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지키고 상대도 지키는 ‘HPV백신’
나도 지키고 상대도 지키는 ‘HPV백신’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3.23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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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V 주 감염경로는 성접촉, 젊은층 감염비율↑
자궁경부암 외 생식기사마귀 등 다양한 질병 유발
남녀 모두 접종 시 HPV질환 예방 시너지효과 기대
HPV는 남녀 누구나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로 성접촉을 통해 주로 감염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 사태로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런데 남녀 모두 언제라도 감염될 수 있지만 여전히 여성에게만 더 비중있게 인식되는 바이러스가 있다. ‘사람유두종바이러스(이하 Human papollomavirus, 이하 HPV)’가 바로 그것이다.

■HPV 지속감염 시 다양한 질병 노출

HPV는 남녀 모두 감염될 수 있는 흔한 바이러스로 그 종류만 200여종 이상이다. 주 감염경로는 성접촉이다. 실제로 국제학술지 대한의과학저널(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실린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 여성 약 6만명 중 HPV에 감염된 사람의 비율은 34.2%였으며 이 중 비교적 성활동이 왕성한 18~29세 젊은층의 감염률은 49.9%에 이르렀다.

초기에는 HPV에 감염돼도 대부분 증상이 없으며 신체 면역기능에 의해 자연적으로 소멸된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감염되면 자궁경부암,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곤지름) 등 다양한 질병에 걸릴 수 있다. 특히 HPV의 다양한 종류 중 16형과 18형은 암을 일으키는 고위험군 바이러스로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HPV백신, 남녀 모두 접종 시 득(得)인 이유

다행히 HPV는 예방백신이라는 든든한 방패막이 있다. 하지만 이는 예상치 못한 남녀 갈등을 낳기도 했다. HPV가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으로 더 익숙하다 보니 여성만 조심해야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HPV감염이 유발하는 질환은 비단 자궁경부암만이 아니다. 특히 HPV6형·11형이 유발하는 생식기 사마귀는 남녀 모두 흔히 걸릴 수 있는 질환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생식기 사마귀 환자는 10년 새 6배 증가했으며 특히 환자의 70%가 성생활이 활발한 20~30대 젊은층이었다. 생식기 사마귀는 생명에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한 번 걸리면 재발이 잘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녀 모두 HPV백신을 맞으면 예방 시너지효과도 쑥 올라간다. 유럽연합의 모델링연구에 따르면 남녀 모두 HPV백신을 접종했을 경우 여성이 단독으로 접종했을 때보다 HPV감염률이 현저하게 낮아졌고 남성에서 HPV감염이 줄면 여성에서 나타나는 HPV감염질환도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국내 대한감염학회에서도 HPV감염은 남녀 모두 백신접종을 통해 막아야 할 문제라는 점을 알리고 지난해부터 남성의 HPV백신 접종을 적극 권고하기 시작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기경도 교수는 “HPV는 성관계를 통해 전염돼 남성에 의해 파트너가 감염될 수 있다”며 “남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식기 사마귀나 드물지만 음경암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 남성도 예방접종을 받으면 좋다”고 강조했다.

HPV감염은 여성의 자궁경부암뿐 아니라 남녀 모두 걸릴 수 있는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을 유발해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서도 HPV백신 접종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HPV백신, 언제 어떻게 접종해야할까

현재 성별에 상관없이 국내에서 예방접종 가능한 HPV백신에는 ▲가다실(4가백신) ▲가다실9(9가백신) ▲서바릭스(2가백신)가 있다.

국가지원은 가다실(4가백신)과 서바릭스(2가백신) 두 가지만 된다. 단 지원대상이 만 12세 이하 여아에게만 한정돼 있어 남성의 접종 필요성을 고려해 지원 폭을 확대해야한다는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다.

가다실과 서바릭스는 모두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바이러스(HPV16형·18형)를 차단한다. 가다실은 여기에 곤지름을 유발하는 HPV6형·11형을 추가로 더 차단할 수 있으며 가장 최근 개발된 가다실9은 기존 4가백신이 차단하는 HPV유형에 5가지 HPV유형(31·33·45·52·58형)을 더 차단할 수 있다.

권장접종연령은 만 9~26세다. 단 접종횟수가 연령별로 좀 다르다. 13세 미만은 가다실과 서바릭스 모두 6개월간 총 2회 접종하면 된다. 그 이상의 연령은 가다실의 경우 0-2-6개월 간격으로, 서바릭스는 0-1-6개월 간격으로 총 3회 접종을 완료해야한다.

가다실과 서바릭스의 효과를 직접 비교한 연구결과는 아직 없으며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 후 권고하는 바에 따라 접종하는 것이 안전하다. 다만 HPV백신은 성경험 전 접종하는 것이 효과적이어서 되도록 일찍 접종하는 것이 좋다.

한편 HPV백신 안전성에 관해서는 여전히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여러 차례 조사를 시행한 결과, 부작용과 관련한 위험성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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