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뚝’ 떨어뜨리는 크론병…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요
삶의 질 ‘뚝’ 떨어뜨리는 크론병…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요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3.12 18:5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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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창균 경희대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 교수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창균 교수는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기관 전체에 걸쳐 발생하는 만성염증성장질환”이라며 “만약 4주 이상 설사, 복통이 지속된다면 크론병을 의심하고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경희대병원 염증성장질환 이창균 교수는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기관 전체에 걸쳐 발생하는 만성염증성장질환”이라며 “만약 4주 이상 설사, 복통이 지속된다면 크론병을 의심하고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배가 아픈 것만큼 힘든 일은 없다. 특히 염증성장질환은 장시간 책상 앞에 있는 수험생·직장인에게는 감추고 싶은 비밀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염증성대장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4년 4만9593명에서 2018명 6만6267명으로 33% 증가했다. 문제는 환자 60% 이상이 젊은층 이라는 것이다. 특히 염증성장질환 중 크론병환자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에 경희대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소화기내과) 이창균 교수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 염증성장질환은 무엇인가.

염증성장질환은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체계가 장 점막을 나쁜 물질로 잘못 인식해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염증성장질환은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이 대표적으로 5~6만명 정도로 앓고 있다. 염증성장질환의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소인 ▲환경적요인 ▲면역학적 이상이 원인일 것으로 판단된다.

- 젊은 층에서 크론병이 많이 발병하고 있다.

그렇다. 무척 심각하다. 설사, 복통, 체중감소가 주된 증상으로 10~30대 사회활동이 활발한 계층에서 많이 발병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과거 크론병은 유전병이란 오해가 있었는데 아니다. 유전적소인은 5% 내외로 높지 않다. 흡연, 항생제, 음식 등 환경적요인이 주된 원인이다.

-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의 차이점은.

궤양성대장염, 크론병 모두 현재로서는 완치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두 질환은 발병범위에서 큰 차이가 있다. 궤양성대장염은 병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장에만 국한된다. 반면 크론병은 입, 소장, 대장, 항문 등 전체 소화기관에 침범한다. 이게 가장 중요한 차이다. 하지만 주된 증상이 설사이기 때문에 많은 이가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오인하고 방치한다. 만약 4주 이상 설사가 지속되면 전문적인 검사를 받아야한다.

- 크론병 진단 기준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내시경검사를 한다. 하지만 내시경검사 한 가지로 진단할 수 없다. 환자의 임상증상, 과거력, 조직검사 등 모두 종합해 진단한다. 그만큼 진단되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환자층이 젊기 때문에 매일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을 수 없다. 따라서 경희대병원은 현재 ‘토요 진료’ ‘원데이 클리닉’을 통해 환자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 크론병 치료과정은 어떻게 되는가.

크론병은 내과적질환이기 때문에 약물치료가 기본이다. 크론병 치료는 증상완화를 통해 양질의 삶을 제공하는 것이 최종목표다. 약물치료에는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제제 등이 사용된다.

경증환자에게는 스테로이드제, 항염증제를 중증환자에게는 스테로이드제와 면역억제제를 사용한다. 하지만 스테로이드제는 모든 염증을 차단하기 때문에 지방괴사, 인대손상, 혈당증가, 소화기궤양이라는 부작용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염증을 일으키는 특정 매개물질을 차단하는 생물학적제제가 발명되면서 예후가 많이 좋아졌다. 대표적인 생물학제제로는 TNF-alpha차단제가 있다.

TNF는 몸에 종양이 생기면 백혈구 등 면역세포가 종양을 없애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크론병은 면역체계가 장점막을 나쁜 물질로 잘못 인식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기 때문에 면역항체의 활동을 억제하는 TNF-alpha차단제를 사용한다.

- TNF-alpha차단제 처방 시 유의해야 할 점은.

물론 있다. 크론병 자체는 완치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영상 및 내시경검사를 통해 장내염증이 모두 호전된 관해상태를 유지하면 수술을 방지하고 장기예후를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TNF-alpha차단제는 효율성이 높다. 물론 오랜 데이터로 안전성이 입증됐다.

하지만 숨어있던 결핵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처럼 결핵발생률이 높은 나라에서는 TNF-alpha차단제 처방 전 반드시 결핵검사를 진행한다. 최근에는 인터루킨 억제제인 스텔라라, 백혈구 유착방지제인 킨텔레스 같은 여러 표적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 크론병은 만성질환으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

맞다. 크론병은 방심하면 안 된다. 방심할 경우 장이 좁아지는 장협착과 장이 주변 다른 장기에 들러붙는 장루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합병증은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 무엇보다 크론병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문제다. 스트레스는 사회생활 위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희대병원에서는 심리치료와 전문영양사 상담을 병행하고 있다. 진료 시 불안·우울감이 심하다고 진단되면 정신과와 협업을 통해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또 전문영양사를 통해 균형잡힌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 크론병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는.

만성질환인 크론병은 환자에게 힘든 질환이다. 하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오히려 크론병으로 위축된다면 더 큰 스트레스로 병이 악화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의료진을 믿고 어떤 점이 힘든지 솔직히 말해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도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간다면 활력있는 삶을 되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흡연은 크론병에 좋지 않기 때문에 금연하길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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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 2020-03-14 17:45:59
좋은 기사, 좋은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환자분들 힘냅시다!

MG 2020-03-12 20:11:54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