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제때 안 한다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생리, 제때 안 한다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4.0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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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현진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생리는 한마디로 몸이 임신할 준비가 됐다는 뜻이다. 난자가 배출되면 자궁은 혹시 모를 새 생명을 맞이하기 위해 수정란(난자+정자)이 잘 착상하도록 자궁내막을 두껍게 만든다. 하지만 정자를 아예 못 만났거나 만나긴 했지만 착상이 안 돼 임신에 실패했을 때는 자궁내막의 일부가 떨어져나가면서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자궁내막은 혈관이 풍부해 혈액상태로 배출되는 것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여성은 인생의 반을 ‘생리’와 함께 한다. 규칙적으로 잘 하다가 아름답게 마무리되면 좋은데 또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다. 하지만 여성은 물 흐르듯 흘러가지 않는 생리 때문에 자신의 몸을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보게 된다. 귀찮고 고통스러워도 막상 몇 달간 안 하면 걱정이 돼 산부인과를 찾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리를 제때 안 한다고 너무 조바심을 내는 것도 좋지 않다고 한다. 김현진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생리에 관한 여러 가지 궁금증을 풀어봤다.

김현진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 생리를 한 번 정도 건너뛰는 건 크게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들었다. 원래 한 달에 한 번 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

초음파검사상 자궁에 별다른 문제나 다른 기저질환이 없다면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이런 경우에는 좀 더 추이를 살펴보고 병원을 방문해도 늦지 않다. 

생리주기는 스트레스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몸에 다른 문제가 없는 걸 알면서도 생리를 제때 안 한다고 조바심을 내면 오히려 스트레스 때문에 더 좋지 않다.  

하지만 생리를 안 하는 기간이 3개월을 넘어가면 병원을 방문해야한다. 기본적으로 생리는 자궁내막이 두꺼워졌다 탈락하는 것인데 너무 오랫동안 이 작용이 이뤄지지 못하면 자궁내막세포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생리가 규칙적이지 않아서 너무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지만 아직 산부인과에서 제대로 검사한 적이 없거나 생리를 안 하는 텀이 너무 길어지면 산부인과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현명하다.

- 50대 이후에 생리를 안 하면 폐경이 왔다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때 따로 산부인과 진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지 궁금하다.

폐경은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이기 때문에 적정 나이(평균적으로 만 49.7~50세)에 온다면 별도의 진료를 통해 폐경임을 확인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다. 사실 50대 이후에 산부인과 진료를 받는다면 폐경과 함께 찾아오는 다양한 갱년기 증상들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때는 호르몬대체요법 등 환자에게 맞는 적절한 호르몬 보충치료를 시행한다.

- 자궁에 별다른 이상은 없는데 생리가 불규칙한 경우 경구피임약으로 주기를 맞추기도 한다. 언제까지 약에만 의존할 순 없는데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지.

생리는 자궁문제 외에도 환경 및 체중변화, 스트레스 등 생활 속 여러 요인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더욱이 그 요인마저 사람마다 제각각이라 딱 하나로 정해진 해결책을 마련하긴 쉽지 않다.

따라서 어떤 질환 때문에 생리가 불규칙한 것이 아니라면 진료 시 자신의 직업과 생활패턴, 식습관 등을 솔직하게 얘기하고 여기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건강과 관련해 늘 나오는 얘기지만 규칙적인 생리 역시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등 건강한 생활습관이 뒷받침돼야한다. 특히 이 중에서도 적정 체중유지는 꼭 강조하고 싶다. 갑자기 체중이 줄거나 또는 갑자기 늘면 생리가 멈출 가능성이 크다.      

- 잘하고 있는 생리를 피치 못하게 늦춰야 할 때도 있다. 이때는 급한대로 약국에서 경구피임약을 구매해 복용하는데 가슴이 부풀거나 두근거리는 느낌 때문에 안 먹었으면 할 때도 있다.

경구피임약 복용 후 가슴이 부풀거나 두근거리는 느낌 등은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반응이다. 처음에는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해도 몇 번 먹어 몸이 적응되면 이런 증상도 없어진다. 더욱이 최근에 출시된 경구피임약들은 호르몬농도가 많이 낮아져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담배만큼은 꼭 끊어야한다. 경구피임약에 함유된 에스트로겐은 혈액 속 응고인자를 증가시켜 피를 끈적하게 만드는데(혈전증) 담배까지 피우면 이러한 위험이 더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35세가 넘으면 이러한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 35세 이상 흡연 여성은 경구피임약 복용 시 더욱 조심해야한다.

다이어트 보조제도 복용을 중단해야한다. 경구피임약은 간에서 대사되는데 다이어트 보조제는 간 기능을 떨어뜨려 경구피임약의 대사작용을 방해한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산부인과 진료를 통해 자궁에 다른 이상은 없는지 점검한 후 전문가에게 제대로 처방받는 것이다.    

- 생리통이 너무 심해 아예 생리를 안 했으면 하는 여성도 있다. 생리통에 대한 부담, 어떻게 하면 덜 수 있나.

생리통은 다양한 방법으로 얼마든지 조절 가능하다. 아무리 생리통이 심해도 이를 무찌를 만한 무기가 있으니 통증 때문에 생리 자체를 두려워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의미다.   

가장 쉬운 방법은 진통제 복용이다. 그런데 진통제는 생리통이 시작되고 나서 먹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생리할 것 같으면 미리 복용하고 날짜 예측이 어려운 경우 생리혈이 비쳤을 때 바로 복용하는 것이 좋다.

내성을 우려해 진통제 복용을 꺼리는 여성도 많다. 기우다. 괜한 걱정 때문에 일상생활을 못 할 만큼 심한 생리통을 참는 건 삶에 더 마이너스다. 통증은 조절방법만 있다면 어떤 경우에서든 적극 해결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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