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림프구성백혈병’ 신약, 기대감은 ‘업’ 접근성은 ‘다운’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신약, 기대감은 ‘업’ 접근성은 ‘다운’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1.20 1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완치 어렵고 재발 잦아 후속 치료 계속 이어가야
국내 유일 재발·사망위험 낮춘 3차 치료제 도입돼도
급여 지원 안 돼 환자 부담 큰 상황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완치가 어렵고 재발이 잦아 후속치료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질환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유독 65세 이상에서 잘 발생해 고령 백혈병이라고 불리는 만성림프구성백혈병. 미국에서는 가장 흔한 혈액암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드문 희귀혈액암으로 알려졌다(연평균 신규환자 150~200여명) )

이 병은 백혈구의 일종인 림프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면서 혈액세포의 생산을 방해한다. 혈액은 적혈구, 백혈구 등의 세포성분이 40~45%로 정상적으로 생산되지 못하면 여러 가지 이상증상들이 나타난다.

일단 적혈구는 신체 각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고 노폐물인 이산화탄소를 몸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부족하면 숨이 차고 빈혈이 나타난다. 백혈구는 감염, 염증 등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기능을 해서 정상적으로 만들어지지 못하면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이 무너져 발열, 폐렴 등의 감염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재발 잦아 빠르고 지속적인 후속치료 필요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들을 고달프게 하는 건 이러한 증상들만이 아니다. 이 병은 일단 다른 백혈병과 달리 진행이 느려 한동안은 경과만 관찰하기도 하지만 일부 환자는 병이 진행해 약물치료 등 항암치료를 받아야한다.

하지만 완치가 어렵고 재발이 잦아 항암치료에 따른 부작용을 감수하면서도 계속 치료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들은 1차 치료 후 거의 모든 환자에서 평균 5~6년 이내 재발하고 2차 치료 후에도 지속적으로 재발을 경험한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7년 전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한 70대 환자는 항암치료를 시작했지만 숨참, 체중감소, 발열 등의 증상으로 일상생활이 점점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1차 치료 후 급여혜택을 받을 수 있는 2차 치료제가 있어 바로 다음 치료를 시작했지만 빈혈이 악화되고 구토가 심해져 결국 치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문제는 재발이 반복될수록 이후 치료 반응률은 물론, 치료효과가 유지되는 기간이 점점 짧아져 사망위험이 높아진다는 것. 그래도 만성림프구성백혈병환자들의 생존기간 연장을 위해서는 빠르고 지속적인 후속치료가 반드시 필요한지라 국내에서는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제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왔다.

최근 3차 치료제로서 국내 도입된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신약은 재발과 사망위험을 크게 낮춰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단 이 기대감이 현실이 되려면 급여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3차 치료제로서 국내 도입된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신약은 재발과 사망위험을 크게 낮춰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단 이 기대감이 현실이 되려면 급여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3차 치료제로 재발·사망위험↓·건보적용 숙제 남아

2016년에는 만성림프구성백혈병 2차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표적치료제(B세포수용체 경로저해제)가 도입됐다. 2018년에는 2차 표적치료제에 대한 급여 혜택까지 가능해지면서 1차 치료 후 재발한 환자들이 그나마 바로 치료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특성상 2차 치료 후 재발하거나 아예 이 치료제에 불응 또는 기존 치료제에 부작용이 심한 환자들을 위한 다음 치료옵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도 지난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3차 치료제가 도입되면서 의료진과 환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 치료제는 화학면역요법 및 2차 표적치료에 불응하거나 재발한 환자들을 위한 단독요법으로 승인됐다. 세포자멸사(신체에서 필요하지 않거나 비정상적인 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일어나는 자연적인 현상)를 방해하는 BCL-2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암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고 악화되는 것을 막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다.

3차 치료제는 기존 항암치료제의 독성문제를 현저히 낮춰 이미 여러 번의 치료와 재발로 전신상태가 좋지 못한 고령환자에서도 효과가 있으며 재발위험 평가지표(미세잔존질환, MRD)에서도 재발위험을 크게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만성백혈병센터장 엄기성 교수는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반복적인 재발 및 병의 진행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재발 및 사망위험을 낮추는 3차 치료제가 도입됐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급여지원이 안 되다 보니 고가의 약값을 환자가 모두 부담해야하는 상황. 현재는 급여의 첫 관문만 가까스로 넘은 상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 12월 제12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열고 이 치료제가 급여 적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엄기성 교수는 ”재발이 잦은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빠른 후속치료가 중요해 환자들이 비용 때문에 다음 치료를 못 받는 일이 없으려면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무엇보다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고령환자들의 삶의 질이 매우 중요해진 만큼 이들이 한계 없는 치료를 통해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의 조속한 노력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