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염, 알고 보면 원인균 한두 가지 아닙니다”
“질염, 알고 보면 원인균 한두 가지 아닙니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3.31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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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디다질염부터 트리코모나스 질염까지
세균성질염 등은 남녀 모두 치료받아야
질염은 원인균에 따라 종류와 치료법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요즘처럼 걱정이 많고 일교차마저 클 때는 몸이 피곤하고 면역력도 약해진다. 이렇게 컨디션이 난조할 때 여성은 특히 ‘질염’을 조심해야한다. 질염은 여성의 감기라고 불릴 만큼 흔하지만 원인에 따라 종류는 물론, 치료법도 다양하다. 또 성관계를 통해 잘 생기는 질염도 있어 남녀 모두 치료를 받아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질염, 정확히 뭘까?

질염은 말 그대로 질이 어떤 균에 감염돼 염증이 발생한 것을 말한다. 질 안에도 유익균과 유해균이 뒤섞여 살고 있는데 건강한 질은 90~95% 이상이 락토바실러스균이라는 유익균으로 이뤄져있다. 이 유익균은 산을 분비해 질 내부를 PH4~5 정도의 약산성 상태로 유지시켜 병균성 세균이 못 들어오게 막아준다. 질에서 시큼한 식초 냄새가 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여성의 75%가 경험 ‘칸디다질염’

질염은 어떤 균에 감염됐느냐에 따라 크게 ▲칸디다질염 ▲세균성질염 ▲트리코모나스질염으로 나뉜다.

가장 흔한 것은 진균(곰팡이)에 의한 칸디다질염. 여성의 75%가 평생 한 번은 경험할 정도다. 칸디다균은 사람의 위장관 내 기생하는 곰팡이균 무리 중 하나인데 정상균 무리의 균형이 깨지거나 면역력저하 등 몸에 문제가 있을 때 침임해 피부와 점막에 질병을 일으킨다.

칸디다질염에 걸리면 외음부와 질 입구가 매우 가렵고 순두부나 치즈처럼 덩어리진 흰 분비물이 나온다. 치료법은 간단하다.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양승우 교수는 “항진균제인 클로토리마졸 500mg을 질에 삽입하거나 플루코나졸 150mg을 먹는 방법으로 치료한다”며 “항진균제를 사용하면 대부분 2~3일 내로 증상이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칸디다질염은 보통 스트레스가 많거나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잘 발생하는데 특히 임신부나 당뇨병환자에서 발생하기 쉬워 이들은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양승우 교수는 “면역력이 떨어진 산모의 약 20% 정도에서 칸디다질염이 흔히 발생할 수 있는데 조산과의 연관성은 뚜렷하지 않아서 증상이 없다면 치료가 필요 없으며 증상이 있으면 의료진과 상담 후 약이나 크림을 처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뇨병환자는 혈당조절을 철저히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질염은 성관계를 통해서도 잘 생겨서 남성의 경우 증상이 없더라도 여성과 함께 치료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남녀 모두 치료 필요한 ‘세균성질염’

세균성질염은 주로 클라미디아, 마이코플라즈마균 등에 감염돼 발생한다. 칸디다질염과 달리 약물치료가 쉽지 않고 재발율이 높아 골반염과 불임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졌다. 병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증상이 미미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어느 정도 병이 진행돼 증상이 나타나면 냄새를 동반한 다량의 분비물과 통증 등이 발생한다.

특히 세균성질염은 잦은 성관계를 통해 잘 생기기 때문에 증상이 없어도 남성 역시 치료받는 것이 좋다.

강동성심병원 산부인과 문종수 교수는 “세균성질염 완치와 재발예방을 위해서라도 남녀 모두 함께 약물치료를 받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균성질염은 주로 항생제를 통해 치료한다”며 “단 항생제를 너무 많이 투여하면 질 내 유익균까지 제거돼 다른 종류의 질염을 유발할 수 있어 항생제의 지나친 사용은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상에서 흔히 감염될 수 있는 ‘트리코모나스 질염’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트리코모나스 원충에 감염돼 발생한다. 거품이 있는 초록색을 띤 분비물과 생선 비린내 같은 악취를 동반하며 매우 가렵다. 트리코모나스 질염 역시 성관계를 통해 잘 생기는데 여성은 증상이 심한 반면 남성은 그렇지 않아서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문종수 교수는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메트로니다졸이라는 항생제를 투여해 치료하지만 재발율이 높아 모든 치료를 마친 후 완치판정을 받아야하며 증상이 없더라도 반드시 남녀가 함께 치료를 받아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트리코모나스 원충은 물에서도 움직일 수 있어 목욕탕, 수영장, 깨끗하지 못한 변기, 젖은 수건 등에 의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며 “일상생활 속에서도 늘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질염은 원인균에 따라 치료가 전혀 다르고 재발이 잘되는 것이 특징이다. 질염이 의심되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고 증상 완화와 재발 방지를 위한 치료를 꾸준히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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