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약쑥(애엽 추출물) 위장약’ 먹고 발진 일어났다고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약쑥(애엽 추출물) 위장약’ 먹고 발진 일어났다고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2.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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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요즘은 SNS시대입니다. 포노사피엔스라는 말이 있듯이 스마트폰으로 일상 업무 대부분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약에 대한 상담도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김기철(가명) 님 역시 밝은미소약국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연락을 주셨습니다.

환자 : 약사님, 약을 복용했는데 가렵고 붉게 뭐가 올라왔어요. 그럴 수 있나요?

약국 : 안녕하세요. 일단 드신 약을 확인해야 할 것 같은데요?

환자 : 사진(악 봉투와 약을 사진 찍어서 보내줌)

약국 : 다른 것은 전에 드셨던 약들인데 위장약 하나가 바뀌었어요.

환자 : 위장약 때문에 이렇게 될 수 있나요?

약국 : 위장약이 생약제제인데 체질에 따라 그럴 수 있어요. 초록색 약입니다. 일단 약을 복용하지 마시고 병원에 오셔서 상담받아 보세요.

환자 : 네, 알겠습니다.

약국 : 그리고 그 약물은 앞으로도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으니 꼭 기억해 두셨다가 병원 진료 보실 때 말씀해 주세요.

우리나라 처방 조제 업무는 혼합 포장 방식입니다. 각기 다른 약물 1회 복용량을 약포지 하나에 혼합해 포장하지요. 안 그래도 우리나라는 문화적으로 약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데 포장법까지 편리하니 처방되는 약 종류가 미국 등 다른 나라보다 많은 편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위장약입니다. 위염 등의 질환이 없더라도 위장장애가 있는 약물 복용 후 나타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위장약은 거의 같이 처방되고 있어요. 특히 라니티닌은 항염 진통제 복용 후 발생하는 위장질환을 치료하는 약으로 매우 빈번하게 처방됐죠.

하지만 2019년 라니티딘 발암물질 파동 이후 판매 금지되며 시장에서 퇴출돼 버렸습니다. 그 빈자리를 채운 약이 바로 천연물 의약품 ‘애엽 추출물(스티렌, 디스텍, 지소렌 등)’입니다.

2000년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법’에 따라 의약품 허가조건을 대폭 완화하면서 많은 제약회사들이 신약(?)을 출시하게 됐습니다. 대표적으로 ▲위장약인 스티렌, 모티리톤 ▲관절염약인 조인스, 신바로 ▲기침·가래약인 시네츄라 등이 있습니다.

천연물 의약품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항염 진통제의 대표주자이면서 갈수록 많은 효과가 밝혀지고 있는 ‘아스피린’은 버드나무에서 추출했고 항암제인 ‘탁솔’은 주목나무 그리고 혈액순환제인 ‘타나민’은 은행잎에서 추출해 만들어집니다. 큰 범위에서 보면 이런 약들도 천연물 의약품이라고 볼 수 있지요.

메디포뉴스는 사이언스 타임즈 보도를 인용해 ‘미국은 Botanical drug Guidance를 제정해 천연물 의약품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연구를 지속해 왔으며 그 결과 1982년부터 약 868종의 신약 후보물질과 40여종의 신약, 209종의 반합성 물질을 승인했다’고 했습니다.

또 중국의 경우에도 ‘2003년까지 1200여 종의 식물 추출산업을 완료했고 700여 종의 순수 화합물을 분리했다. 유럽 역시 각국 정부가 식물약품이라는 규정을 따로 둬 평가와 지원을 동시에 지원하고 있다’고 했지요. 많은 나라가 천연물에서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천연물 의약품은 세계적인 추세지만 문제는 허가기준입니다. 2008년 천연물 의약품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목적으로 허가기준이 대폭 완화되면서 의약품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자료들을 다 갖출 필요가 없어진 것이죠. 때문에 안전성 부분이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허가된 천연물 의약품의 경우만 봐도 2013년 벤조피렌 검출 문제,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에 따르면 스티렌 개량신약인 지소렌, 디스텍 등의 이상 사례 발현율이 7.39%나 됐습니다. 이것을 볼 때 천연물 의약품이라고 해도 무조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천연물 제제는 한 가지 성분만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농축된 제제가 인체에 들어왔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보다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지요. 늦은 감이 있지만 2015년 감사원의 천연물 신약에 대한 강한 지적도 바로 이런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감사원 지적에 따라 오해 소지가 강한 ‘천연물 신약’이라는 용어를 ‘천연물 의약품’으로 바꿨으며 관련 규정 개정을 통해 천연물 의약품을 구성하는 성분의 분포, 함량에 대한 구체적인 ‘성분프로파일’을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또 안전성 자료도 제출하도록 했죠.

2008년 느슨하다 못해 늘어졌던 허가기준을 다른 의약품과 동일한 수준으로 다시 끌어올린 겁니다. 규제 강화를 통해 천연물 의약품이 보다 인정받는 약으로 재도약하기를 기대해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라니티딘 성분 위장약이 퇴출되면서 애엽 추출물이 더욱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많이 사용될수록 이상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아지겠죠?

가장 대표적으로 주의할 점 두 가지만 살펴보겠습니다. 애엽 추출물에는 다양한 성분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디쿠마롤’ 등 혈액 응고를 지연시키는 성분들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현재 출시된 에탄올이나 이소프로파놀 애엽 추출물은 혈액 응고 억제성분을 제거해 특허를 받은 것입니다.

하지만 와파린, 항혈전제를 복용 중인 혈전증 환자나 혈액 응고 지연 환자, 간이나 신장이 좋지 않은 환자는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복용 시 주의해야합니다.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발간한 ‘항응고약물(와파린) 복용 안내’에도 ‘스티렌(애엽)’은 주의 의약품으로 나와 있습니다. 해당 환자의 경우 혈액 응고와 전혀 관련 없는 위장약으로 처방 받는 것이 좋겠죠.

특히 필자는 요즘 약 복용 후 알레르기가 나타났다고 호소하는 환자들을 여러 차례 보고 있습니다. 물론 지역의약품 안전센터에 부작용 보고도 해두었지요.

천연물에는 다양한 성분이 함유돼 있다 보니 체질에 따라 가려움이나 발진 등 알레르기 증상이 유발될 수 있는 것입니다. 심하면 발열이 나타날 수도 있어요. 김기철 님 역시 이런 경우에 해당됩니다. 만일 알레르기 증상이 유발됐다면 약을 중단하고 의사와 상의해야합니다. 위장약을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경우라면 처방 변경이 불가피하겠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약물은 꼭 기억해 두셔야 해요. 특히 천연물 의약품은 단일 성분이 아니기 때문에 알레르기 유발요인이 더 높다고 생각됩니다. 위장약 계통은 다른 약을 처방받을 때 부작용을 막기 위해 포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원 진료 또는 약을 받을 때 의사, 약사에게 특이사항을 꼭 말씀해 주셔야 보다 안전한 처방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반드시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 참고

본문에 제시된 환자와의 대화는 이해를 돕기 위해 극적 재구성 된 것입니다.

※ 참고 문헌

Lauralee Sherwood, 《인체 생리학 제9판》, 강명숙 외 21 옮김, 라이프사이언스, 2016

J.G.Salway, 《한눈에 알 수 있는 의학 생화학》, 백영환, 범문에듀케이션, 2013

《혈액응고 억제성분이 제거된 애엽 추출물, 이의 제조방법 및 이를 유효성분으로 함유하는 약학적 조성물》 강경구 외 7명

《항응고약물(와파린) 복용 안내》 서울대학교병원 약제부

“한국 약국, 약 가짓수 많고 조제업무 치중” 의약뉴스 2016년 7월 14일 기사

“미국 약국과 한국약국의 차이2” 약업신문 2014년 6월 11일 기사

“한의계 뜨거운 감자 ‘천연물의약품’은 몇 개?” 중앙일보 헬스미디어 2012년 7월 13일 기사

“감사원, 천연물신약 감사 결과 공개 ‘총체적 난국’” 약업신문 2015년 7월 29일 기사

“우리나라 천연물제제 약물이 글로벌신약으로 거듭나려면?” 메디포뉴스 2018년 1월 26일 기사

“천연물의약품 허가 기준 강화, 경쟁력 향상 이끌 것” 메디포뉴스 2019년 3월 22일 기사

“스티렌 법적 공방 동아 패, 개량신약 특허 문제없다” 헬스코리아뉴스 2013년 6월 30일 기사

“스티렌 개량신약, 이상사례 업데이트” 의약뉴스 2017년 5월 12일 기사

※ 참고 사이트

http://healthline.com/

https://www.nlm.nih.gov/

https://www.drugs.com

약학정보원 홈페이지 https://www.health.kr

국가건강정보포털 http://health.cdc.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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