%나 낮았다.

“환자를 영어로 ‘patient(페이션트)’라고 하잖아요. 여기에는 ‘인내심’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사실 진료하다 보면 애초 예상한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병이 진행될 때도 있는데 그래도 주치의를 믿고 끝까지 치료받은 환자들은 결국 좋은 결과를 얻었답니다.”

치료과정을 끝까지 견디는 환자들을 생각하면서 매 순간 마음을 다잡는다는 심재준 교수. 올해도 잠잠한 간질환을 많은 사람이 스스로 깨우게끔 더욱 믿음직스럽고 책임감 있는 의사가 되겠다면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TIP. 심재준 교수가 강조하는 ‘간(肝) 건강’ 이것만은!

1. 40세 이상부터는 일 년에 적어도 두 번 정기검진(간초음파&혈액검사) 받기

2. A형·B형간염은 예방접종 놓치지 않기

3. C형간염은 무분별한 성 접촉, 문신, 침시술 피하기 / 고위험군은 항체검사 필요

4.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식품, 건기식 복용 금물

5. 폭음 피하고 술은 물과 함께 천천히, 안주는 담백한 것으로 선택

6. 술자리 불가피할 경우 ‘술은 3잔 정도만 술자리는 1차만, 술은 일주일에 2번만’ 갖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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