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37.5℃ 발열’, 왜 코로나19의 주홍글씨가 됐을까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37.5℃ 발열’, 왜 코로나19의 주홍글씨가 됐을까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3.1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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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많은 사람이 모이는 큰 건물의 입구에는 적외선 체열측정기가 설치됐다. 심지어 방문객 모두 일일이 체온을 측정한다. 측정된 체온을 들여다보고 출입금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그 기준은 37.5℃다. 누구나 쉽게 오를 것 같은 열 같지도 않은 미열이 발목을 잡는다.

정상적인 체온의 범위는 대략 37℃ 안팎이다. 그런데 나이나 환경에 따라서 개인 간 평균 0.5℃ 정도의 차이가 난다. 어린 경우는 정상체온이 상대적으로 높다. 신생아에서 만 2세까지는 38℃까지도 정상 체온 범주에 속한다. 11세 이상부터 성인은 대략 37.5℃까지가 정상 체온이다. 측정시간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는데 오후 4시~6시 사이에 가장 높다.

사람의 체온도 부위마다 다르다. 전통적인 수은계를 이용한 경우 높은 순서대로 하면 ▲직장체온(36.6~37.9℃) ▲귀체온(35.8~37.5℃) ▲구강체온(35.5~37.5℃) ▲겨드랑이 체온(35.7~37.3℃) 순이다. 직장은 중심체온에 가깝기 때문에 가장 정확한 체온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을 보면 정상체온도 37.5℃가 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구강체온을 기준으로 구강온도가 37.5℃를 넘으면 ‘열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체온은 체온계에 따라서 다르게 측정되기도 한다. 수은계가 가장 정확하지만 최근에는 전자식 귀 체온계도 많이 사용한다. 문제는 주입방향이 달라지면 측정되는 체온은 쉽게 바뀐다. 특히 전자식 체온계는 기계마다 측정온도가 다르고 오차범위가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

요즘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서 이마(미간부위)나 손목부위를 측정하는 비접촉식 체온계를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도 측정 부위 피부에 수분이 묻어 있거나 땀이 나는 경우 기화열로 체열을 빼앗기기 때문에 보다 낮게 측정된다. 따라서 건조한 피부상태에서 2회 이상 반복 측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열이 나면 흔히 이마에 손을 대 본다. 하지만 실제 체온이 39℃ 정도로 높은 경우라도 40%에서는 정상으로 느껴진다고 한다. 측정자의 손바닥 피부온도가 높으면 자각되는 체온은 낮게 느껴질 수 있다. 체온계가 없는 상황이라면 이마 손바닥보다는 손등으로 재는 것이 더 예민하게 측정되고 귀 뒤쪽 목덜미를 감싸듯이 만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열은 감염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독특한 패턴을 보인다. 예를 들면 감기나 폐렴 등에서는 열이 오르락내리락 반복된다. 코로나19의 발열패턴도 마찬가지다. 장티푸스나 뇌수막염 같은 세균성 질환은 열이 서서히 상승하면서 하루종일 지속된다. 말라리아에 감염되면 하루 이틀 주기로 오르내리고 결핵은 밤사이에만 미열이 나기도 한다.

따라서 열이 난다고 무작정 해열제를 투약하는 것보다는 견딜 만한 경우라면 어떤 식으로 열이 나는지를 관찰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39~40℃ 이상의 고열인 경우 정신이 몽롱해지거나 어린 아이들은 경련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응급적으로 해열제를 복용할 필요가 있다.

열은 면역반응의 결과로 염증정도의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회복되면서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서 말했듯이 감염성 질환의 경우 임상적으로 발열의 기준은 37.5℃ 이상이다. 하지만 사실 37.5℃ 정도로 체온이 상승한다 할지라도 개인에 따라서 전혀 열감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그런데도 건강한 경우 일부를 제외하고 체온이 37.5℃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37.5℃는 코로나19 감염증의 발열기준이 된 것이다.

필자도 진료 중에 간간이 환자분들의 열을 측정해 본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발열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은 없었지만 만일 측정 체온이 37.5℃를 넘었다면 어떻게 대처했을까. 아마도 심장이 벌렁거리면서 마스크를 고쳐 쓰고 언제부터 열이 났는지, 다른 증상은 없는지, 특정 지역을 방문한 적은 없는지 등을 캐물을 것이다. 37.5℃라는 체온은 코로나19 감염증의 주홍글씨가 돼 버렸고 그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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