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심장, 그 시작은 ‘고혈압’일 수 있습니다”
“병든 심장, 그 시작은 ‘고혈압’일 수 있습니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2.1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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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원 경희대병원 심장내과 교수(심장혈관센터)
혈압은 심장이 피를 뿜어낼 때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으로 심장건강의 중요한 지표역할을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은 자식이 속을 썩이면 하나같이 뒷목을 잡거나 머리에 손을 올리면서 ‘아 혈압 올라’라고 말한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혈압이 매우 높지 않은 이상 고혈압 자체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고 설명한다.

그래도 잘 알려졌다시피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다. 아프지 않다고 내버려두면 심장, 뇌 등 다른 여러 장기에 무리가 가서 전신건강이 위험해진다. 특히 고혈압은 심장까지 버겁게 만들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을 유발, 심한 경우 돌연사에 이를 수 있다.

심장이 좋지 않으셨던 아버지의 권유로 심장내과를 택했다는 김원 경희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하지만 다양한 환자를 만나면서 본인 나름의 진료철학과 사명감이 생겨 한평생 심장내과 의사로 열정을 바치리라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를 직접 만나 미처 몰랐던 고혈압과 심장의 연관성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혈압, 왜 심장과 연관 있을까

심장은 단순히 두근거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한 번 뛸 때마다 온 몸으로 피를 보내 각 조직이 원활하게 일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심장이 피를 뿜어낼 때마다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이 바로 혈압이다. 심장이 수축하면서 피를 뿜어낼 때 가해지는 압력을 수축기혈압, 이완하면서 관상동맥을 통해 피를 받아들일 때 가해지는 압력을 이완기혈압이라고 한다.

김원 교수는 “혈압이 정상이라는 건 심장이 제대로 뛰고 있다는 의미이자 온몸에 피가 잘 도는, 즉 혈액순환이 원활하다는 의미”라며 “고혈압을 얘기할 때 늘 심장을 함께 언급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혈압 높으면 심장에 어떤 문제 발생할까

그렇다면 고혈압은 심장에 왜 위험한 것일까.

김원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고혈압은 동맥에 계속 높은 압력을 가해 혈관 벽에 염증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혈관이 점점 딱딱하고 좁아지게 된다. 특히 심장이 온몸으로 피를 내뿜으려면 관상동맥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아야해서 관상동맥이 좁아지다 막히기라도 하면 결국 심장근육이 괴사하고 만다.

또 혈압이 올라가면 심장이 버겁게 일하면서 점점 두꺼워진다. 비대해진 심장은 일을 점점 못하게 돼 결국 심정지가 오게 된다. 김원 교수는 “팔다리에 붙는 근육은 몸의 활력이 되지만 심장에 근육이 붙어버리면 오히려 심장이 점점 일을 못 하게 된다”며 “혈압이 높아도 불편하거나 아프지는 않지만 최소한 자신이 고혈압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적극 관리를 시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원 교수는 “고혈압은 조용히 심장을 망가뜨리는 ‘침묵의 살인자’라며 ”특히 나이가 젊더라도 혈압이 높다면 전문가에게 정확한 처방을 받고 적극 관리를 시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고혈압 ‘전 단계’부터 관리 시작해야

고혈압은 증상이 없기 때문에 보통 건강검진에서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140(수축기혈압)/90(이완기혈압)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하는데 사실 여기에 해당하지 않아도 혈압은 고혈압 전 단계(121~139/81~89mmHg)부터 관리해야한다는 것이 김원 교수의 말이다.

김원 교수는 “고혈압 전 단계는 말 그대로 곧 고혈압이 될 위험이 높다는 뜻”이라며 “이러한 점을 고려해 미국은 아예 고혈압 진단기준을 130/85로 낮춰 고혈압으로 가기 전 미리 혈압을 개선하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원 교수는 30~40대 고혈압환자들에게 따끔히 경고했다.

“이분들은 아직 젊어서인지 일단 본인이 고혈압환자라는 것을 굉장히 부정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 때문에 어떻게 보면 고령층보다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즐기는 데다 술, 담배를 하고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해소할 시간은 없으니 스스로 혈압을 관리하지 않으면 심근경색 등으로 갑자기 생명을 잃을 수 있습니다.”

■‘테크닉’ 아닌 ‘사람’에 집중하는 의사 되기로

이처럼 고혈압은 미리 관리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위험한 상황을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심장내과 의사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수차례의 고비를 넘긴다고. 하지만 그 고비를 넘고 났을 때 얻는 보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한다.

“혈관이 막히면 한시라도 빨리 풍선이나 스텐트(쇠그물망) 같은 기구를 넣어 혈관을 넓혀줘야 환자를 살릴 수 있습니다. 외과의사처럼 칼을 잡는 건 아니지만 이 또한 신속함과 정확함이 관건이기에 심장내과 의사는 웬만한 열정 없이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김원 교수는 심장을 다룬다는 사명감을 나름 깊게 새긴 것이 열정을 지피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생명의 은인이라면서 수년째 고마움을 표현하는 환자들도 큰 원동력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김원 교수가 못 잊는 환자가 있다.

“후천적으로 하행 대동맥이 좁아지는 병으로 입원한 45세 남성 환자였습니다. 이 병은 대동맥이 심하게 좁아져서 앉아 있을 때는 괜찮다가 걷거나 뛰면 하지에 혈액공급이 부족해져 장딴지에 매우 심한 통증이 발생합니다. 이 분은 이미 어릴 때 병이 발생했지만 수십 년간 원인을 찾을 수 없어 군대도 가야 했고 결국 구보를 하지 못해 구타와 기합을 받으면서 힘든 군생활을 보냈다고 합니다. 저에게 병을 정확히 진단받고 스텐트로 막힌 대동맥을 뚫는 치료를 받고 나서야 남들처럼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실 수 있게 됐죠.”

김원 교수는 이 환자를 경험한 후 앞으로 기계나 검사에 의존해 테크닉만 추구하는 의사가 아니라 한 ‘사람’을 보고 치료방향을 생각하는 의사가 되리라 다짐했다고 한다.

“요즘은 검사결과 하나에 울고 웃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검사나 기계에 의존해 현재 병을 치료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환자의 전반적인 삶을 살펴보고 그 환자가 10년 후에도 건강할 수 있도록 치료내용과 방향을 고민하는 것입니다. 이 환자는 저를 생명의 은인이라고 하지만 저에게도 이 분은 마음을 다잡게 해준 아주 고마운 분입니다.”

김원 교수는 앞으로도 환자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하면서 묵묵히 심장내과 의사로서 한 길을 걷겠다고 말했다.
김원 교수는 검사결과나 최신기계에만 의존하지 않고 환자의 전반적인 삶을 함께 고려해 치료방향을 고민하는, 그야말로 ‘사람’을 생각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맞는 관리법 찾아야

김원 교수는 환자의 전반적인 삶을 고려해 치료방향을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환자들에게 건네는 조언도 조금씩 변화를 두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모든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소금 섭취를 줄이고 운동을 꾸준히 하라’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각자 생활환경이 다르다 보니 누구는 하고 누구는 못할 겁니다. 그래서 저는 직업이나 생활패턴 등을 생각해보고 최대한 본인이 할 수 있을 만한 것을 우선 찾아보라고 말합니다.”  

김원 교수는 본인 사례를 예로 들었다.

“저도 현장에 있으면 바빠서 후루룩 먹을 수 있는 국물음식으로 식사할 때가 많습니다. 빨리 먹을 수는 있지만 소금이 많아 문제죠. 그래서 저는 하루 한 끼 정도는 채소 위주로 가볍게 식사하고 있습니다. 운동 역시 따로 할 시간이 없다 보니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안 타고 꼭 계단을 이용합니다. 하지에 근육이 붙으면 고혈압 개선에 도움이 되는데 여기에는 계단 오르기만 한 게 없습니다.”

단 김원 교수는 “흡연은 고혈압에도 쥐약”이라면서 “담배만큼은 생활환경이 어떻든 그 누구도 용납할 수 없으니 이유를 막론하고 꼭 끊어라”고 당부했다.

TIP. 김원 교수가 말하는 ‘심혈관건강’ 이것만은!

1. 싱겁게 먹고 찌개류 등 소금이 많은 음식 줄이기

2. 하루에 한 끼 정도는 채소 위주로 가볍게 식사하기 

3. 술, 담배와 멀어지기

4.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으면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 이용하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등 작은 것이라도 꾸준히 실천하기

5. 정기적으로 혈압 측정하기(고혈압 전 단계(121~139/81~89mmHg)로 나오면 관리 시작)

6. 아스피린 오남용하지 않기
(아스피린은 피를 묽게 하고 혈전 생성 막아 심혈관질환 위험↓. 단 40~70세 성인 중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거나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 이 경우도 출혈위험이 없는 사람에 한해 저용량(100mg 안짝)을 복용해야 함. 건강한 성인이 심혈관질환 예방 목적으로 복용하면 오히려 부작용으로 위장관계 출혈 위험↑)

7. 고혈압환자 중 평소 어지럼증이 잦다면 반드시 주치의에게 알리고 정확한 원인 찾기
(이석증, 기립성저혈압, 부정맥 등 가벼운 질환부터 심각한 질환까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둬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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