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 보호의 시대가 열린다! ‘고양이 동물등록’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 보호의 시대가 열린다! ‘고양이 동물등록’
  • 유현진 닥터캣 고양이병원(고양이동물병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2.2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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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필자는 최근 고양이 보호자에게 널리 알리고 싶은 너무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드디어 서울시와 경기도 전역에서 반려 고양이에 대한 동물등록이 시범사업으로 지정됐다는 공문이었다. 반려 고양이 동물등록이 2020년 2월 7일 확정돼 2월 12일부터 시행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날을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우리나라에서 동물보호법에 따라 ‘가정에서 반려하는 개’를 대상으로 동물등록이 처음 고시된 것은 2008년이다. 이후 ‘무선전자개체식별장치(RFID)’를 활용해 주민등록번호처럼 개에 대한 고유 동물등록번호를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부여하기 시작했다.

무선전자개체식별장치 활용이라는 말이 너무 길고 어렵게 들린다. 하지만 이는 이미 많은 보호자가 알고 있는 내장형 무선식별장치(마이크로칩)를 삽입하거나 외장형 무선식별장치(인식표)를 부착하는 것을 말한다. 반려동물이 증가하고 동물보호에 대한 국가, 사회적 인식이 태동하는 시기였다고 볼 수 있지만 대외 홍보나 국민 인식이 부족해 정작 동물을 보호하는 데 활용되지 못했다.

반려견에 대한 동물등록이 제대로 활성화된 것은 2013년부터다. 관련 법규를 대통령령으로 다시 정비하고 ‘동물보호관리시스템”(www.animal.go.kr)’이라는 정부 사이트를 만들어 대대적으로 대국민 홍보를 시작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이후 몇 년의 시범기간과 계도기간을 거쳐 현재는 3개월령 이상의 개를 반려하는 가정에서는 의무적으로 동물등록을 해야한다. 동물등록을 하지 않는 보호자에게는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그간 고양이에 대한 동물등록은 시스템 자체를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반려 고양이 인구 증가를 고려할 때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많은 수의계와 동물권 단체들이 고양이도 등록대상 동물로 지정해 달라는 사회적 요구가 있었다. 이에 몇 년 전부터 고양이도 동물등록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게 됐지만 실제로 지난해까지 서울시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구는 중구를 포함해 단 3곳뿐이었다.

동물등록은 왜 꼭 해야만 할까? 무엇보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잃어버려 몸 고생, 마음고생을 해본 보호자라면 동물등록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동물등록이 시작된 이후 꽤 많은 반려견이 보호자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

유실견이나 유기견들이 동물병원, 파출소, 보호소 등에 가게 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몸에 내장형 무선식별장치가 있는지 스캔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칩이 스캔되고 고유번호가 뜨면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접근 권한이 있는 수의사, 경찰, 공립보호소 등에서 바로 보호자의 연락처를 확인하고 연락할 수 있다.

또 무책임한 보호자에게 입양돼 유기되는 동물의 수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동물등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2013년, 2014년에는 유기동물의 수가 대폭 감소했다. 제대로 된 동물보호, 동물복지 정책을 펼치려면 제대로 된 동물등록 시스템의 확보가 선행돼야한다.

이번에 시범사업으로 시작되는 고양이 등록은 반려견 등록과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현재 반려견 등록은 북미나 유럽, 일본, 호주 등의 국가처럼 내장형 인식장치를 권장하고 있다. 과거에 등록해 외장형 식별장치(인식표)가 돼 있는 개들도 있다. 하지만 반려묘 등록은 100% 내장형 식별장치를 삽입해야만 가능하다.

보통 목이나 어깨 부위 피하에 찔러서 삽입하는 내장형 식별장치의 크기는 과거보다 많이 작아져 예방주사보다 약간 더 따끔할 뿐이다. 괴담처럼 들려오는 거부반응이나 종양의 발생은 매우 희박하며 0.01%(1만마리 중 한 마리) 이하로 보고되고 있다. 필자는 지난 10년 동안 개, 고양이를 통틀어 한 마리도 본 적이 없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택배나 배달음식을 받느라 문을 열어놓은 사이 또는 커다란 짐을 옮기느라 잠깐 문이 열린 틈을 타 밖으로 우연히 나가 집을 잃어버리는 개와 고양이의 비율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게다가 외장형 식별장치는 목걸이가 떨어지면 그냥 함께 유실돼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또 다른 차이점은 반려견 동물등록의 경우 해마다 지자체의 역량에 따라 식별장치를 삽입하고 등록하는 데 일정 부분 정부보조금이 있었지만 반려묘 동물등록은 아직 의무사항이 아닌 데다 시범사업이라 보호자의 자비로 해야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엄격하게 주소지 관할지역에서만 등록할 수 있다.

그런데도 필자는 정부의 결정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고양이 동물등록은 2년 후에나 실시할 것이라는 방침을 내놨는데 당장 이번 달부터 실시하기로 변경된 것이다.

내장형 식별장치를 삽입하고 등록된 고양이가 많아질수록 수의사도, 경찰도, 보호소에서도 새로운 고양이가 발견됐을 때 보호자에게 인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무책임한 보호자의 숫자도 감소할 것이며 고양이를 위한 정부 정책도 더 늘어날 테니 말이다. 아직 동물복지 선진국에 비하면 갈 길이 멀지만 어쨌든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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