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파? 박쥐와 천산갑은 죄가 없다!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파? 박쥐와 천산갑은 죄가 없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2.1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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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원인이 되는 동물로 박쥐의 뒤를 이어 중간 숙주로 천산갑이 등장했다. 천산갑은 과거 한때 한약재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현재 약용뿐 아니라 식품으로도 유통이 안 된다. 그런데 천산갑이 사람들과 접촉이 되고 있는 모양이다.

천산갑(穿山甲)은 두꺼운 비늘[甲]로 둘러싸여 있는데 땅[山]을 파는[穿] 습성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문헌에서는 종기나 궤양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지만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아련한 이름이 됐다.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의해 보호생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도 해당 국제협약에 가입이 돼 있다. 그런데도 중국에서는 천산갑이 밀매되고 있는 것 같다. 고기는 자라나 뱀과 함께 탕으로 먹고 피는 볶음밥을 해 먹는다고 한다. 한의서 어디에도 정력에 좋다는 내용이 없는데 그저 정력에 좋다는 소문 때문에 암암리에 유통된다고 하니 참 안타깝다.

최근 박쥐에서 기인한 바이러스와 천산갑에서 채취한 바이러스 그리고 사람에게 전염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DNA 서열이 99% 일치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천산갑 이외에도 너구리나 오소리, 뱀도 2차 숙주로 지목되고 있다. 아마도 천산갑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영국의 유명한 의학저널인 란셋(Lancet)에 2012년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1940년 이후 새롭게 발생한 400개 이상의 질환 중에서 10개 중 6개 이상이 바로 동물에서 기인한 질병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쉽게 말하면 60%에나 해당한다. 여기에는 원숭이에 의한 후천성면역결핍증(HIV, 에이즈), 박쥐에 의한 에볼라, 마르부르크병(Marburg disease), 낙타에 의한 메르스 그리고 아프리카돼지열병, 돼지독감, 조류독감 등이 있다.

박쥐의 경우는 숙주로 이용되는 포유류 종의 5분의 1이나 차지하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사람에게 전염을 옮길 수 있는 바이러스 저장소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박쥐와 천산갑 같은 1, 2차 숙주를 모두 없애면 바이러스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까? 아마도 이러한 방법은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하다 할지라도 효과도 없을 것이다.

바이러스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지 새로운 숙주를 찾아 복제되면서 생존기술을 터득할 것이다. 박쥐와 천산갑이 아닐지라도 다른 어떤 포유류를 통해서라도 전파될 것이다. 바이러스의 원래 모습이든 아니면 돌연변이가 일어나든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새로운 숙주를 매개로 이동하는 것은 당연하다. 원래 인수공통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아니었지만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면 언제든지 사람에게도 전염될 것이다.

중세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페스트)도 있었지만 동물을 매개로 하는 전염병의 발병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빈번해지는 것 같다. 먼 옛날 인류는 야생동물을 사냥해서 식량을 얻었기 때문에 과거에는 분명 지금보다 훨씬 더 야생동물을 많이 접했을 것이다. 그런데 과거보다 현재에 이르러 야생동물로부터 기인한 전염병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완전한 생명체가 아닌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는 것은 무언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함일 수 있다. 돌연변이는 그들 나름대로 일종의 생존수단이다. 지구의 환경변화 때문일 수도 있고 숙주로 선택된 동물의 면역력이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킨다는 것은 사람에게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박쥐와 천산갑은 죄가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와 천산갑에게는 질병을 일으키지 않지만 사람에게만 복제돼 증식되는 직간접적인 원인은 바로 사람에게 있다.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사람이 만만한 것이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위생에 만전을 기해야 하겠지만 깨끗한 환경일수록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아이러니함이 있다. 어쨌든 사람은 그 어떤 생명체보다 적응력과 면역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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