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비타민K로 만들었다는 일명 ‘멍크림’, 무작정 발라도 될까?
[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비타민K로 만들었다는 일명 ‘멍크림’, 무작정 발라도 될까?
  •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fk0824@k-health.com)
  • 승인 2020.01.3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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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화장품을 연신 덧바르더니 애절한 눈빛으로 ‘나 멍이 없어진 것 같지?’라며 위로받기를 원하는 눈치다. 미용목적의 쁘띠시술과 레이저를 받은 후 부지런히 바르는 저 화장품의 정체는 바로 요즘 핫(Hot)하다는 일명 ‘멍크림’.

멍크림을 검색해보면 비타민K로 만들어진 화장품이라고 나오는데 비타민K의 종류는 크게 비타민K1(필로퀴논)과 비타민K2(메나퀴논)로 나뉜다.

멍(자반증:피하출혈로 피부가 붉은색이나 보라색으로 변색된 상태)은 외부자극에 의한 혈관손상으로 혈관 내 적혈구들이 주변조직에 모여들면서 나타난다. 특히 가장 피부가 얇은 얼굴에 쉽게 나타나 간단한 미용시술이나 레이저시술 후 빈번히 경험하곤 한다.

지용성비타민의 일종인 비타민K의 대표적인 효능은 지혈작용이다. 즉 혈액을 응고시키는 ‘프로트롬빈(혈액응고에 관여하는 효소)’ 형성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비타민K는 내출혈을 예방하며 월경 시 다량의 출혈을 감소시킨다. 이밖에 골다공증예방 및 치료, 노인성당뇨병에도 널리 활용된다. 이를 피부에 바를 경우 미용수술이나 주사 후의 멍, 눈 주위의 다크서클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비타민K는 피부에 생긴 멍을 어떻게 없앨까? 멍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물질은 혈색소인 헤모시데린(Hemosiderin)이다. 비타민K는 헤모시데린의 생산 및 확장을 억제시킴으로써 레이저나 미용시술에 의한 멍 진행을 단축시키는 것이다.

피부에 적용된 비타민K의 효과에 대한 실험논문인 ▲레이저에 유도된 자반병에 비타민K와 레티놀이 미치는 영향(Effects of topical vitamin K and retinol on laser-induced purpura on nonlesional skin) ▲레이저시술 후 비타민K가 멍에 미치는 영향(The effects of topical vitamin K on bruising after laser treatment) ▲시술 후 자반병에 비타민K의 역할(The role of topical vitamin K oxide gel in the resolution of post procedural purpura) 등을 종합해보면 레이저시술 후 비타민K가 1% 이상 함유된 제품을 꾸준히 바르는 경우 붉음증을 줄여준다. 즉 혈관손상으로 인해 생긴 홍반을 감소시키며 화상과 선번(과도한 자외선으로 인한 일시적 홍반)에도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밖에 ▲비타민K, 레티놀, 비타민C·E가 눈밑 다크서클과 주름에 미치는 영향(The effects of topical application of phytonadione, retinol and vitamins C and E on infraorbital dark circles and wrinkles of the lower eyelids)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비타민K 2%, 레티놀 0.1%, 비타민C와 E를 0.1% 함유한 크림은 다크서클을 완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비타민K는 혈관문제를 빠르게 개선해 피부문제를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인터넷이나 시중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멍크림도 만족할 만한 효과를 줄까? 여러 논문을 통해 비타민K의 효능은 분명히 입증됐지만 이는 1% 이상 비타민K가 함유된 제품인 경우로 한정된다. 앞으로 멍크림 구매 시 비타민K함유량을 꼭 확인해야하는 이유다.

문제는 소비자가 화장품성분표시를 통해 성분은 확인할 수 있지만 비타민K성분이 몇 %까지 함유돼 있는지는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설령 함유량이 충분하다 해도 비타민K는 혈액응고에 관여하는 제품인 만큼 넓은 부위에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왜냐하면 ‘멍크림’이라는 명칭 외에도 ‘홍조크림’ ‘붉음증완화크림’ 등의 이름으로 시중에 판매되기 때문에 자칫 매일 사용하는 기초화장품으로 오해해 과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타민K가 피부에 흡수돼 혈액의 흐름에 영향을 준다면 오히려 건강한 혈관의 경우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라는 의문을 떨칠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숙제는 적정사용량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실시함으로써 안전성을 확보해야한다는 것이다. 

인체는 충분한 양의 비타민K를 생산할 수 없어 식이를 통해 섭취해야만 한다. 미용시술 후 멍으로 인한 불편함을 해소하고 싶다면 바르는 화장품보다는 오히려 비타민K가 다량 함유된 녹색채소, 두부 등을 섭취하는 것이 보다 안전한 방법임을 기억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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