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콜라겐 먹는다고 모두 콜라겐 되는 건 아니다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콜라겐 먹는다고 모두 콜라겐 되는 건 아니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1.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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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때 효과가 있다, 없다 등으로 말들이 많았던 콜라겐 제품들이 다시 등장했다. 초기에는 돼지껍질이나 족발, 닭발 등이 인기를 끌었고 이후 어류콜라겐이 나오더니 이제는 수용성 콜라겐, 펩타이드 콜라겐으로 불리면서 흡수율을 높였다고 홍보되고 있다.

콜라겐은 섬유성 단백질로 우리 몸에서 결합조직을 구성하는 성분이다. 콜라겐은 피부, 손톱, 뼈, 연골 등 다양한 부위에 존재한다. 콜라겐은 사슬처럼 연결된 수많은 펩타이드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 일반적인 단백질 구조와 달리 로프처럼 매우 단단하게 꼬여있다.

일반적인 콜라겐은 분자량이 커서 피부에 발라도 흡수되지 않고 먹는다고 해도 쉽게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위장관을 통한 흡수율도 낮다. 따라서 보통 동물성 콜라겐을 섭취해도 거의 효과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콜라겐은 종류에 따라서도 소화·흡수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동물성 콜라겐은 분자량이 크고 어류콜라겐은 분자량이 작다고 알려져 있지만 어류콜라겐 또한 100% 소화·흡수되는 것이 아니다.

콜라겐은 물에도 잘 녹지 않는다. 그런데 돼지껍질이나 닭발을 고아서 식히면 묵처럼 굳어진다. 이것을 보면 마치 뜨거운 물에는 녹는 것 같지만 콜라겐이 열수에서 단백질의 변성을 일으켜 추출된 후 다시 뭉친 것으로 엄밀히 말하면 콜라겐이 아니라 젤라틴이다. 콜라겐이 생고기라면 젤라틴은 익힌 고기와 같다. 시중에서는 젤라틴도 콜라겐으로 부르고 있다.

그런데 최근 어류콜라겐을 가공한 ‘수용성’ 콜라겐이라는 제품이 나왔다. 수용성이라는 용어 때문에 물에 녹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제아무리 화학적인 처리나 효소분해를 해서 잘게 쪼갠 콜라겐도 물에 녹는 것이 아닐 것이다. 물에 녹는다는 표현은 설탕이나 소금을 물에 녹였을 때 적합한 표현이다.

설탕의 이당류는 단당류로 분해되고 소금은 나트륨과 염소로 이온화돼 녹아나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녹아있어야 한다. 밀가루 역시 물에 풀면 마치 물에 녹은 것 같지만 결국은 바닥에 가라앉기 때문에 밀가루가 물에 녹는다는 표현은 하지 않는다.

만일 물에 녹는 콜라겐이 있다면 이것은 이미 콜라겐이 아니다. 콜라겐은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백질이기 때문에 물에 녹는다면 단지 몇 가지 종류의 아미노산이 녹아 있을 뿐이다. 아마도 정확한 표현은 ‘물에 잘 풀어지는’ 콜라겐이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보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콜라겐은 다양한 아미노산들로 구성돼있다는 것이다. 콜라겐은 글리신, 프롤린, 알라닌 등의 아미노산과 함께 모두 19종류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져 있다. 체내에 이들 아미노산이 있으면 필요 시 콜라겐이 합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을 보면 콜라겐을 섭취해야만 콜라겐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콜라겐이 아닌 고기만 먹어도 체내에서 필요한 경우 콜라겐으로 재합성된다. 고기에도 콜라겐을 구성하는 비필수 아미노산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 콜라겐을 먹는다고 해서 콜라겐만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시중의 수용성 콜라겐, 저분자 펩타이드 콜라겐 등이 흡수율이 좋다면 그만큼의 생체 이용률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콜라겐을 섭취한 우리 몸은 콜라겐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몇 종류의 아미노산으로 인식해서 필요한 곳으로 보낼 것이다. 근육을 만드는 데 사용될 수도 있고 다양한 대사기능을 수행하는 데도 이용될 수 있다.

만일 신체 조직에 콜라겐이 부족하다면 콜라겐을 섭취해도 좋다. 이왕이면 저분자 어류콜라겐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콜라겐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동물성이나 식물성 식품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부위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보다 콜라겐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콜라겐을 먹는다고 해서 모두 콜라겐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잘 이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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