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 이야기] 백내장수술 시 전립선 약 주의하라고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 이야기] 백내장수술 시 전립선 약 주의하라고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2.07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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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김선회(가명) 님은 60대 남성입니다. 50~60대에 남성 갱년기가 온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해왔었는데 60대 후반이 되면서 컨디션이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혈압, 당뇨 등 대사성질환은 없는데 소변 보는 게 불편해져 비뇨기과를 찾았더니 전립선비대증이라고 해서 의기소침해졌지요.

그 뒤 눈이 또 말썽이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안경 한 번 써보지 않았던 눈은 정말 자랑거리였는데 뿌옇게 보이던 것이 갈수록 심해져 안과를 방문했더니 백내장 판정과 수술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는 심란해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전립선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했다면 수술할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것이죠.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이후 경과가 나빠 다시 수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2018년 가장 많이 이뤄진 수술은 바로 ‘백내장수술’입니다. 백내장수술은 51만2000여건으로 2위 치핵수술건수(18만여건)보다 약 2.8배 많았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환경오염 등 눈을 혹사하는 환경이 더 심해지면서 노인성 백내장뿐 아니라 30~40대 백내장환자도 많이 늘고 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우리는 눈으로 들어온 빛이 투명한 수정체를 통과해서 망막에 도달해야 사물을 볼 수 있습니다. 백내장은 바로 어떤 이유로 수정체가 혼탁해져서 빛이 잘 투과하지 않는 현상을 말하죠. 별다른 증상 없이 시야가 뿌옇게 흐려져 잘 보이지 않는 것이 백내장의 주요 증상입니다. 이밖에 물체가 이중으로 보이거나 밝은 곳에 가면 눈이 부시고 시력이 떨어지거나 조명 등에 눈이 부셔서 운전하기 힘들다는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죠.

백내장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 대신 인공 수정체를 넣는 것입니다. 필자의 어머님과 장모님도 모두 백내장수술을 하셨는데 수술 후 ‘세상이 밝아진 것 같다’고 표현하시더라고요.

백내장수술은 안약을 이용해 마취한 뒤 수술을 진행하는 데다 수술시간도 20~30분 정도로 짧습니다. 수술 후 1~2시간 지나면 거동이 가능할 정도죠. 합병증도 많지 않습니다. 간혹 눈에 염증이 발생합니다만 안약을 꾸준히 사용하면서 생활요법을 잘 지킨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보다 우리는 오히려 잘 알려지지 않은 홍채이완증후군(IFIS)을 기억해둬야 합니다. 눈은 여러 가지 근육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눈의 위치를 조절하는 상하좌우 4개의 근육을 비롯해 눈의 두께를 조절하는 모양체(섬모체), 동공의 크기를 조절하는 홍채가 있지요.

이들은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아서 움직입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놀라면 눈동자가 커져서 많은 정보를 볼 수 있게 하며 이때 수정체는 얇아져서 멀리 있는 것이 잘 보이는 상황이 됩니다. 이것은 교감신경이 항진돼 동공산대근이 자극을 받고 섬모체가 이완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반대로 부교감신경이 항진되면 동공이 작아지고 수정체가 두꺼워져 쉴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주지요.

백내장수술 시에는 동공 확대와 안정적인 홍채 유지를 위해 교감신경에 작용하는 약물을 사용하게 됩니다. 만일 이런 작용이 방해되면 홍채 펄럭임, 진행성 동공 축소, 각막 절개창으로의 홍채 탈출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홍채이완증후군(IFIS)입니다.

홍채이완증후군은 2005년에 처음 소개된 것으로 비교적 최근에 소개된 증상입니다. 그 위험인자가 모두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약물에 의한 부분은 정확하게 알려져 있습니다.

교감신경을 억제하는 α1-길항제 약물로는 탐스로신(하루날디), 테라조신(하이트린정), 알푸조신(자트랄엑스엘) 등 전립선비대증 약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요도, 방광 등에 작용해서 전립선비대증 증상을 완화시키지만 홍채나 섬모체에도 작용하기 때문에 홍채이완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배뇨장애 개선을 위해 복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남여 불문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립선비대증에 사용하는 5α-환원효소제인 피나스테라이드(프로스카), 진정 수면제로 사용하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바리움)도 홍채이완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약물을 오랜 기간 복용할수록 홍채이완증후군 강도가 강해진다고 해요. 또 고혈압, 당뇨도 위험요소로 작용한다고 하네요.

백내장은 수술 이외에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습니다. 아니 수술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죠. 하지만 그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약물 복용입니다. 특히 위에 언급한 약물들은 수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복용했는지 의사에게 꼭 알려야 한답니다.

<참고>

본문에 제시된 환자와의 대화는 이해를 돕기 위해 극적 재구성 된 것입니다.

<참고 문헌>

《병원 가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안과질환의 모든 것》 오태훈 원앤원스타일 2014

Lauralee Sherwood, 《인체 생리학 제9판》, 강명숙 외 21 옮김, 라이프사이언스, 2016

J.G.Salway, 《한눈에 알 수 있는 의학 생화학》, 백영환, 범문에듀케이션, 2013

《백내장 수술 중 발생하는 홍채이완증후군의 유병율 및 위험인자》 박호균, 최상경 대한안과학회지 2014년 제 55권 제1호

“백내장수술 종류… 비용은 얼마일까” 헬스경향 2013년 11월 1일 기사

“작년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이 받은 수술 1위 ‘백내장’… 가장 비싼 수술은?” dongA.com 2019년 12월 19일 기사

<참고 사이트>

http://healthline.com/

https://www.nlm.nih.gov/

https://www.drugs.com

약학정보원 홈페이지 https://www.health.kr

국가건강정보포털 http://health.cdc.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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