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코로나19 사태, 국민에게 마스크는 불안감 없애는 위약(僞藥)이다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코로나19 사태, 국민에게 마스크는 불안감 없애는 위약(僞藥)이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3.04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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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아직도 마스크 대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미 충분하게 마스크를 공급하고 있다고 하는데도 우리는 마스크 한 장을 사려고 새벽부터 긴 줄을 서고 있다. 일반 국민에게 마스크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것일까?

마스크 착용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개인위생이다. 감염자의 비말(타액)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또 자신이 감염자라면 타인에게 전염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심지어 에어로졸 전파(바이러스가 가볍고 미세한 액적(액체상 물질)에 포함된 상태로 대기 중에 퍼져 이동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정보들이 나오는 터라 언제 어디서나 마스크 착용은 일상이 됐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마스크를 아껴 쓰라”고 말한다. 정부 관계자 중 누군가는 마스크 1장으로 3일을 써도 좋다고 하고 누군가는 통풍이 잘되는 실내에서는 쓰지 않아도 좋고 실외에서도 착용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은 원활한 마스크 수급이 어렵다는 핑계로만 들린다.

현재는 어느 누구도 절대 감염이 안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이 제격인 것 같다. 그런데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기본적인 개인위생인 마스크를 착용하려고 해도 마스크조차 없는 사람도 있다.

정부는 최선을 다해서 방역과 함께 감염자 진단 및 치료를 하고 있지만 이러한 모든 상황과 실시간 정보를 지켜보는 국민은 안심은커녕 불안감만 더 밀려온다. 지역감염이 확산되면서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르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때 마스크 한 장은 대단한 위약(僞藥)이 될 수 있다. 그것도 대단한 심리적 효과를 낸다.

현재 국민의 심정은 불안감을 넘어 거의 패닉(공황) 상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제 손 씻기, 손세정제 사용 그리고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하는 이유도 불안감의 발로다. 이렇게 행동함으로써 ‘나는 안전하겠지’ 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 있다는 식으로 대국민 홍보를 하면서 위약까지도 먹지 말라고 한다. 국민이 인적인 드문 한적한 곳을 산책하거나 등산을 할 때 심지어 운전 중에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데 그럴 필요까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누구나 과도한 불안감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안다. 하지만 마스크 한 장이라도 착용하려는 몸부림이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건 아닐 것이다. 마스크라도 쓰면 긴급할 때 외출을 할 수 있고 종일 나오는 코로나19 관련 방송을 보면서도 불안감이 줄어든다. 안전한 집안이라도 마스크는 바이러스 대신 불안감을 차단해주는 위약이 되기도 한다.

만일 일반 시민 중 누군가 의료인이 입는 방호복을 입고 외출했다고 치자. 너무 과도한 보호라는 등 평가는 제각각일 수 있겠지만 당사자에게는 최고의 위약일 수 있다. 본인이 불안해서 스스로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인데 누가 손가락질할 수 있겠는가.

계속 늘어가는 확진자수와 사망자수, 전국으로 퍼져가는 감염자수, 코로나19 감염여부를 쉽게 검사를 받을 수 없다는 걱정, 확진이 된다 할지라도 제대로 치료할 병실이 부족하다는 현실. 마스크는 국민이 느끼는 이 모든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장치다.

현 정부는 이미 마스크를 충분히 공급하고 있다고만 홍보만 하지 말고 국민의 불안감을 잠재워야 한다. 국민의 불안감이 사라지면 마스크 대란 역시 사라질 것이다. 심지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면 그때는 마스크를 제발 무료로 줄 테니 쓰고 다니라고 해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 것이다. 현재 국민에게 마스크는 전쟁터로 내몰리는 군인들에게 입혀주는 ‘심리적’ 방탄복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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