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봉준호 감독으로 재조명된 ‘기생충’…우리 피부에도 기분 좋은 기생충이 있다!
[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봉준호 감독으로 재조명된 ‘기생충’…우리 피부에도 기분 좋은 기생충이 있다!
  •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fk0824@k-health.com)
  • 승인 2020.02.14 15: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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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까지 휩쓸며 넘사벽으로만 여겼던 ‘1인치 장벽’을 극복했다. 그동안 백인들만의 무대에서 당당하게 아카데미상을 거머쥐었으니 코로나바이러스로 무거웠던 마음도 잠시나마 위안을 얻는다. 

마냥 징그럽고 혐오스럽기만 했던 ‘기생충’이 이런 식으로 행복을 주리라곤 상상도 못 했으니 그야말로 덤으로 받은 선물이라는 느낌이다. 그런데 우리 피부에도 도움을 주는 기생충이 있다는 걸 아시는지? 그건 바로 ‘모낭충’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90~98%가 모낭충(Demodex)을 갖고 있으며 모낭충은 두피나 얼굴에 기생하면서 모낭과 피지선을 뚫고 들어가 피지와 노폐물로 영양분을 섭취한다. 

우리 몸에 서식하는 모낭충은 총 2종으로 이 중 ‘데모덱스 폴리쿨로룸(Demodex folliculorum)’은 0.3~0.4mm의 길이의 얇은 모양으로 모낭누두 부위에 산다. 또 ‘데모덱스 브레비스(Demodex brevis)’는 좀 더 작은 0.15~0.2mm로 피지선 깊숙이까지 분포돼 있는데 나이 들수록 많아지며 피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피지분비가 활발한 코, 이마, 뺨 부분에 많이 분포돼 있다.

모낭충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현미경으로만 확인된다. 모양은 반투명하고 길게 뻗어 있으며 8개의 다리는 몸통 앞쪽에 위치하며 보통 8~16mm/h 속도로 주로 밤에 활동한다. 피지나 노폐물을 먹기 위해 핀 모양의 입을 가진 영락없이 징그러운 ‘벌레’ 모양이다.

모낭충이라는 이름이 주는 뉘앙스와 생긴 모양으로만 봐선 우리 몸에 막연히 해로울 것 같지만 반전매력이 있다. 바로 우리 피부와 모낭에서 분비되는 피지를 억제하고 적당한 산성상태로 유지시켜 각종 미생물이나 세균을 방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다. 이쯤 되면 우리 몸에 기생(寄生)하는 모낭충은 공생(共生)하며 서로에게 이익을 주며 함께 산다고 할 수 있겠다.

징그럽게 생긴 모양과 듣기만 해도 거북한 이름을 이용해 화장품광고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터넷에서 ‘모낭충 화장품’만 쳐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그중 단연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 잡는 것은 모낭충영상을 통해 위협감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피부문제가 딱히 없는 소비자들까지 모낭충을 무리해서라도 꼭 제거해야하는 ‘절대 해로운 것’으로 인식시키게 된다.

이러한 화장품회사의 공포마케팅은 모낭충제거클렌저부터 붙였다가 떼는 파스형태의 모낭충제거마스크, 심지어 모낭충박멸화장품까지 탄생시켰다. 적당한 모낭충은 공생을 통해 피부건강에 도움을 주지만 이를 인위적으로 제거하면 피부자극을 일으켜 피부 자생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모낭충이 지나치게 번식하지만 않는다면 별다른 해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굳이 없애려는 노력은 필요 없다.

하지만 때에 따라 모낭충이 많아질 경우 불편한 문제를 일으킨다. 정상피부의 경우 피부 1㎠당 모낭충이 1마리 이내만 존재하지만 1㎠에 10마리 이상이면 심각한 피부문제를 일으킨다. 처음에는 가려움증, 붉음증, 피부민감도 증가 등으로 나타나고 모낭과 모공이 막히면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 간혹 모낭충에 의한 염증은 여드름과 유사해 보이지만 여드름균의 증식과는 상관없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 치료해야한다.

현재 딱히 피부문제는 없지만 모낭충으로 인해 불안하다면 무턱대고 비싼 화장품을 구입할 것이 아니라 저약산성클렌저로 꼼꼼하게 세안해보자. 모낭충의 경우 약산성 pH에 취약하기 때문에 모낭충 확산과 번식을 막을 수 있는 가성비 좋은 팁이다. 이밖에 오일타입의 화장품을 피하고 진한 메이크업도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좋다. 이렇듯 생활 속 작은 실천을 통해 화장품업체의 공포마케팅을 이겨낼 수 있는 지혜로운 소비자가 되기 바란다.

일반 기생충은 우리에게 해롭지만 영화 기생충은 선물이 되는 것처럼 모낭충은 누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해가 되기도 하고 때론 유익하고 고마운 기생충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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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스 2020-02-15 10:43:49
모낭충이 꼭 나쁜것만은 아니네요.
좋은 팁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