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멧돼지 쓸개에 웅담 효능 기대해선 안 된다!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멧돼지 쓸개에 웅담 효능 기대해선 안 된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2.1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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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최근 야생멧돼지의 쓸개가 고가에 팔리고 있다는 뉴스가 있었다. 야생멧돼지 쓸개가 개당 수십 만원에서 심지어 100만원에도 유통된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했다. 최근 몇 가지 이유로 야생멧돼지의 사냥을 허가하고 있는 데 이 과정에서 멧돼지의 쓸개와 고기까지 먹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일반인들은 아마도 곰의 쓸개인 웅담을 떠올리면서 다른 동물의 쓸개도 웅담과 비슷한 효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야생멧돼지의 쓸개에는 웅담과 같은 효능이 없다. 영양학적으로나 약효를 따져봐도 그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다.

웅담이 약용되는 것은 바로 사람 쓸개즙의 주요 성분인 우루소데옥시콜릭산(ursodeoxycholic acid, UDCA)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보통 줄여서 우루소나 UDCA라고도 한다.

그런데 모든 포유류 동물의 쓸개즙에 우루소 성분이 함유돼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곰류와 오소리, 그리고 뉴트리아 등과 같은 몇 종의 포유류를 제외하고는 우루소 성분이 없다. 가축용 집돼지나 야생멧돼지의 쓸개즙에도 전혀 함유돼 있지 않다.

동의보감에 보면 멧돼지의 쓸개가 야저담(野猪膽)이나 야저황(野猪黃)이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야저담은 쓸개를 의미하고 야저황은 쓸개 안에 있는 담석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근거로 야생멧돼지 쓸개를 홍보하는 것은 혹세무민(국민의 정신을 어지럽게 하고 혼란스럽게 함)하는 것이고 효능도 기대하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자칫 간독성이나 신장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

또 다른 문제는 야생멧돼지 고기를 제대로 익히지 않고 먹으면 선모충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선모충증이다. 선모충은 돼지고기나 멧돼지의 근육 속에서 기생하는 기생충이다. 요즘 사육되는 가축용 돼지고기는 그래도 기생충이 적은 편이지만 과거에는 가축용 돼지에도 많았을 것이다. 특히 야생멧돼지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선모충증은 전 세계적으로 야생동물을 통해서 감염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사냥용으로 해서 잡은 멧돼지, 곰, 여우, 밍크 등의 고기를 날로 먹었을 경우 쉽게 감염될 수 있고 감염된 육고기를 이용해 소시지 등 다른 용도의 식품으로 만들 경우에도 마찬가지 감염원이 될 수 있다.

사람의 몸 안으로 들어온 선모충의 유충은 대장 장점막의 소정맥이나 림프관을 통해 침입한 후 혈류를 타고 전신에 퍼진다. 그러다가 횡격막이나 늑골 또는 식도부위의 근육에 박혀 들어가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소장점막으로 들어왔을 초기에는 복통, 구토 등의 소화기증상에서부터 감염 후 근육 속을 파고 들어가면 호흡기질환, 심장마비 그리고 뇌질환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아직도 국내에서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지금도 국내에 자생하는 야생 멧돼지에서는 지속적으로 해당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다는 보고들이 많다.

우리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야생동물에 기생하고 있는 바이러스는 언제든지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 또한 언제라도 돌연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 전염될지 모를 일이다. 따라서 야생멧돼지와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고 심지어 먹는 행위도 멈춰야한다.

현재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르면 불법 포획‧수입 또는 반입한 야생동물을 사용해 만든 음식물 또는 가공품을 취득하는 것은 불법이다. 정부는 야생동물 식용금지법과 관련된 내용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계몽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신토불이는 안전하고 자연산이 좋다는 맹목적인 믿음은 자칫 건강은커녕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생명까지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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