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강아지 림프종, 항암치료냐 호스피스냐 그것이 문제로다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강아지 림프종, 항암치료냐 호스피스냐 그것이 문제로다
  • 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1.0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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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중증내과질환센터장
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 중증내과질환센터장

동물병원에서 보호자와 하는 상담 중 가장 긴 시간이 필요한 경우는 항암치료에 대한 상담이다. 항암치료는 효과가 있더라도 암이 완치되는 것이 아니라 재발할 때가 많아 보호자가 고민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반려견에게 생기는 종양에는 많은 종류가 있는데 항암치료를 논하는 대표적인 종양은 바로 림프종이다.

림프종이란 면역을 담당하는 혈액세포의 하나인 림프구가 악성으로 과다 증식하며 생기는 종양을 말한다. 림프계는 전신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하나의 장기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온몸에서 발생한다. 주로 미용을 하거나 털을 빗기다가 우연히 턱밑, 사타구니, 다리 쪽의 혹이 매우 커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내원할 때가 많다. 또한 털이 많은 반려견에게 림프종이 발생했을 때는 크게 인지하지 못하다가 식욕과 활력이 떨어지고 살이 지속해서 빠져 내원하는 경우도 많다.

림프종은 사람에게도 발병한다. 사람의 림프종은 호지킨 림프종과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나눈다. 호지킨 림프종은 대부분 완치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호지킨 림프종이라면 사람도 5년 생존율은 약 60% 정도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우 안타깝게도 반려견의 림프종은 사람의 비호지킨 림프종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하면 예후가 매우 안 좋다. 실제로 림프종을 치료하지 않았을 때 가능한 예후는 최대 50일 미만이다. 며칠 전부터 혹이 만져졌을 뿐인데, 동물병원에 오자마자 예후가 최대 30~50일 정도밖에 안 된다는 말을 보호자한테 전달하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

현재 림프종의 유일한 치료법은 항암치료다. 하지만 앞서 사람의 비호지킨 림프종처럼 항암치료를 하더라도 완치는 불가능하다. 혈액암은 다른 장기로 빠르게 전이돼 완치하기 어렵다. 항암치료를 통한 생명 연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항암치료를 하더라도 평균적인 예후는 1년 정도다. 그래서 림프종에 걸린 반려견의 보호자는 대부분 항암치료를 할 것인가 호스피스를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기 마련이다.

앞서 말한 대로 힘들게 항암치료를 견디더라도 기대할 수 있는 예후가 1년 정도라는 말을 건네면, 모든 보호자는 예후가 매우 짧다고 말하곤 한다. 필자도 반려견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이런 항암치료를 하면서 수명을 연명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많다. 오랜 시간 항암치료를 진행해보면서 내린 결론은 항암치료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훨씬 더 후회가 남지 않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림프종치료를 하지 않을 땐 반려견이 매우 힘들어하는 것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바라만 봐야 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온몸에 혹만 있었지만 이 혹들이 굉장히 커지면서 밥을 먹는 것도, 숨 쉬는 것도 힘들어진다. 몇 주 후에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굉장히 힘들게 된다. 물론 항암치료를 하면 소화장애 및 골수 억압 등의 부작용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생명을 위협할 만한 부작용이 생기는 확률은 생각보다 굉장히 낮다.

1~2차 항암치료 시 부작용이 크지 않으면 이후에도 부작용이 거의 없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항암치료를 하면 반려견뿐 아니라 보호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임신 중이거나 어린아이가 있을 땐 어쩔 수 없이 항암치료를 선택하지 못할 수 있다.

반려견의 평균 수명을 생각해보면, 보통 수의사들은 반려견의 1년은 사람의 4~5년 정도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필자는 반려견에게 1년은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림프종 같은 급성 질병은 보호자가 반려견과 이별하는 걸 한 번도 고려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레 닥쳐오기 때문에 보호자의 슬픔이 배가 될 때가 많다. 어차피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별이지만 그 사실을 인지하고 준비하면서 보내는 1년은 반려견과 남은 추억을 굉장히 많이 만들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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