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학회 “정부-의료계-국민 합심하면 C형간염 퇴치 못 할 것 없다”
대한간학회 “정부-의료계-국민 합심하면 C형간염 퇴치 못 할 것 없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3.2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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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단기간 적은 비용으로 ‘C형간염 퇴치사업’ 성공
전남 구례군 C형간염 퇴치사업 성공사례 기반으로 전략 구상해야

코로나19가 장기전에 접어들면서 정부와 국민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시되고 있는 가운데 그 노력이 얼마나 바이러스 퇴치에 큰 힘을 발휘하는지 실감하게 할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C형간염 바이러스를 퇴치한 이집트의 사례가 세계적인 의학저널 NEJM에 게재된 것이다. 특히 이집트는 제한된 의료환경에서도 정부와 의료계, 국민이 힘을 합쳐 단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C형간염을 퇴치해 전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있다.

■먼저 두 팔 걷어붙인 이집트 정부

C형간염 바이러스는 간경변증과 간암 등 간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잘 알려져있다. 간염바이러스 중 유일하게 예방백신이 없지만 치료제의 발달로 현재는 먹는 약만으로 100%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 됐다.

이에 이집트 정부는 발빠르게 먼저 나섰다. 2014년 C형간염 항바이러스제 신약이 개발되자 2018년 5월 1년 안에 18세 이상 성인 6250만명을 대상으로 집단검진 및 치료를 완료하겠다고 선언한 것. C형간염은 조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하지만 일단 감염돼도 대부분 무증상이어서 조기 발견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이집트 보건당국은 국내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의료기관에 선별검사소를 설치했고 공장, 사무실, 기차역, 사원, 경기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검진 차량을 이용한 선별검사팀을 운용했다.

검진기간 동안 5800~8000개의 검진팀이 주 7일 하루 12시간씩 운영됐으며 협상을 통해 신속진단키트(항체검사)는 개당 0.58달러로 가격을 인하했고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 PCR)을 이용한 확진검사 또한 4.8달러의 낮은 가격으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대중매체를 이용한 공익광고와 C형간염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민의 검사 참여를 독려했으며 검사 대상자 전체에 별도로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과거 치료경험이 있는 환자들은 선별검사 전 모두 제외).

신속검사는 20분 이내에 결과가 나왔다. 양성자는 2주 안에 근처 병원으로 자동 예약을 통해 PCR 검사를 진행했고 확진 결과는 5일 이내에 통보됐다. 최종 확진자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인 소포스부비르와 다클라타스비르를 12~24주간 병용 투여했다. 선별검사로부터 약제 투여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약 10일이었다.

■단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98.8% 완치 이끌어내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18년 10월 1일부터 2019년 4월 30일까지 7개월간 전체 대상 인구 6250만명의 79.4%인 총 4963만319명이 선별검사를 받았고 검사에서의 양성률은 4.6%였다.

2019년 9월까지 분석된 결과를 종합하면 선별검사 양성자 중 바이러스가 검출된 경우는 76.5%였고 이 중 91.8%가 치료를 시작, 치료가 완료된 환자 중 98.8%가 완치 판정을 받았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선별검사 비용은 1인당 40.7달러가 소요됐으며 선별검사 양성자 1인당 추가 확진검사와 치료에는 총 130.6달러가 소요됐다.

이에 대해 대한간학회 임영석 총무이사(울산의대 소화기내과 교수)는 “정부 협상을 통해 검사비용과 치료비를 극적으로 절감한 것과 정부와 의료계, 제약업계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의지와 참여가 사업 성공의 밑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다른 국가에서도 이러한 집단검사 및 치료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전남 구례군 C형간염 퇴치사업 기간 동안 대한간학회 소속 의료진들은 2018년 10월과 2019년 1월 두 차례 구례군을 방문해 검사결과를 기반으로 간 건강진료 및 정밀 간 초음파검사를 진행했으며 최종 C형간염 확진 환자 대상으로는 진료, 복약지도 등을 지원했다.

■전남 구례군 사업, C형간염 퇴치사업 효과 증명

이집트는 이번 사업을 통해 C형간염으로 인한 질병부담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킨 세계 첫 번째 국가가 됐다.

무엇보다 이집트의 사례는 우리 의료계와 정부에도 큰 메시지를 던져준다. 이집트가 제한된 의료자원 안에서도 나름의 전략으로 C형간염 퇴치를 이뤄낸 것처럼 우리도 얼마든지 우리 상황에 맞는 전략을 구상해 C형간염 환자를 조기에 발굴, 치료함으로써 질병에 따른 사회·경제적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에 대한 효과는 이미 대한간학회가 전남 구례군에서 실시한 C형간염 퇴치사업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대한간학회는 2018년 10월~2019년 1월까지 3개월간 C형간염 발병 고위험군 연령대인 만 40~79세 구례군 주민 4235명을 대상으로 C형간염 항체검사를 시행, 최종 17명의 C형간염환자를 발견했다.

환자들은 2019년 1월부터 간경변 여부 등에 따라 8~12주 기간 동안 하루에 한 번씩 약을 복용했으며 매일 복약 점검 달력표에 복약현황을 기록하는 등 C형간염 치료에 전념했다. 그 결과 16명이 완치 판정을 받는 성과를 이뤄냈다.

대한간학회 관계자는 “당시 C형간염을 발견한 구례 주민들은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악화되기 전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만큼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했다”며 “이는 무증상의 C형간염을 조기에 발견 시 처방에 따라 약만 잘 복용하면 100%에 가까운 높은 치료성공률로 완치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간학회 이한주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국내의 우수한 검진 시스템과 제약업계의 협조, 그리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정부의 의지만 보탠다면 국내에서도 C형간염 퇴치가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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