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외출하지 않는 반려묘도 예방접종은 선택 아닌 필수!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외출하지 않는 반려묘도 예방접종은 선택 아닌 필수!
  • 유현진 닥터캣 고양이병원(고양이동물병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2.2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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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예방접종은 왜 해야 할까? 예방은 최선의 치료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검사장비로 진단을 내리고 최첨단의 치료법으로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애당초 질병에 걸리지 않으면 치료를 받을 일이 생기지 않는다. 예방접종은 해당 병원균(주로 바이러스나 세균)을 죽이거나 약하게 만들어 건강한 사람이나 동물에게 접종하는 것으로 질병은 일으키지 않지만 미리 항체를 만들어 놓아서 실제 해당 병원균이 체내에 침입했을 때 방어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가정에 아이가 태어났을 때 기본 예방접종을 거르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접종 예정일을 다이어리에 표시해두고 챙기며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초석이 되어 줄 꺼라 기대하고 그만큼 설레기도 한다. 부모에게는 예방접종을 제때 맞출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아이가 그만큼 건강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럼 동물들은 어떨까? 닭, 소, 돼지와 같은 산업동물도 예방접종을 받는다. 생각보다 진짜 철저하게 맞는다. 예방접종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예방하지 않아서 실제 집단 감염됐을 때 생기는 경제적 손실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반려동물들도 예방접종을 받는다. 반려견의 예방접종률은 산업동물에 비하면 떨어지지만 반려묘보다는 높다. 반려묘의 접종률은 해마다 증가추세에 있긴 하지만, 반려견보다 많이 낮은 편이다.

“저희 고양이는 외출도 안 하고 집에만 있어서 접종을 안 해주고 있어요.”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우선은 가족구성원들이 집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신발이나 의복을 통해서 감염원이 전파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실수나 사고로 고양이가 집 밖으로 나가게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보호자가 큰 짐을 들고 집에 들어오느라 주변을 살피지 못한 사이 열린 문틈으로 나간 건장한 고양이를 무척 어렵게 몇 주 만에 찾게 됐는데 치명적인 범백혈구감소증에 걸려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된 경우를 목격한 적이 있다. 범백혈구감소증은 예방접종만 잘해주면 항체가 잘 형성되고 예방하기 쉬운 질병인데, 접종이 되지 않은 개체는 성묘라 하더라도 치사율이 매우 높아서 그 안타까움이 더 컸었다.

고양이의 예방접종은 세계소동물수의사회, 세계고양이수의사회, 대한수의사회, 한국고양이수의사회의 권장 프로그램을 따르는 것이 추천된다. 먼저 접종을 시작하기 전에 바이러스성백혈병과 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여부를 혈액 한 방울을 이용해 키트검사로 확인한다. 외래 유입 고양이의 숫자가 증가하는 국내에서도 두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이 점차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사전 키트검사는 필수다. 감염된 고양이는 육안으로 정상처럼 보여도 면역계에 큰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접종을 할 수 없다.

이후 예방접종은 필수접종과 선택접종으로 구분된다. 고양이의 필수접종은 4종 종합백신을 2~4주의 주기로 3회 접종하고 이후 1년 주기의 추가접종을 권고한다. 4종 종합백신은 위에 언급한 범백혈구감소증의 원인이 되는 파보바이러스와 주로 상부호흡기 질병을 유발하는 허피스바이러스, 칼리시바이러스, 클라미디아세균을 방어할 수 있다. 바이러스성 백혈병에 대한 예방접종은 아직까지는 추천접종이나 이제는 중요도가 거의 필수접종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는 추세이며 국내 발병률도 증가하고 있으니 접종하는 것이 좋다. 4종 종합백신과 함께 섞어서 백혈병까지 5종 종합백신으로 맞을 수 있는 약도 나와 있어 예민한 고양이들도 백신 한 방에 5가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전염성 복막염에 대한 예방접종은 방어력과 백신효율에 여러 가지 논란이 있어 더 이상 추천하지는 않는다. 불가피하게 접종을 하게 된다면 전염성 복막염 예방접종 전에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검사를 한다.

광견병은 1종 법정전염병이며, 인수공통전염병이라 세계 모든 국가에서 접종유무가 철저하게 관리된다. 해외로 이동이 필요한 개와 고양이는 광견병 예방접종이 되어있지 않으면 이동자체가 불가하다. 실제 전염의 위험성을 떠나 해외를 나가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에서 개와 고양이를 반려하는 모든 사람에게 광견병 예방접종은 의무다.

예방접종을 한 후 모든 개체에 항체가 잘 형성되면 좋겠지만 개나 고양이도 어미로부터 받은 모체이행항체의 간섭현상이나 체질적인 이유로 항체가 덜 형성될 수 있다. 그래서 기초접종이 완료되고 3~4주 후에는 항체가검사를 해서 항체가 잘 형성돼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성묘는 건강검진 시 혈액검사를 할 때 항체가검사를 같이 하면 항체가 잘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 좋다. 노령묘는 어린 고양이처럼 신체의 면역성이 다시 저하되고 질병에 취약해지므로 예방접종을 더 철저히 챙기는 것이 좋다. 고양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것이 때로는 귀찮고 번거로울 수 있지만 최선의 치료는 예방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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