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국민의 집단지성이 코로나19백신
[특별기고] 국민의 집단지성이 코로나19백신
  • 홍민철 헬스경향 편집위원 (desk@k-health.com)
  • 승인 2020.03.26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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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가정이란 있을 수 없다. 아직 되돌릴 시간과 기회가 있다면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정치와 사익의 개입이다. 작금의 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싸고 이슈화되고 있는 백신, 진단키트, 마스크 등을 둘러싼 사적 이해관계의 개입사례를 3회에 걸쳐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봤다. <편집자 주>

· 목차

1. 코로나19, 세계가 인정한 대한민국의 진단능력
2. 코로나19, 마스크대란의 근본원인 ‘제몫 챙기기’
3. 국민의 집단지성이 코로나19 백신

홍민철 헬스경향 편집위원
홍민철 헬스경향 편집위원

코로나19가 조국사태에 이어 우리 국민을 다시 반으로 갈랐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조국사태에 대한 의견이 평행선이라면 코로나19사태는 가다가 결국 다시 합쳐지는 고속도로의 양갈래길에 들어선 것과 같다.

국민 양쪽 모두 코로나19 극복을 간절히 염원하기 때문이다. 단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2가지, 즉 정치적·사적 이해관계라는 중간차단막을 거둬내지 않으면 갈라진 도로는 계속 평행선을 달릴 것이다.

그렇다면 바이러스와 어떻게 싸울 것인가? 방법은 한가지다. 방역당국과 의료시스템, 그리고 국민이 한 목소리를 내야한다. 우선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한다. 일단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정치와 비선개입의혹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한다.

국가재난컨트롤타워는 국무총리를 대표로 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전권을 위임해야한다. 대통령은 중대본이 자체권한을 넘어선 결정을 필요로 할 때만 나서면 된다. 방역예산 확보나 외교문제 등이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하겠지만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방역정책의 최종목표는 국민의 건강수호다. 하지만 그 실현은 의료시스템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중대본은 모든 방역예산과 자원을 의료진과 의료기관에 최우선 배정해야한다. 다음은 방역과 직접 관련된 행정, 소방 등 지원조직이다. 국민에 대한 ‘직접지원’은 맨 마지막이어야한다.

국민을 우선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우선하는 순간 중대본 스스로가 정치하는 꼴이 되며 그 피해는 제일 먼저 국민에게 돌아간다. 만일 방역에 필요한 조치나 자원이 있다면 민관을 따지지 말고 요구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인이나 기업의 손해에 대해서는 국가가 사후에 보상하면 된다. 나중에라도 중대본에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

현재 우리 의료시스템의 역할은 100점 만점에 120점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방역당국의 정책과 가이드라인에 완벽히 대응함은 물론 자발적 참여와 창의력까지 더해 그 역할을 넘치게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일선 의료현장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의료관련학회는 방역당국에만 조언하고 협회 등 이익단체는 회원인 의료인과 의료기관지원에만 전념하기 바란다. 학회와 협회가 국민을 향해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 또한 정치이며 결과는 방역시스템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전 세계 언론과 각국 지도자들이 앞 다퉈 우리 국민의 코로나19 대응자세를 칭찬하고 있다. 한때 확진자는 하루 700명을 넘었고 감염자수는 중국 다음이었지만 그때도 우리 국민들은 공포에 휩싸이거나 남을 탓하지도 않았으며 그 흔한 생필품 사재기도 없었다. 의료진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자원봉사자 물결을 그들은 본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된 집단지성이 발휘되고 있다. 누군가 집단지성을 설명하면서 ‘집단은 내부의 가장 우수한 개체보다 지능적’이라고 표현했다. 미래첨단과학으로 각광받는 인공지능(AI)도 결국 사람 개개인의 정보를 종합한 빅데이터(Big Data)에서 출발한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마스크 양보하기 캠페인’이 대표적인 집단지성의 예다. 1주일에 마스크 2장 양보하는 것이 무어 그리 대단한가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하루 공적마스크공급량은 800만장에 이른다. 국민의 20~30%만 양보해도 하루 160~240만장의 마스크가 환자, 의료진, 의료기관에 돌아가 국민을 살리는 효과가 발생한다. 집단지성이 생명을 살리는 것이다.

코로나19 극복은 방역당국, 의료체계, 국민, 이중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바이러스가 노리는 것이 숙주(인간) 간 분열이다. 바이러스를 무찌르려면 3박자가 다 맞아야 하지 않겠는가!

머지않아 양 갈래로 갈라진 도로는 다시 합쳐질 것이다. 그리고 그 도로는 국내에서 가장 넓은 왕복 20차선에 도로명은 ‘코리아20로(路)’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집단지성이 만든 코로나19백신 이름은 ‘코리아AI20’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사족을 하나 달자면 지금부터 ‘포스트 코로나19’를 준비해야한다. 외적 상처는 금방 치유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멈춰선 경제를 다시 예전수준으로 돌리려면 오래도록 고통이 따를 것이다.

며칠 전 대통령이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면서 기존의 방역 중대본에 빗대 ‘경제 중대본’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경제 중대본의 역할은 추경편성 등 방역지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전후복구플랜을 준비하듯이 코로나19 이후의 경제재건에 초점이 맞춰져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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