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아픈 게 다가 아니다? ‘허리디스크vs강직성척추염’ 대해부
허리 아픈 게 다가 아니다? ‘허리디스크vs강직성척추염’ 대해부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2.1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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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허리가 아프면 가장 익숙한 허리디스크를 떠올리지만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은 매우 다양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허리통증은 나이를 가리지 않을뿐더러 원인도 다양하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걸릴 수 있는 허리디스크와 강직성척추염은 전혀 다른 병이지만 허리를 중심으로 스멀스멀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해 자주 혼동되곤 한다.

무엇보다 강직성척추염은 20~30대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경우가 80% 이상이라고 알려졌는데 흔한 질환은 아니어서 허리디스크인 줄 알다가 뒤늦게 정확한 진단·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많다. 두 질환은 어떻게 다른 것인지 자세히 알아봤다.

■근골격계질환 vs 류마티스질환

허리디스크는 일단 근골격계질환이다.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는 쿠션역할을 하는 추간판(디스크)이 있고 추간판 중앙에는 물렁물렁한 수핵이 있다. 하지만 잘못된 자세나 퇴행성변화, 육체적인 과부하, 강한 외부 충격 등의 영향을 받으면 이 수핵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섬유륜을 뚫고 튀어나올 수 있다. 이렇게 튀어나온 수핵이 주변 신경을 압박하거나 염증반응을 유발해 신경을 자극하면서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허리디스크다.

반면 강직성척추염은 류마티스질환이다. 류마티스질환은 뼈, 관절, 근육, 피부, 신경 등에 염증이 침범해 여러 병적인 현상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강직성척추염은 척추에 염증이 침범해 척추마디가 점점 굳는 병이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척추가 변형될 수 있어 조기발견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허리디스크와 강직성척추염 모두 약물치료와 더불어 물리치료, 운동치료 등의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허리 통증 외 다양한 증상 동반

허리디스크와 강직성척추염이 혼동되는 이유는 모두 허리가 아파서다. 하지만 알고 보면 통증 양상이 다르며 각 질환별로 허리통증 외에도 특징적으로 동반되는 증상들이 있다.

▲허리디스크=허리디스크는 허리통증뿐 아니라 엉덩이와 다리까지 광범위하게 통증이 발생한다. 누운 자세에서 증상이 있는 다리를 쭉 들어올리면 발끝까지 퍼지는 저리면서 통증이 느껴지는데 무릎을 구부리면 또 증상이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허리디스크가 허리만 아프지 않은 이유는 신경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분포돼 있어서다. 또 각 신경과 연결되는 피부부위(피부분절)가 정해져있어 신경이 자극받으면 그에 해당하는 피부부위가 저리고 묵직하다. 특히 다리로 이어지는 신경들은 허리에서 가지를 쳐서 나오기 때문에 탈출된 디스크가 신경을 눌러 다리까지 저리고 아픈 것이다.

고대구로병원 재활의학과 강석 교수는 “같은 허리디스크라도 이렇게 신경이 눌리는 위치에 따라 통증부위가 달라지며 다른 감각이상이나 근력약화가 나타난다”며 “어떤 경우는 다리가 가늘어지고 힘이 없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몸통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직성척추염=강직성척추염 역시 초기에는 허리를 중심으로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자세를 바꾸거나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해지는 허리디스크와 달리 활동하기 시작하면 증상이 약해지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많고 허리통증과 뻣뻣함이 유독 아침에 심하다. 척추 외에도 특히 엉덩이뼈에 통증이 흔히 나타나며 무릎이나 발목, 팔꿈치 등 다른 관절에도 통증이 발생한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강직성척추염은 허리디스크로 오인하기 쉽지만 전신 피로감이 심하고 전혀 예상치 못한 다른 질환들을 동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다르다.

실제로 대한류마티스학회에 따르면 강직성척추염은 염증이 눈에도 잘 발생해 환자의 30~40%가 포도막염 같은 안과질환을 동반하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같은 내과질환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류마티스내과 김현숙 교수(대한류마티스학회 홍보간사)는 “전신피로, 포도막염 등은 다른 근골격계질환과 강직성척추염을 구분하는 중요한 지표”라며 “허리 쪽의 불편함과 더불어 전신에 피로감이 심하고 눈에도 이상이 느껴진다면 강직성척추염을 의심하고 류마티스내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허리디스크와 강직성척추염은 전문적인 치료와 더불어 평소 올바른 자세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비수술적 치료 우선, 수술은 신중하게

두 질환 모두 한 번 발생하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수술은 증상이 아주 심해 기능장애 등으로 일상생활에 제약이 발생했을 때 최후의 방법으로 고려한다.

▲허리디스크=많은 사람이 수술해야만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허리디스크의 75~80%가 수술 없이 호전될 수 있어 대부분 비수술적인 방법으로 치료한다.

강석 교수는 “다리에 힘이 빠지고 대소변 기능에 이상을 보이는 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차적으로 수술보다 비수술적 치료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허리디스크의 대표적인 비수술적 치료법으로는 약물치료, 신경성형술이나 수핵성형술 등의 시술, 물리치료 등이 있으며 이를 통해 통증을 어느 정도 감소시킨 다음 큰 불편함이 없으면 운동치료와 자세교정 등을 통해 재발 예방에 주력한다.

최근에는 자세교정치료 중의 하나로 도수치료가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강석 교수는 “도수치료는 숙련된 치료사가 직접 손이나 도구를 사용해 환자의 척추나 관절의 정렬을 맞춰줌으로써 신체의 움직임을 수월하게 하고 자세 불균형을 수정해 척추의 부담을 완화한다”며 “단 숙련도와 전문성에 따라 효과에 차이가 있어 전문교육을 이수한 시술자에게 치료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견인치료는 허리디스크환자에게 많이 쓰이는 물리치료다. 특수한 기기를 사용해 척추를 잡아당겨 디스크로 가해지는 압력을 줄여주고 주변 근육과 인대의 이완을 유도해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운동치료는 코어근육 강화운동과 스트레칭 위주로 진행된다. 강석 교수는 “디스크로 인한 통증과 평소 잘못된 자세습관으로 척추를 감싸고 있는 코어근육의 근력이 약화되면 디스크가 재발할 수 있다”며 “척추 주변 근육 등 을 강화해 척추가 바르고 안정적으로 유지되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때 골반근육의 유연성운동을 함께 해서 근경직이 발생하지 않게 주의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강직성척추염=강직성척추염은 척추가 대나무처럼 뻣뻣하게 굳어 결국 변형될 수 있어 최대한 빨리 치료를 시작해 병의 진행속도를 늦추는 것이 핵심이다.

기본적인 치료는 약물치료다. 먼저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 소염진통제로 치료를 시작하는데 3개월 이상 해도 호전이 없으면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을 차단할 수 있는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한다. 생물학적제제는 염증세포들을 효과적으로 없애 척추뿐 아니라 척추 외 증상에도 좋은 효과를 보인다고 알려졌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류마티스내과 박경수 교수(대한류마티스학회 홍보위원)는 “단 이 염증세포들은 외부세균을 방어하는 역할도 해서 결핵 등에 감염될 위험이 증가한다”며 “따라서 생물학적제제를 쓰기 전에는 결핵유무에 대한 사전검사를 시행하고 환자의 동반질환을 고려해 가장 안전하게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약제를 선택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강직성척추염의 경우 산정특례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생물학적제제에 대한 치료부담을 줄일 수 있다. 병을 확진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 신청하면 확진일로부터 5년간 혜택을 받게 된다.

물리치료 및 운동치료도 약물치료와 필수적으로 병행해야한다. 바로 선 자세를 유지시켜주는 물리치료와 함께 척추 등의 신전근육을 바로 펼 수 있는 운동과 폐활량 감소 예방을 위한 흉곽 운동 위주로 시행한다.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신경외과 손문준 교수는 “수술적치료는 척추염 증상이 악화돼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심각한 변형, 기능장애, 골절 등이 발생한 경우 이를 치료하는 목적에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생활 속 관리법

생활 속에서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두 질환에 모두 해당하는 얘기다. 걸을 때는 가능한 허리를 펴서 꼿꼿하게 걷도록 노력하고 잘 때는 모로 자거나 웅크리지 말고 척추가 곧게 펴지는 수면자세를 유지한다.

담배와 술은 척추의 영양분을 뺏어 통증을 더 악화시킨다. 금주·금연해야하며 주치의가 안내한 진료날짜에 꼭 병원을 방문해 상태 호전 정도에 따라 치료방법을 조절해나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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