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의사는 다양한 변화구 던지는 팔색조 같은 투수죠”
“내과의사는 다양한 변화구 던지는 팔색조 같은 투수죠”
  • 최준호 기자 (junohigh@k-health.com)
  • 승인 2020.03.0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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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승재 경희대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교수

야구에서 투수는 혼신의 투구로 팀의 수비를 이끄는 존재다. 상대 타자를 빠른 직구로 찍어 누르는 투수가 있는가 하면 다양한 변화구로 잡아내는 투수도 있다. 어느 쪽이 뛰어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변화구를 구사할 줄 알아야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짐으로써 수비확률을 높일 수 있다.

의료계에서도 다양한 진료과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한다. 그중 내과의사는 다양한 변화구로 승부하는 투수에 비유할 수 있다. 마치 다양한 변화구로 여러 타자를 상대하는 투수처럼 내과의사는 환자상태에 맞춰 여러 약제를 조합해 병을 치료하기 때문이다.

“내과의사가 드라마틱한 외과적 수술로 환자를 치료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내과의사는 수많은 약제를 조합하고 양을 조절해가며 환자가 병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몰두합니다. 마치 다양한 투구로 타자를 잡아내는 팔색조 같은 투수처럼 말이죠.”

홍승재 경희대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환자가 관해(寬解, 병으로 인한 여러 증상들이 없어진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환자가 불편함 없이 일상생활을 하게 하는 것)에 이를 수 있도록 동행하며 돌보는 것이 내과의사의 가치이자 숙명이라 말한다. 그를 만나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한 질환 중 하나인 류마티스관절염에 대해 알아봤다.

홍승재 교수는 “환자 곁을 지키고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은 의사의 사명”이라며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서는 환자의 상황과 형편에 따라 최적의 약제를 선택하고 꾸준히 복용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적으로 오인해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 ‘류마티스 관절염’

본래 류마티스의 정확한 표기는 류머티즘(rheumatism)이다. 온몸을 돌며 통증을 유발하는 물질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류마(rheuma)에서 유래했다. 이제는 어원과 달리 류마티스가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임이 밝혀졌고 대중적으로 알려진 질환은 류마티스관절염이 대표적이다.

“류마티스관절염은 면역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변해 자신의 몸에 있는 정상세포를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입니다. 가장 먼저 관절염을 유발하지만 나중에 가서는 온몸에 만성적인 염증과 통증을 가져옵니다.”

관절에서 가장 먼저 이상이 발생하다 보니 정형외과질환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분명 내과질환이다. 홍승재 교수는 “류마티스 관절염의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바이러스감염과 면역체계이상이 주원인으로 여겨진다”며 “또 유전적‧환경적 요인 및 흡연여부 등에 따라 발병확률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 같은 요인들을 잘 관리해 발병확률을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류마티스관절염, 퇴행성관절염과 다른 점은 뭘까?

실제 관절염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자신이 류마티스관절염인지 아니면 노화로 인한 퇴행성관절염인지다. 둘을 구분할 수 있는 특징적인 차이는 증상의 시작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전신관절을 침범하는 만성염증성 관절염입니다. 초기에는 손가락, 손목, 발가락 등 작은 관절에서 시작하고 이후 팔꿈치, 어깨, 발목, 무릎 등으로 증상이 이어집니다. 반면 퇴행성관절염은 노화, 비만, 과도한 관절사용으로 주로 무릎, 어깨, 엉덩이, 허리관절과 같이 체중이 많이 걸리는 큰 관절에서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밖에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 증상이 계속되는지를 의미하는 ‘아침경직’ 유무로 둘을 구분할 수 있다.

홍승재 교수는 “류마티스관절염은 아침 기상 시 관절이 뻣뻣하게 굳고 붇는 증상이 나타난다”며 “반면 퇴행성관절염도 아침에 뻣뻣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 30분 이내에 증상이 완화하고 관절을 많이 사용하면 증상이 심해지고 쉬면 호전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승재 교수는 “류마티스관절염은 중증난치질환이지만 초기에 진단해서 치료하면 관해는 물론, 조심스럽게 완치도 기대할 수 있는 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마티스 관절염, 수술적 치료 답일까?

과거 류마티스관절염은 주로 정형외과에서 치료하다 보니 관절을 교체해주는 수술이 많이 진행됐다. 이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순 있어도 근본적인 치료책은 아니다.

“수술로 망가진 관절을 새 인공관절로 바꿔준다 해도 면역체계이상으로 발생하는 류마티스를 잡아내지 못하면 다시 관절이 망가집니다. 원인을 제거하지 못했으니 다시 아픈 것이 당연하죠. 수술은 관절변형으로 인한 신체장애를 교정해주는 목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류마티스관절염의 치료는 통증과 염증 및 면역체계이상을 회복할 수 있는 약물치료가 근간이다.

홍승재 교수는 “류마티스관절염은 진통제로 통증을 줄이고 소염제로 염증을 없애며 항류마티스 약제를 이용해 면역체계를 회복시키는 약물치료가 우선돼야한다”며 “최근 치료효과가 뛰어난 항류마티스약제들이 주사용과 경구용(먹는 방식)으로 개발돼 환자 상태에 따라 잘 조절해 사용하면 치료효과는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마티스관절염, 원인 모르니 예방도 불가능할까?

발병원인을 모른다고 예방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유전적 요인을 제거하기는 어렵지만 환경적인 요인은 반드시 통제해야한다.

홍승재 교수는 “흡연자라면 반드시 금연해야하고 특히 구강관리에 힘써 치주염을 예방하도록 노력해야한다”며 “최근 장내세균이 류마티스에 영향을 준다는 논문도 많이 발표되고 있어 건강한 식단관리도 필수”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홍승재 교수는 면역체계가 문제라고 하면 대부분 면역을 높여준다는 음식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찾아 먹기 마련이지만 이 또한 잘못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홍승재 교수는 “류마티스질환은 면역이 약해서 생기는 질환이 아니라 잘못된 방향으로 면역이 강해서 생기는 질환이므로 면역을 높이는 식품을 챙겨 먹는 것은 피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는 치료해도 낫기 어렵다는 불안감과 우울감, 장기적인 치료로 뒤따르는 경제적 부담감 등 삼중고에 시달린다. 이에 홍승재 교수는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동반자가 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우보천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멀리 가려거든 천천히 그 대신 꾸준히 가야한다는 말이죠. 그 여정이 고될 순 있더라고 함께 가면 끝까지 갈 수 있습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병을 잘 다독여가며 극복해 가셨으면 합니다. 언제든 그 길에 제가 동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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