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미용실에선 왜 유독 잠이 쏟아질까?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미용실에선 왜 유독 잠이 쏟아질까?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2.2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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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우리 삶 안에는 무수히 많은 소리가 있다. 그중에서도 천둥 치는 소리부터 자동차 경적 소리, 비 내리는 소리, 물 끓는 소리, 시계 초침 소리, 아파트 위층에서 쿵쾅거리는 소리 등은 우리가 보통 소음이라고 표현한다.

소음은 수면을 방해하는 것으로 인식돼 있다. 하지만 수면을 유도하는 소음도 있다. 바로 ‘백색소음’이다. 하얀 거짓말이란 말도 있듯이 백색소음도 일종의 착한 소음이다.

구체적으로 백색소음은 여러 가지 파장을 갖고 있는 다양한 색깔의 빛이 모두 합쳐졌을 때 보이는 색인 백색광과 같은 소음을 의미한다.

햇빛은 무색투명한 것 같지만 프리즘을 통과시켜보면 무지개색으로 나뉜다. 빛의 종류에 따라 서로 파장이 다르기 때문. 각각의 색을 ‘칼라소음’이라고 하면 이 모든 것을 합쳐 놓은 것이 바로 백색소음이다. 한마디로 다양한 음높이의 소리가 모두 합쳐져 있다는 것이다.

백색소음의 예로는 선풍기가 돌아가는 소리, 주파수가 맞지 않는 상태의 라디오에서 나는 ‘지지직’ 하는 소리, 윙윙거리는 에어컨 소리, 빗소리, 파도소리 등이다. 이들 소음의 특징은 지속적으로 중저음이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 또 마음을 편하게 하고 잠도 잘 오게 한다. 백색소음이 규칙성을 띠면서 내는 음의 세기와 함께 진동수가 청각을 통해 뇌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뇌파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감마파는 1초당 30회 이상 진동(30Hz)하는 뇌파로 뇌가 가장 활발하게 활성화된 상태에서 관찰된다.

알파파는 8~14Hz로 명상이나 집중을 할 때 관찰되고 세타파는 4~8Hz로 몽롱하거나 얕은 잠을 잘 때 그리고 꿈을 꿀 때 관찰되는 뇌파다. 4Hz 이하 진동수인 델타파는 깊은 잠에 빠졌을 때 관찰된다.

백색소음은 세타파나 델타파와 서로 공명(共鳴)한다고 볼 수 있다. 공명의 쉬운 예로는 조용한 빈방에 여러 개의 동일한 기타를 놓고서 한 개의 기타에서 특정한 한 줄을 튕기면 만지지 않았던 기타에서도 동일한 두께의 기타 줄들이 함께 진동하는 것과 같다.

필자는 유독 미용실에서 잠이 쏟아지는데 아마 이것도 백색소음 때문일 것이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기계음과 함께 규칙적으로 나는 가위질 소리가 바로 백색소음인 것이다. 학창시절, 특정 수업이나 강의시간만 되면 졸렸던 이유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해당 선생님(교수님)이 내는 중저음의 규칙적인 높낮이 톤 때문이었던 것 같다.

큰 대로변에 위치한 필자의 한의원은 도로에서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크게 나는 편이다. 그런데 스트레스 받지 않고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는 것을 보면 이 소음 또한 백색소음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지금 들어보니 빗소리처럼도 들린다.

과거 텔레비전의 정규방송이 끝나면 나는 지지직 거리는 소리 때문에 잠이 잘 온다는 분들도 있었고 갓난아이들이 울 때 진공청소기를 켜면 울음을 뚝 그친다거나 잠을 잔다는 말도 다 이유가 있다. 이들 소음은 모두 백색소음에 속한다.

규칙적인 덜컹거림도 일종의 진동수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하철이나 옛날 기차에서 나는 덜컹거림의 평균 진동수는 2Hz 정도다. 그래서인지 지하철을 타면 잠이 잘 오지만 조용하게 달리는 KTX나 SRT에서는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유독 운전만 하면 졸린다는 사람이 있는데 이 또한 자동차 엔진 소리와 함께 나는 규칙적인 덜컹거림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흔들림의 진동수 진폭이 크다면 멀미를 유발할 수 있다. 진폭은 위아래로 흔들거리는 폭을 말하는데 그 크기에 따라 멀미나 구토, 두통이 유발되기도 한다. 파도가 높은 날 배멀미가 심하거나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 멀미를 심하게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음은 인체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숙면에 도움이 되는 소음은 물론이고 집중력과 학습능력을 높이는 소음,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소음, 심지어 진통작용을 나타내는 소음도 있다. 소음은 자체가 스트레스일 수도 있지만 잘 활용하면 수면제나 각성제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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