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제발 좀 나와~’ 고양이 변비와의 전쟁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제발 좀 나와~’ 고양이 변비와의 전쟁
  • 유현진 닥터캣 고양이병원(고양이동물병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1.1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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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고양이는 변비에 잘 걸린다. 사실 심각하게 잘 걸린다. 변비는 대변을 적당한 주기로 배출하지 못하거나, 배변할 때 힘이 들고 어려움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변이 오랫동안 배출되지 못하고 대장 내 정체가 일어나면, 점점 더 딱딱하고 마른 변이 모이게 되니 배변은 점점 더 곤란하게 된다. 특히 결장에 딱딱한 변이 점점 쌓여 엄청나게 굵은 변이 장을 오랜 시간 확장해 놓으면 결장의 운동성이 떨어지고 평활근이 퇴행성 변화를 겪어 기능을 아예 잃게 되는 심각한 “거대결장”이 생길 수도 있다.

변비는 모든 연령의 고양이에게 발생할 수 있다. 특히 10세 이상 노령묘에게 자주 문제가 된다. 사람의 변비약 광고를 과거에는 젊은 여성이 주로 했다면 요즘은 노령 연기자가 하는 이유도 변비와 나이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양이 변비의 원인은 식이, 환경, 다른 질병에 의한 통증, 약물, 물리적 폐쇄, 신경근육질병, 내분비질환 등 다양하다. 그중 가장 흔한 원인은 다음 세 가지다.

1. 식이: 물을 제대로 섭취하지 않는 습관은 변비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뼈나 기타 부산물이 많이 들어간 음식도 변을 딱딱하게 만들어 변비를 유발한다. 고양이는 그루밍을 하면서 자신의 털을 먹기 때문에 다량의 털이 배변을 방해할 때도 있다.

2. 환경: 낯선 환경은 고양이의 편안한 배변활동을 방해해서 변비를 유발하기도 한다. 새로운 고양이나 가족 구성원의 변화, 이사, 가구 배치의 변화 등이 이에 해당한다. 동물병원에 입원하면 배변을 잘 하지 않는 고양이도 있다. 화장실을 자주 치워주지 않아 더러우면 고양이가 배변을 꺼리고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3. 통증에 의한 변비: 배변을 하는 자세는 근골격계의 힘과 균형이 필요하다. 노령 고양이가 고관절이나 무릎, 발목에 퇴행성관절염이 있다면 배변 자세를 취할 때마다 통증이 일어나고 이는 배변 횟수가 감소하는 원인이 된다. 배변 횟수가 감소하면 변은 점점 크고 딱딱하게 변해서 배변은 더욱 힘들게 된다. 항문낭에 염증이 생기거나 직장에 용종과 같은 비정상 구조가 생길 때에도 배변통이 생길 수 있어 고양이가 배변을 꺼리고 변비가 생긴다. 골반이나 엉덩이 부분에 외상이 있는 경우에도 배변을 꺼리게 된다.

결장 내에 굵게 가득 찬 분변이 보인다. 소장과 대장 상부에는 가스가 가득 차 있고, 방광에는 분변의 압박으로 제대로 배출되지 못한 소변이 가득 차 있다.
결장 내에 굵게 가득 찬 분변이 보인다. 소장과 대장 상부에는 가스가 가득 차 있고, 방광에는 분변의 압박으로 제대로 배출되지 못한 소변이 가득 차 있다.

대부분의 보호자는 화장실을 치울 때 변의 양, 배변 빈도만 봐도 고양이의 변비를 쉽게 눈치챌 수 있다. 혹은 고양이가 화장실에 들어가서 배변하는 모습만 봐도 평소와 달리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힘들어하고 아파하면 변비를 의심해야 한다. 결장 내에 축적된 커다란 변이 요도를 압박해서 소변도 잘 보지 못하는 고양이도 있다. 대변에 이어 소변까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정체되면 방광염 증상을 동반하거나 심한 경우 신장손상도 발생할 수 있다. 변비가 심해지면 식욕도 감소해 밥을 안 먹고 체중이 감소하는 때도 허다하다. 그러니 “그깟 똥” 조금 잘 못 싼다고 무시할 일이 아니다.

변비치료는 우선 결장에 딱딱한 분변이 가득 차 있을 때는 변을 제거해 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증상이 가벼울 때는 수액이나 음수로 몸에 수분을 보충하고 분변을 부드럽게 해주는 약을 먹이는 것만으로도 변이 말랑해지고 부드러워져서 스스로 배변할 수 있다. 하지만 정도가 너무 심할 때는 약을 먹이고 적극적으로 관장을 해도 변이 배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때는 물리적으로 돌덩이 같은 거대한 분변을 빼 줘야 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결장이 기능을 완전히 소실하고 괴사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 수술로 결장 일부를 잘라내야 할 때도 있다. 정말 “그깟 똥!” 정도로 볼 문제가 아니다.

한번 변비를 보이는 고양이는 반복적으로 변비가 재발하기 쉽다. 이 때문에 한번 변을 제거했다고 안심하면 안 되고, 재발방지를 위해 지속해서 관리해야한다. 물을 잘 마시지 않는 고양이의 특성상, 경도의 만성 탈수를 가지고 있는 고양이가 많다. 이런 경우 분변 내 수분량도 감소하고 더 딱딱한 변이 되어 배변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변비를 예방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음수량을 충분하게 관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적절한 식이섬유 섭취도 도움이 된다. 필자는 만성 변비 고양이들에게 충분한 식이섬유와 프리바이오틱스를 함유한 처방식의 급여도 권장하고 있다. 증상이 심각한 고양이는 변을 무르게 볼 수 있는 약물과 장의 운동성을 유지해 주는 약물이 꾸준히 필요할 때도 있다. 모든 질병이 그러하듯 변비가 의심되면 심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반드시 초기부터 수의사와 상담하고 잘 관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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