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 이야기] 부루펜 먹으면 진짜 코로나19 감염위험 높아질까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 이야기] 부루펜 먹으면 진짜 코로나19 감염위험 높아질까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3.2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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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코로나19로 마스크 대란이 한창일 때 사람들을 놀라게 한 기사가 떴습니다. 3월 17일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 WHO 대변인이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는 환자들에게 항염진통제인 이부프로펜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는 것이죠.

WHO의 이번 권고는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부 장관이 ‘이부프로펜이나 이와 유사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진통제(이하 NSAIDs) 또는 부신피질호르몬 제제가 코로나19 감염의 악화요인이 될 수 있다’는 트위터 글이 올라온 이후 나온 것입니다.

이번 발표는 큰 논란이 됐습니다. NSAIDs는 해열진통제 가정상비약으로 많은 사람이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발표 이후 급기야 많은 사람이 타이레놀을 사기 위해 약국을 방문했고 대량 구매를 하려는 모습까지도 보였습니다.

WHO는 18일 이부프로펜 사용이 문제된다는 것은 정확한 정보가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해열 진통제 쏠림 현상은 여전해 보입니다. FDA 또한 홈페이지 게시글을 통해 NSAIDs가 코로나19 감염증상을 악화시킨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과연 무엇이 맞는 말일까요?

일단 WHO에서 언급한 학술지 내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020년 3월 11일 란셋에 ‘고혈압 및 당뇨병환자는 코로나19 감염위험이 증가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중국에서 연구된 내용을 인용해서 발표한 것이죠. 여기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폐, 장, 신장, 혈관 상피 세포에서 만들어지는 안지오텐신변환효소2(이하 ACE2)를 통해 대상 세포에 결합해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ACE2는 당뇨병이나 일부 혈압약, 당뇨병약을 복용하는 경우 발현이 증가하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증 환자가 당뇨병이 있거나 일부 혈압약을 복용하는 경우 많이 발생한다고 가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부프로펜 역시 ACE2를 증가시키는 약물로 제시됐죠. 바로 이 부분에서 이부프로펜이 코로나19 감염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 같습니다. 가설이긴 하지만 이부프로펜 사용이 코로나19 감염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부프로펜 복용으로 인한 임상사례가 제시되지는 않았어요.

의료계에서는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였습니다. 유럽심장학회, 대한고혈압학회 등은 란셋 기사에 지목된 고혈압약은 코로나19 감염위험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환자들이 임의적으로 약을 중단하지 않을 것을 강력하게 권고했습니다.

이부프로펜 역시 마찬가지일 텐데 해열 진통제에 대한 내용은 코로나19가 의심되면 부루펜을 복용하지 말고 타이레놀을 복용하라는 내용만 언급되고 있습니다. 정말 이부프로펜은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일까요?

저는 이런 의문에 어느 정도 답을 줄 수 있는 두 개의 논문을 제시해 드리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이부프로펜이 쥐의 화농성 연쇄상 구균 연조직 감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2010년 Journal of microbiology에 실린 것으로 쥐를 사용한 실험입니다. 화농성 연쇄상 구균으로 감염시킨 쥐에 이부프로펜을 투여한 경우 사망률이 매우 높게 나왔지요.

이런 결과는 이부프로펜이 백혈구의 활성을 줄이고 TNF-a, IL-1, 6와 같은 사이토카인 생성을 증가시켰기 때문이었습니다. 인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은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긴 하지만 분명 피부나 연조직 감염환자에게 해열진통제로 NSAIDs를 사용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급성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항생제 없이 NSAIDs를 사용했을 때 가슴고름(농흉, empyema)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2016년 ‘The Journal of Pediatrics’에 실린 논문인데요. 2006~2009년까지 3~15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사례를 연구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급성 바이러스 감염증에 NSAIDS 사용은 가슴고름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일차 해열진통제로 권장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바이러스 호흡기 감염증에 NSAIDs를 처음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이뿐 아니라 NSAIDs는 심혈관계, 신장 독성이 있고 해열, 항염작용으로 인해 감염 측정에 방해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바이러스 감염병 상황이라면 더욱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위와 같은 이유로 코로나19 의심증상이 발생하면 아세트아미노펜을 가장 먼저 선택하라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호흡기 감염증을 제외한 관절염이나 근육통, 두통 등에 NSAIDs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히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더욱이 의사 진료 후에 사용되는 경우라면 환자 상태에 따라 처방이 결정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고 사용하셔도 됩니다.

그렇다고 아세트아미노펜이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세트아미노펜 간독성은 익히 알려졌습니다. 간에 문제가 있는 경우 복용 시 주의해야합니다.

일차적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한 후 열과 통증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반복적으로 드시지 마시고 NSAIDs를 교차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은 4~6시간 간격을 유지하며 성인의 경우 1일 4000mg 이하로 복용합니다.

인터넷에 보면 대부분 관련 기사가 아세트아미노펜이나 파라세타몰 성분명으로 나오지 않고 ‘타이레놀’인 상품명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꼭 타이레놀을 먹어야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타이레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세트아미노펜을 드시면 됩니다. 국내에 많은 회사가 이 성분으로 해열진통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미약품 써스펜, 삼아제약 세토펜, 대웅제약 이지엔6에이스, 종근당 펜잘 등은 모두 아세트아미노펜 해열진통제입니다. 요즘(3월 20일 기준)에는 타이레놀이 품절이어서 약국에 공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약국에 성분을 말하고 구입하는 것이 좀 더 편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시끄럽습니다. 해열진통제는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상비약이기 때문에 어떤 성분을 써야 안전한지는 매우 중요할 수 있습니다. 아직 모든 것이 가설이기에 제 나름대로 최대한 근거를 갖고 말씀드리려 노력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속히 코로나19에 대한 모든 것이 밝혀지고 치료제가 나와서 이 기나긴 감염병 터널을 벗어나길 바라봅니다.

※참고문헌

《Ibuprofen worsens Streptococcus pyogenes soft tissue infections in mice》 Journal of Microbiology, Immunology and infection (2011) 44, 418-423

《Are patients with hypertension and diabetes mellitus at increased risk for COVID-19 infection?》 Lancet Respir Med 2020 March 11, 2020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 without Antibiotics for Acute Viral Infection Increases the Empyema Risk in Children: A Matched Case-Control Study》 The Journal of Pediatrics (2016) 175:47-53

“ACE억제제 등 코로나 19 위험 우려, 과학적 근거 없어” 청년의사 2020년 3월 18일 기사

“WHO, 코로나19 의심증세에 ‘타이레놀’권고…’부루펜’은 부작용 여부 연구중” 위키리스크한국 2020년 3월 18일 기사

“Concerned About Taking Ibuprofen For Coronavirus Symtoms? Here’s What Experts Say” npr.org 2020sus 3월 18일 기사

“FDA advises patients on use of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urgs(NSAIDs) for COVID-19” fda.gov 2020년 3월 19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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