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코로나19, 세계가 인정한 대한민국의 진단능력
[특별기고] 코로나19, 세계가 인정한 대한민국의 진단능력
  • 홍민철 헬스경향 편집위원 (desk@k-health.com)
  • 승인 2020.03.20 1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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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가정이란 있을 수 없다. 아직 되돌릴 시간과 기회가 있다면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정치와 사익의 개입이다. 작금의 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싸고 이슈화되고 있는 백신, 진단키트, 마스크 등을 둘러싼 사적 이해관계의 개입사례를 3회에 걸쳐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봤다.<편집자 주>

· 목차

1. 코로나19, 세계가 인정한 대한민국의 진단능력
2. 코로나19 마스크대란의 근본원인 ‘제몫 챙기기’
3. 국민의 집단지성이 코로나19 백신

홍민철 헬스경향 편집위원
홍민철 헬스경향 편집위원

며칠 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약사 CEO간담회에서 11월 대선 전까지 코로나19(COVID-19) 백신을 개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18개월 이내에는 불가능하다며 면전에서 디스해 버렸다. 이 일을 계기로 미국 과학계는 일제히 트럼프의 과학경시사고와 정책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백신은 다른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인간을 대상으로 한 1·2·3차 임상시험이 필수다. 개발에서 상용화까지 최소 1년 반에서 길게는 수십 년이 걸린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에 준하는 수조원 대의 천문학적 개발비용이 들어간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백신은 원한다고 해서 쉽게 개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례는 사스(SARS-coV)와 메르스(MERS-CoV)에서 찾을 수 있다. 사스는 코로나19처럼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으로 2002년 11월 중국에서 발생해 8개월 간 유행 후 소멸됐다. 백신을 개발할 시간도 없이 질병 자체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메르스는 약간 다르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돼 중동지역에선 지금까지 매년 독감처럼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감염자가 적다는데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까지 8년간 세계적으로 2506명이 메르스에 감염됐다. 이 중 862명이 사망, 치사율이 무려 34%에 달하지만 사업성이 없어 제약사가 개발을 포기한 케이스다.

요즘 연일 코로나19백신 개발 관련 국내외 보도가 쏟아진다. 하지만 아직 개발시작단계인 백신후보물질을 발견했거나 전임상, 즉 동물실험에서 약간의 성과를 냈을 뿐이다. 이는 다분히 제약사의 주가부양이나 홍보전략에 불과하다.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진단키트 개발은 바이러스에 대한 인간의 반격을 알리는 변곡점이다. 진단키트는 신속한 감염자식별과 격리치료를 가능케 한다. 환자수요예측이 가능해져 인력, 장비, 시설 등 제한된 의료자원을 적절히 안배함으로써 정부가 보다 계획적이고 선제적인 방역조치에 나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진단키트는 대구 신천지교회 집단감염사태에서 그 위력을 발휘했다. 현재 민간기업으로 가장 많은 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씨젠의 경우 코로나19진단키트 개발에 2주, 허가에 1주가 걸렸다. 하루 검사수량만 6000~1만 건에 이른다. 이 회사의 하루검사량이 미국, 유럽, 일본의 누적진단건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

15일 기준 씨젠, 솔젠트를 비롯해 5개 업체의 진단키트가 식약처 ‘긴급사용승인’과 함께 ‘유럽 체외진단시약인증(CE-IVD)’을 받았다. 국내 사용실적과 유럽인증으로 품질이 세계적으로 검증된 것이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3일 한국산이 아닌 스위스 로슈의 진단키트를 응급용으로 우선 승인했다. 진단은 검체를 수집하는 키트와 이를 분석하는 장비로 이뤄진다. 세계 진단시장의 20%를 점유하고 있는 다국적기업 로슈는 수십 년에 걸쳐 전 세계 주요병원과 실험실에 자동화시스템을 깔았다. 코로나19키트 개발은 우리보다 늦었지만 자사 키트로만 진단할 수 있는 인프라를 이미 세계에 구축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외시장에서 경쟁상대는 우리기업이 아니다. 해당국가의 토종기업이거나 다국적기업이다. 우리끼리 견제하는 것은 제 발등 찍기나 다름없다. 해외시장에서 우리기업끼리 싸우면 사익을 쫒는 것이 되고 협력하면 공익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누구 편을 들면 정치가 되지만 해외에서 우리기업 편을 들면 외교다.

정부는 외교력을 좀 더 발휘하고 기업은 보다 장기적인 해외진출전략을 수립해 세계시장에서 ‘큰돈’을 벌기를 기대한다. 앞으로 신종바이러스의 세계 대유행은 5년 주기에서 3년으로, 그리고 더 자주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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