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약물치료, 편견 버리면 니코틴중독 제대로 벗어날 수 있어”
“금연약물치료, 편견 버리면 니코틴중독 제대로 벗어날 수 있어”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1.2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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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범조 서울시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흡연은 니코틴에 중독되는 뇌질환으로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금연을 결심했다면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금연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여전히 많은 사람이 담배를 피우고 오랜 시간이 지나야 병에 걸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흡연은 그 순간 뇌가 니코틴에 중독되는 ‘뇌질환’이다. 아예 시작을 안 하는 게 낫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제아무리 굳게 마음먹어도 금연은 단순히 의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니코틴중독에서 제대로 벗어나려면 전문가에 의한 약물치료를 받아야한다. 현재 서울시 보라매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금연치료에 앞장서고 있는 오범조 가정의학과 교수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 금연, 참 쉽지 않다. 니코틴 위력 얼마나 대단한 건가.

니코틴은 담배를 피우는 순간 각종 독성물질과 함께 폐로 들어와 단 7초 만에 뇌의 쾌락중추까지 영향을 미친다. 쾌락중추에 도달한 니코틴은 자신이 달라붙을 수 있는 수용체와 결합하는데 이때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이 분비돼 우리가 일반적으로 느끼는 즐거움과는 차원이 다른 쾌락과 행복감을 준다. 문제는 담배를 피우면 피울수록 니코틴수용체 개수가 늘어나 예전과 비슷한 충족감을 느끼려면 계속 더 많은 담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흡연자가 쉽게 금연하지 못하는 건 의지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니코틴에 깊이 중독됐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니코틴중독에서는 어떻게 벗어나야하나.

니코틴중독이 심하다면 전문가와 상담 후 약물치료를 받아야한다. 금연치료제는 니코틴 유사물질을 체내에 공급해 실제 니코틴이 인체에 들어와 결합해야하는 니코틴수용체를 막아버린다. 이 상태에서는 흡연해도 담배 맛과 만족도가 떨어져 니코틴중독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실제로 금연치료제를 복용해본 환자들은 담배 맛이 마치 모래 씹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런 느낌 때문에 담배를 차츰 덜 갈망하게 되면서 금연에 도달해가는 것이다.

-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한 니코틴 껌과 패치는 어떤가.

니코틴 껌과 패치는 금연보조제다. 담배의 독성물질을 제거하고 뇌가 필요로 하는 니코틴을 서서히 체내에 공급해 흡연욕구를 완화시키는 원리로 니코틴중독에서 궁극적으로 벗어나는 건 아니다. 금연보조제의 금연성공률은 10%, 금연치료제는 40%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 둘을 함께 사용해볼 수도 있지만 각 성공률을 더할 만큼 시너지가 나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두 방법은 원리 자체가 달라서 그렇게 바람직한 조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범조 교수는 “금연약물은 전문가의 지도 아래 복약순응도를 잘 지키면 얼마든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으로 니코틴중독이 심하면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금연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오범조 교수는 “금연약물은 전문가의 지도 아래 복약순응도를 잘 지키면 얼마든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이라며 “니코틴중독이 심하면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금연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 한때 금연치료제 부작용이 뜨거운 감자였다.

금연치료제 부작용이 크게 이슈가 된 적은 두 번이다. 한 번은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이 금연치료제를 복용하면 자살충동을 느낀다는 연구결과였고 하나는 캐나다의 한 지역에서 금연목적으로 치료제를 처방했더니 이전보다 심혈관계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비율이 늘었다는 연구결과였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해당 연구들의 가정에는 모두 문제가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를 반박하는 연구결과들이 보란 듯이 발표되면서 의혹이 해소됐다. 반박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단 정신질환자가 금연치료제를 복용한다고 해서 자살위험이 더 높아지지 않았다. 특히 심혈관계 부작용에 관해서는 애초에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 금연치료제를 처방한 것이었다. 즉 금연치료제가 아니어도 이들은 곧 병원에 갈 확률이 높은 환자들이었다. 금연치료제는 전문가의 지도에 따라 얼마든지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는 약이다.  

- 그래도 모든 약은 부작용이 있다. 금연치료제도 예외는 아닐 텐데.

물론 금연치료제도 부작용이 있다. 멀미가 나거나 전날 밤 꿈이 너무 생생해 기분이 불쾌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는 단기간의 이상반응이며 금연치료제 복용을 중단하면 자연스레 없어진다. 담배를 끊으면 당연히 금연치료제도 끊기 때문에 이러한 부작용이 계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 금연치료제 복용 시 환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모든 약이 그렇듯 금연치료제 역시 복약순응도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주치의가 안내한 복용기간과 내원일정을 지키고 절대 임의로 복용을 중단해선 안 된다. 보통 3개월을 복용하는데 만일 이 안에 금연에 성공하지 못 해도 흡연량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등 효과를 봤다면 추가적으로 금연치료기간을 3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

- 금연치료 담당의사가 주의해야 할 점도 있을 것 같다.

물론이다. 같은 흡연자라도 개인마다 흡연량, 흡연시간 등에 차이가 있어 이러한 부분들을 고려해 치료계획을 세운다. 예를 들어 하루에 담배를 3갑 피우는 흡연자라면 일단 완전히 담배를 끊는 걸 목표로 하기보다 1갑 이하로 줄이는 것을 일차 목표로 삼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금연치료 약물 용량이나 복용기간을 더 길게 하는 것도 고려해야한다.

오범조 교수는 “나이, 성별은 물론 흡연량, 흡연시기 등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이라며 “최근 의료계에 맞춤치료 바람이 분 것처럼 금연치료도 개인 맞춤화돼야한다”고 말했다.
오범조 교수는 “나이, 성별은 물론 흡연량, 흡연시기 등도 개인마다 천차만별”이라며 “최근 의료계에 맞춤치료 바람이 분 것처럼 금연치료도 개인 맞춤화돼야한다”고 말했다.

- 제도변화도 있었는데. 특히 폐암 국가검진 도입 후 변화가 궁금하다.

일단 고가의 폐CT를 약 1만원으로 받을 수 있어 검진대상(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보유한 사람)에 해당하면 검사를 적극 권하고 있다. 실제로 폐암 국가검진 시행 후 우리 병원에서만 두 명이 폐암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 손상된 자신의 폐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함으로써 금연동기를 보다 확실하게 불어넣을 수 있게 됐다. 우리 검진센터만 봐도 검사받은 사람의 절반 정도가 국가 지원 금연치료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금연 필요성을 설명할 수 있는 아주 적나라한 도구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 2015년 시작된 금연치료지원사업 행보는 어떤가.

금연치료지원사업(금연치료사업 참여기관에 해당하는 병의원, 보건소 등에서 8주~12주간 6회 이내의 진료상담과 금연치료의료품 또는 금연보조제 구입비용 지원) 시행 후 약 2년간은 참여자가 계속 증가했다. 그런데 2018년부터는 참여자가 점차 줄고 있다. 국가 건강검진만큼이나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지원제도인데 참여자가 줄고 있다는 건 개선이 시급하다는 신호다.  

- 어떤 점이 개선돼야한다고 생각하나.

크게 두 가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개별화된 금연치료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현재는 20세든 100세든 흡연자면 모두 똑같은 금연상담과 약물치료를 받게 돼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흡연량, 흡연기간 등이 모두 다르지 않나. ▲니코틴 중독단계가 낮은 사람과 높은 사람 ▲담배를 계속 피워야하는 흡연자와 특정 조건에서 가끔 피는 흡연자 ▲나이 ▲성별 ▲동반질환 여부 등을 고려해 맞춤형 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해야한다.

두 번째는 금연에 성공한 사람이 다시 흡연하는 비율이나 병의원 치료를 끝까지 완료한 이들이 이후에도 계속 금연하고 있는지를 계속 추적관찰할 필요가 있다. 명확한 통계를 기반으로 한 전문적인 관리가 이뤄진다면 향후 제도효과와 보완점을 파악하는 데도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 새해 금연을 결심한 흡연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일단 금연은 한번에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한다. 단 몇 번이고 다시 도전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쉽게 포기하진 말자. 주변에는 자신의 금연사실을 적극 알리고 같이 담배를 피우던 동료들에게는 식후 또는 술자리에서 담배를 권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좋다.

가족들도 금연이 한번에 성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한 번 실패했다고 해서 비난하지 말아야한다. 일단 금연을 시도한 것만으로도 칭찬해주고 다시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실어줘야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금연은 절대 개인 의지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금연을 결심했다면 금연치료기관을 방문해 전문가와 상담하고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를 받아야한다.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금연치료지원사업 기관을 확인할 수 있으니 자신의 주거지와 가까운 곳을 파악해두자. 폐암 고위험군이라면 폐암 검진을 꼭 받을 것을 당부드린다.

TIP. 오범조 교수가 짚어주는 금연 오해와 진실

1. 금연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쌓인다?

금연 생각이 없는 흡연자들은 담배를 끊는 게 더 스트레스라 금연해도 스트레스 때문에 결국 몸이 안 좋아질 것이라고 나름의 논리를 펼친다. 하지만 니코틴만큼 가장 단시간에 기분을 좋게 하는 물질이 없기 때문에 끊기 힘든 것이지 니코틴이 절대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물질은 아니다.

2. 금연하면 살이 찐다?

담배를 피우면 입안이 건조해져 식욕이 없을 수 있다. 실제 보고된 바에 따르면 한국 남성 흡연자들은 금연유지기간 3~7kg 정도 체중이 증가한다. 흔히 체중이 늘면 혈압이나 혈당도 증가하는데 흥미롭게도 흡연자가 금연으로 체중이 늘었을 때는 이러한 위험도가 훨씬 덜 증가한다. 즉 금연 후의 체중이 흡연자의 본래 체중이며 금연으로 살이 찐 게 아니라 그동안 담배를 피워서 억눌려 있던 것이 금연하면서 원래 체중으로 돌아온 것이다. 만일 돌아온 체중이 비만범주에 들어간다면 당연히 금연을 유지하면서 체중관리를 시작해야한다.

3. 금연하면 변비가 온다?

일부 흡연자들은 니코틴이 체내에 들어오면 혈관이 이완되는 느낌이 들어서 변을 시원하게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흡연자가 쾌변을 위해 만든 조건일 뿐이지 의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아니다. 마치 밥을 먹고도 디저트를 꼭 먹어야 모든 식사를 마쳤다고 느끼는 사람처럼 본인만의 루틴이 생긴 것이다. 금연하는 모든 사람이 변비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만일 아침에 담배를 못 피워 변비가 생긴 사람이라면 스스로 이 조건을 깰 때까지 금연을 유지하면서 섬유질이 많은 음식과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4. 담배 못 끊을 거면 전자담배가 낫다?

일반 연초에서 전자담배로 바꾼 흡연자들은 ‘나는 이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자랑처럼 말한다. 하지만 이미 공식적으로 밝혀졌듯 전자담배 액상 증기화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이나 연기 자체도 기관지에 악영향을 준다. 사실 전자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도 이러한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단지 전자담배가 연초보다 냄새나 연기가 덜하고 유해성분이 제거됐다고 생각해 담배를 못 끊을 바에야 몸에 덜 나쁠 것 같은 차선책을 택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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