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 풀 뜯어먹는 소리? 고양이 행복지수를 UP시키는 풀 이야기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 풀 뜯어먹는 소리? 고양이 행복지수를 UP시키는 풀 이야기
  • 유현진 닥터캣 고양이병원(고양이동물병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2.1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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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고양이 풀, 일명 캣그라스(Cat grass)라는 통칭으로 식물들이 있다.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대부분의 보호자는 캣그라스에 대해서 알고 있지만 모르는 사람이 듣는다면 고양이는 분명 육식동물인데 뭔 고양이 풀 뜯어먹는 소리냐 할 수도 있다. 캣그라스는 고양이가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좋아하는 풀인데, 쉽게 구할 수 있는 귀리나 보리, 밀 등을 키운 부드러운 어린싹을 말한다.

야생에서 고양이들은 보통 풀을 뜯어 먹는다. 풀을 먹고 나서 고양이는 구토를 하기도 하는데 이때 헤어볼이 같이 나오기도 한다. 매일 그루밍을 하면서 자기 털의 일부를 삼키는 고양이는 헤어볼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으면 큰 소화기 문제를 유발한다. 풀에는 섬유질이 풍부해 고양이의 헤어볼을 구토로 배출시키거나, 소화시켜 분변으로 배출될 수 있게 도와준다. 마치 ‘소화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규칙적으로 풀을 섭취하면 변비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이와 같은 풀을 뜯는 고양이의 본능은 실내 고양이에게도 남아있다. 집 안에 있는 화초나 풀을 자꾸 뜯어 먹는 고양이를 보면 고민하는 보호자들이 많은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니 고양이가 안전하게 잘 먹을 수 있는 캣그라스를 제공해주면 된다.

그렇다고 아무 풀이나 주면 안 된다. 밖의 풀들은 농약이 뿌려져 있거나, 독이 있는 식물도 있으니 조심스럽다. 고양이는 특히 길쭉한 형태의 잎을 가진 식물을 씹어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백합은 고양이에게 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는 대표적인 독성식물이니 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귀리, 보리, 밀의 씨앗은 구하기도 쉽고, 다른 화초에 비해 키우기도 어렵지 않다. 신선한 풀에는 고양이 몸에 이로운 여러 영양소가 풍부하다. 식이섬유뿐 아니라 비타민을 비롯해 항산화 성분도 많이 들어있다. 사람들이 영양 주스를 마실 때, 밀싹을 추가해서 같이 갈아 먹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캣그라스의 급여량은 고양이마다 기호가 다르기 때문에 특별히 정해진 것은 없다. 단, 너무 많이 주면 구토가 잦거나, 흥미가 떨어지기 때문에 1~2달의 주기를 가지고 급여하는 것을 추천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고양이병원에서 키워서 고양이들에게 제공하는 캣그라스와 캣닢
필자가 근무하는 고양이병원에서 키워서 고양이들에게 제공하는 캣그라스와 캣닢

또한 캣닢(Catnip)이라고 하는 허브 식물도 고양이가 상당히 좋아하는 식물 중의 하나다. 우리말로 개박하라고 부르는 이 식물에는 네페탈락톤이라는 휘발성 물질이 들어있는데 이 물질이 고양이의 코점막을 자극해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 비슷한 식물로는 마따따비(개다래나무)가 있다.

고양이는 보통 건조한 캣닢을 좋아하는 데 향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향이 좋아서 사람도 캣닢차로 먹기도 한다. 고양이가 캣닢향을 맡으면 흥분하거나 비비고, 발을 구르는 행동을 하면서 좋아하기 때문에 일명 ‘고양이 마약’이라고 하는데, 마약처럼 독성이 있거나 중독되는 부작용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단 캣닢도 많이 먹으면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어 주 2회 정도의 사용이 적당하다. 캣닢은 보통 사료에 같이 뿌려서 먹이거나, 쿠션 장난감에 넣어서 제공하면 좋다. 캣타워나 스크래처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고양이는 스트레스에 민감한 동물이다. 실내 환경을 풍부하게 조성해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게 규칙적인 놀이시간을 갖고 캣그라스와 캣닢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고양이가 더 행복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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