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아수라백작보다 많은 얼굴의 주인공, 고양이 담관간염①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아수라백작보다 많은 얼굴의 주인공, 고양이 담관간염①
  • 이진수 이진수동물병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3.0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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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이진수동물병원 원장
이진수 이진수동물병원 원장

앞으로 2회에 걸쳐 고양이 담관간염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고양이 담관간염은 지방간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고양이 간질환이다. 담관간염은 끊어서 읽어보면 담관, 간, 염증으로, 담관과 간에 발생하는 염증을 의미한다. 고양이는 개와 달리 간 자체보다 담즙(쓸개즙)을 저장하는 담낭, 담즙을 십이지장으로 운반하는 담관과 관련된 질환이 더 흔하게 발생한다. 따라서 개에서 간에서 생기는 염증인 간염이 고양이에서는 담관간염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양이 담관간염은 세 가지 형태가 존재한다. ▲급성호중구성담관간염, ▲만성호중구성담관간염, 그리고 ▲림프구성담관간염이다. 각각 호중구가 염증에 관여하는 타입 중에 수주 정도의 빠른 경과를 갖는 것(급성)과 수개월 정도의 느린 경과를 갖는 것(만성), 마지막으로 림프구가 염증에 관련하는 타입, 이렇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럼 여기서 호중구, 림프구, 그리고 이와 관련된 면역, 그리고 염증에 대해 먼저 정리해보자.

1. 백혈구는 몸을 보호하는 면역계 세포로서 호중구, 호산구, 호염구, 림프구, 단핵구(조직에선 대식세포로 불림)의 총 5가지가 존재한다.

2. 면역은 외부 침입물질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체계로 원래 갖고 있는 선천면역과 외부물질이 유입된 이후로 형성되는 적응면역의 두 가지로 구분한다.

3. 호중구는 선천면역의 주요 역할을 담당하고 대부분 포유류의 백혈구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55~70%)을 차지한다. 호중구는 외부물질을 잡아먹는 포식세포의 일종으로 주로 세균감염에 의한 염증 초기 단계에서 염증이 발생하는 조직으로 이동하여 세균을 포식하는 세포다.

4. 림프구는 적응면역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세포로 백혈구의 20~40%를 차지한다. 림프구는 ▲자기와 비자기 구분 ▲면역기억 ▲다른 종류의 백혈구가 외부물질을 포식한 후 잘게 부숴 세포표면에 제시하는 물질(항원)을 인지하여 시토카인(cytokine, 세포와 세포 사이 대화에 필요한 ‘언어’에 해당) 또는 항체를 분비한다.

5. 염증은 감염 혹은 조직 손상에 대한 일종의 생체 내 방어반응으로 호중구 혹은 림프구와 같은 면역세포에 의해 일어난다. 염증의 목적은 ▲감염체와 같은 외부물질을 제거하고 ▲조직손상을 억제하고 ▲조직을 재생하기 위함이다. 적당한 염증은 조직손상을 치유하는데 있어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것이지만 문제는 염증이 조절되지 않고 과했을 때 문제가 된다.

마지막으로 염증을 구분하는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 외부물질의 존재여부에 따라 감염성염증과 비감염성염증으로 구분한다. 감염성염증은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의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데 감염체에 따라 나타나는 염증의 형태는 다르다. 하지만 세균의 경우 주로 호중구에 의해 염증이 일어난다.

비감염성염증은 감염체가 없이 일어나는 염증의 형태로 ‘면역계 과민반응’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과민한 면역으로 보호해야 하는 ‘자기’를 공격하게 된다. 주로 면역매개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에서 보이며 이때 조직에 쌓이는 세포는 주로 림프구, 형질세포(림프구의 한 종류)다.

그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위에 정리된 내용을 바탕으로, 급성호중구성담관간염은 담관의 세균감염에 의해 호중구가 담관, 간 조직에 쌓여 염증이 발생하는 형태로 3-4살 이상의 비교적 어린 나이에 발병한다.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발열, 기력저하, 식욕부진, 구토, 설사, 황달, 복통 등이 있다.

림프구성담관간염은 면역매개질환으로 여겨지며 림프구가 매개하는 염증의 형태로, 보통 10살 넘은 노령묘에서 발병한다.

고양이 담관간염에 있어 가장 흔한 형태는 만성호중구성담관간염인데 이때 관찰되는 세포는 호중구, 림프구, 형질세포다. 세포구성으로 보면 위의 두가지 형태의 담관간염이 섞여있는 모습이다. 발생원인은 급성호중구성담관간염이 장기화되는 경우, 혹은 어느 정도의 면역매개질환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설명한다.

림프구성담관간염과 만성호중구성담관간염은 관찰되는 임상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특히 이는 림프구성담관간염에서 현저하다.

지금까지 세가지 얼굴을 갖는 고양이 담관간염의 발생기전을 기초부터 다뤘던 이유는 각 염증의 형태가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따라 치료방법이 상이해지기 때문인데 이는 다음 칼럼에서 다루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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