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모르는 의약품광고의 맹점
우리가 잘 모르는 의약품광고의 맹점
  • 정일영 대전 십자약국 약사
  • 승인 2013.09.10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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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1 : ○○○이 선전하는 ●● 주세요.
환자2 : ◎◎◎가 선전하는 ◇◇ 효과 좋나요?
환자3 : TV에서 광고하는 ◇◇ 주세요. (약을 받은 뒤) 근데 이 약 어디가 아플 때 먹는 거예요?

광고를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업체는 각종 광고로 자사 상품을 알려 판매량을 늘리려고 한다. 의약품도 마찬가지다. 광고가 매출액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 의약품도 광고를 많이 한다. 그러다 보니 환자들은 무슨 약인지도 모른 채 광고만 보고 약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약은 소비자가 스스로 고르는 일반 공산품과는 전혀 다르다.

TV 광고를 흔히 ‘15초의 예술’이라고 한다. 15초 내에 제품을 알리야 하니 정보를 다 담지 못하고 장점만 부각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광고만 보고 약의 효과를 오해하기도 한다.
정일영 대전십자약국 약사
예전에 ‘콘○600’이란 약이 있었다. 지금은 성분과 이름을 조금 바꾼 약이 시중에 나와 있다. 과거 이 약을 TV에서 이렇게 광고했다.

모델: (재채기)에~ 에~ 에취!
해설: 걸렸구나! 생각되면 콘○600.

이 광고를 보고 많은 사람이 감기에 걸리면 ‘콘○600’부터 찾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 광고에서 속은 것이 있다. 광고에서 모델이 재채기한 것은 잊고 “걸렸구나!” 만 기억해 감기에만 걸리면 무조건 ‘콘○600’부터 찾았다. 더구나 이걸 종합감기약·물약과 같이 먹기도 했다. 이러면 특정성분이 중복돼 좋지 않다. 콘○600은 콧물, 재채기, 코막힘 등 알레르기성비염, 코감기증상만 가라앉히고 다른 증상엔 효과가 없다.

이런 예는 또 있다. 물약으로 작은 병에 든 한 종합감기약의 TV 광고에는 맨 마지막에 “두통에도 좋아요”라는 말이 나온다. 이 물약을 두통에 진통제 대용으로 먹는 사람이 많다. “두통에도 좋아요”를 ‘두통에 좋아요’라고 듣는 것이다. 이 약은 종합감기약이라 먹으면 졸릴 수도 있고 또 전립선비대증 증상이 심해지기도 해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

한 종합비타민제의 TV 광고에서는 어느 할머니가 “얘! 그거 신경통에도 좋더라”라고 말했다. 이는 비타민 B1성분이 (통증을 느끼는) 신경에 영양을 줘 신경이 어지간한 자극을 견디고 통증도 이겨내게 하기 때문이다.

이 약 외에도 비타민 B1이 들어있는 약은 거의 그 효능에 ‘신경통, 관절통, 근육통의 증상 완화’가 있다. 이는 비타민 B1이 진통제는 아니지만 통증을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어 저런 통증을 가라앉히기 때문이다.

일반국민들은 광고의 숨은 의도를 모르고 광고만 보고 잘못된 약을 찾기도 한다. 약사에게 자신의 증상을 말하고 그에 맞게 약을 먹어야 한다. 의사의 처방 없이 직접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도 약사에게 문의한 뒤 자신에게 맞는 약을 먹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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